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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경제신문=이인배 외교안보전문기자]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중국책임론을 언급하며 본격적으로 중국을 압박하기 시작한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 때리기를 전방위로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 단시일 내에 수습되고 정리될 사안이 아니라 국제질서의 새로운 재편이 마무리될 때까지 진행될 것이라는 점에서 그 심각성이 있다.

공개적으로 중국은 정면충돌보다는 국제 사회 여론의 우군화 전략을 추구하는 형세다. 

5월 24일 왕이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전국인민대표대회 후 기자회견을 통해 “코로나19는 중국과 미국 공동의 적”이라며, “양국이 합치면 모두에게 이롭고 싸우면 모두에게 손해”라는 메시지로 화해의 제스처를 보냈다. 

그럼에도 양국간 대결 양상은 코로나19 이후 신냉전시대의 예고편을 보는 듯하다.
 
우선 미국과 중국간 남중국해에서의 패권경쟁은 한치의 양보가 없다. 

4월 10일 미군 제7함대 소속 이지스 미사일 구축함 배리함이 대만해협을 통과하자 중국군이 곧바로 훙-6 폭격기, 젠-11 전투기와 공중경보기를 대만 서남 해역에 투입해서 무력시위를 펼쳤다. 

4월 11일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이끄는 항모전단 6척이 대만 해협을 통과하자, 2주 후인 4월 28일 미국은 남중국해 파라셀 군도 해역에 이지스 체계를 탑제한 구축함과 순양함을 투입해 견제했다. 미국은 이번 달에만 6차례나 ‘죽음의 백조’ B-1B 전략폭격기를 대만 인근 해역까지 투입했다. 

지난해 홍콩 지식인들의 반중 시위로 몸살을 앓은 중국이 5월 22일 전인대를 통해 홍콩 국가보안법을 추진하자, 이에 대해서도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강력한 대응을 천명했다. 중국은 홍콩의 반중 시위에 미국이 개입하고 있다고 의심하며 외부세력의 홍콩 문제 간섭을 차단하는 조치를 추진한 것이고, 이에 대해 미국은 홍콩의 자치권에 대한 종말을 고하는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더해, 미국은 위구르족 등 이슬람 소수민족 인권탄압을 막겠다며 ‘2020년 위구르 인권정책 법안’을 27일 하원에서 통과시킬 예정이다. 이미 상원에서는 만장일치로 위구르 인권정책 법안이 통과된 상황이어서 미국의 중국 당국에 의한 위구르 자치구에서의 인권 탄압에 대한 감시활동과 견제활동이 본격화할 것으로 보여, 미국과 중국간 새로운 갈등의 불씨가 될 전망이다.

코로나19로 지난 1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같은 시기에 비해 -6.8%를 기록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발 난제들이 중국 앞에 쌓여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내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벌였다. 일단 1단계 무역협상합의에 양국이 최근 서명했다. 중국은 향후 2년 동안 2000억달러 미국산 제품을 구매하고, 미국의 2500억달러 중국산 상품에 대한 25% 관세는 유지한 상태로 추가 관세 부과에만 연기하는, 미국에 유리한 합의였다. 그럼에도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의 실천 여부에 따라 파기할 수도 있다며 압박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5월 15일 미 상무부는 해외직접생산품규칙(FDPR)을 개정해 미국이 개발한 반도체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제3국에서 생산한 반도체를 허가없이 화웨이에 수출할 수 없도록 했다. 이 조치 발표 이후 화웨이에 90% 이상의 반도체를 납품해 왔던 대만의 TSMC가 신규 수주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함으로써 화웨이는 올해 9월부터는 통신장비 등 주력상품 생산에 차질을 빚게 됐다. 

미국은 국내적으로 알리바바나 바이두와 같은 중국 기업들이 미국 증권거래소 상장을 금지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22일 미 상원에서 통과시키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간 대격돌이 양국간 만의 문제가 아니라 진영간 갈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외교안보 전략 차원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를 견제하는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 충돌하고 있고, 경제적으로는 중국을 배제하는 미국, 일본, 유럽 중심의 배타적 경제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가 구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한국이 미국과 중국 모두와 균형되게 우호적인 관계를 설정하기 어려운 구조에 봉착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이 지난 22일 국회 토론회에서 “미중 갈등이 격화되고 있어 고민스럽다”고 밝힌 대목은 이런 국제 상황의 심각성을 나타낸 심경 토로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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