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총선과 18대 대선” 공천 물갈이 폭풍 예고

한나라당 내부에 '공천 물갈이'와 '쇄신'의 칼바람이 불고 있는 가운데 당내 최대 지분을 가진 박근혜 전 대표가 깊은 고민에 휩싸였다.

당내에서 내년 19대 국회의원 총선과 18대 대통령 선거 승리와 당 쇄신을 위해 대폭 공천 물갈이가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불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친박계 의원 일부도 물갈이가 불가피하다.

쇄신·소장파들은 '영남·강남권 50% 물갈이론'을 주장하고 나섰고, 홍준표 대표도 당 지도부 부터 초선까지가 모두 물갈이 대상이라며 '공천 태풍'을 예고했다.

홍 대표는 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쇄신안이 만들어지면 지도부도 희생해야 한다"며 "지도부도 당을 위해 희생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 지도부) 자신의 희생 없이 다른 의원들이 납득을 하겠느냐"며 "인적쇄신은 당을 위해 자신을 희생한다는 입장에서 말해야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기자들을 만나 "쇄신을 내걸어 자기 자신은 당연히 출마할 것을 전제로 인기 발언을 하고 동료 의원을 깎아내리는 것은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며 "초선 중에도 쇄신 대상이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물갈이론에 대해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친박계에 상대적으로 영남권, 다선의원이 많기 때문이다.

유승민 최고위원은 "당 지도부는 시스템만 만들고 (공천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원칙·기준·절차가 시스템이라면 지도부는 시스템만 만들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유 최고위원은 "박 전 대표의 원칙도 시스템 공천"이라고 강조한 후 "선거대책위원회를 아무리 조기에 만들어도 결국 공천권을 누가 쥐는 지가 문제다. 지도부가 시스템을 만들고, 선대위는 시스템대로 공천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물갈이는 당연하지만 예민한 문제"라며 "영남권이라는 이유로, 다선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물갈이를 하겠다는 발상은 적절하지 않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당 전체의 쇄신을 위해 친박계에서 어느 정도의 '물갈이'가 이뤄져야 한다는 사실은 엄연한 현실이다.

한나라당과 박근혜 전 대표에 대한 20~40대, 수도권의 지지도가 현저하게 떨어지고 있고, 당의 텃밭이던 부산과 경남에서도 아성이 무너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사실상 '조기등판'을 거부하고, 홍준표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준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도 커져가고 있다. 안정적인 대선 행보를 위해 총선은 나몰라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몽준계인 전여옥 의원은 1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전 대표는 식물처럼 붙박이로 있으면서 온실 속에서 친박(박근혜)계에 둘러싸여 보호받고 있다"며 "친박이 모두 나서서 박 전 대표를 보호하려는 정치공학적 계산이 국민에게 얼마나 어리석게 보이겠느냐"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편파적 공천이 이뤄질 경우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들고자 하는 일부 보수진영의 움직임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는 "모두 죽지 않으려면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인적 쇄신을 단행해야 한다"며 "계파에 관계없이 물갈이를 단행하고 젊은층과 수도권에 어필할 수 있는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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