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법정시한일 2일 처리하지 못했다.

민주당 등 야당이 여당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국회 비준안 강행 처리에 따른 반발로 예결위 계수조정소위에 불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나라당 황우여,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를 재가동하는 방안을 논의했지만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날로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는 취소됐으며, 한나라당 계수조정소위 위원들은 단독으로 회의를 열어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예산 심사를 진행했다.

헌법 제54조는 국회가 12월2일까지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도록 법정시한을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국회는 2003년 이후 9년 연속 '위법'하는 오명을 남겼다.

박희태 국회의장은 이와 관련, "오늘(2일)은 헌법이 정한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이라며 "그럼에도 예산안이 처리되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 의장은 이어 "앞으로 남은 정기국회 회기 안에 예산안이 반드시 처리될 수 있도록 여야 모두가 협조해 달라"고 당부했다.

박 의장은 이번 주말을 기점으로 9일 내 예산안 처리를 위한 여야 중재에 나설 지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밤새 예산안을 심의를 해야 하는데도 민주당이 이를 방해하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볼 지 두렵다"며 "민주당이 또다시 예산국회를 파행으로 치닫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황 원내대표는 "예산국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협조해달라"며 "예산은 내년의 국정기틀을 정하는 것으로, 민생에도 밀접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 계수조정소위 위원인 강기정·박기춘·오제세·주승용 의원 등은 이날 성명을 내고 "FTA 날치기를 사죄하고 국회를 정상화시킨 후 예산안을 심사하자는 민주당의 요구에도 불구하고 한나라당이 단독심사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여당만의 예산안 단독심사는 자신들이 만든 예산을 자신들이 삭감·증액하겠다는 것"이라며 "단독심사는 부실심사로 이어지고, 결국 날치기로 가기 위한 수순 밟기"라고 비판했다.

이어 "더 이상의 예산안 날치기는 돌이킬 수 없는 후폭풍을 받을 것이 자명하"며 "국회 파행에 대해 사죄하고, 국회 정상화을 위한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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