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배 원장 “北김정은 건강이상설 스모킹건은 4월 25일”
[시사경제신문=김종효 기자]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이 제기된 가운데 전 청와대 북한전략담당 선임행정관 이인배 협력안보연구원장이 현 상황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지난 4월 11일 노동당 정치국회의를 주재한 이후 열흘이 지나도록 공개석상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특히 북한 최대 명절인 태양절, 즉 4월 15일 김일성 생일에 당과 군 간부들은 금수산기념궁전에서 참배를 했는데, 정작 손자인 김 위원장은 나타나지 않아 그의 신변 이상설이 확산되는 빌미를 제공했다.
북한 매체들이 그 이후로도 김 위원장이 재일동포 자녀들을 위해 교육 원조비와 장학금을 보냈다는 기사(13일), 시리아(17일)·짐바브웨(18일)·쿠바(20일) 정상에게 축전을 보냈다는 기사들을 보도했지만, 이것이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설을 반박하기엔 무리였다.
이런 상황에서 데일리NK는 20일 김 위원장이 심혈관 시술을 받았고, 현재 특각에서 치료 중이라는 보도를 내보냈다. 이어 미국 CNN은 당국자를 취재한 내용이라며 “김정은이 수술 후 심각한 위험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보도하면서 김정은 중태설이 퍼지게 됐다. 이에 대해 청와대를 비롯한 통일부, 외교부 등 관련 부처는 “언급할 것이 없다”고만 했다.
북한 로얄패밀리에 대한 정보는 정보당국 내에서도 극소수만 취급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현재 김 위원장의 상태를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이 장기간 나타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코로나19 감염설, 2014년 10월 족근관증후군 수술부위 재발, 그리고 가족력인 심장 수술 등 세 가지 가능성이 점쳐진다. 현재로는 심장 수술이 있었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재 김 위원장 신변에 대한 주장들은 논리적 추론에 불과한데, 북한 매체를 통해 김 위원장의 건강한 모습이 공개되기 전까지는 사그라들지 않을 것이다.
김 위원장 건강 이상설이 끝나거나 신빙성이 높아지는 첫번째 무대는 오는 4월 25일 조선인민혁명군 창건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8년부터 북한은 북한군 창건일을 4월 25일에서 2월 8일로 변경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 25일에는 기념행사를 해 왔다. 코로나19 때문에 올해 2월 8일 북한군 창건일 행사를 축소하기는 했지만, 4월 25일 인민혁명군 창건일을 그냥 지나치진 않을 것이라는 것이 이인배 원장의 분석이다.
이 원장은 마치 지난 1월 26일 설 기념공연에 사망했다던 김 위원장의 고모이자 처형당한 장성택의 아내인 김경희를 북한 주민들에게 등장시켜 백두혈통의 화합된 모습을 연출한 것처럼, 김 위원장 신변 이상설이 북한 내부에서 확산되면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김 위원장이 등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만약 이때 김 위원장이 공식행사에 나타나지 않는다면, 꽤나 심각한 건강 이상 상황일 가능성이 있다고 점쳤다.
이 원장은 5월 1일 노동절, 노동자 체육대회를 즐겨 관람했었던 김 위원장이 이 행사에 모습을 드러낼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때까지 나타나지 않는다면 20여일 이상 잠적하는 셈이 된다. 과거 김 위원장은 2008년 8월 뇌졸중으로 쓰러졌다가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신변 이상설이 확산되자 회복되지도 않은 몸으로 51일만에 초췌한 모습 그대로 북한 주민들에게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사례를 보더라도 김 위원장이 움직일 수 있는 건강 상태이면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히 이인배 원장은 이참에 김 위원장 이후 북한은 어떻게 될까에 대해서도 논리적으로 추론했다.
이 원장은 우선 “김 위원장이 다시 나타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이것이 북한 체제의 붕괴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다. 북한 최고지도자의 공백은 이미 두번이나 발생했고, 이 사건이 통제 불가능한 상황으로까지 북한 체제를 흔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가장 궁금한 것은 포스트 김정은 시대의 최고지도자는 누가 될 것인가인데, 최근 김 위원장의 여동생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폭넓은 활동을 보이고 있어 북한 권력 내부에서 상당한 입지를 굳히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원장은 “김여정에게는 두 가지 태생적인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첫 번째는 북한의 뿌리깊은 가부장적 사회문화 속에서의 여성 최고지도자를 북한 주민들이 받아들이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두 번째는 군 경험이 전혀 없는 김여정이 과연 북한 군 최고사령관으로서 명령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인지, 그리고 이 명령을 군부가 결사옹위의 정신으로 받들 것인지 미지수다. 북한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한계 때문만 아니라 군 내부의 작동원리를 체득하지 못한 데서 오는 한계를 말하는 것이다.
이 원장은 “물론 에릭 클랩튼을 좋아하는 여성적 성향이라 김여정보다 크게 북한 체제를 안정적으로 이끌어 나갈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는 전제를 하면서도 “형식상으로라도 김정은의 형인 김정철을 옹립하고, 당·정·군 핵심 세력이 권력을 분점하는 상황도 상상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러나 여기에도 한계가 있다. 집권 9년 동안 김정은이 자행한 군과 당 간부에 대한 숙청은 너무도 광범위하고, 그 방법 또한 잔인했다는 것.
이 원장은 2012년 이영호 총참모장 숙청을 시작으로 장성택 국방위 부위원장, 현영철 인민무력부장을 공개처형하고, 이복형인 김정남까지 독살하는 등 140여명의 당과 군 간부들을 처형했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원한을 가진 세력들이 숨죽이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며 “이들이 포스트 김정은 체제에 어떻게 나타날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 점에서 포스트 김정은 시기의 북한 체제는 매우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고, 이 불안정성이 북한 체제를 통제불능 상태로 만들고, 한반도 전체를 혼란의 소용돌이 속으로 몰아넣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이 원장의 예상이다.
이 원장은 “국가안보정책의 기본은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접근법(worst-case approach)”이라며 “현재로서는 상상의 나래처럼 보이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정부는 모든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들이 불안하게 떠들면서 대응책을 세워서는 안되지만, ‘은밀하게 그러나 치밀하게’ 대책들을 준비해 놓는 정부가 유능한 정부이고, 국민이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정부가 될 것”이라고 첨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