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세계 농산물 유통 길 울퉁불퉁
[코로나19] 세계 농산물 유통 길 울퉁불퉁
  • 김우림 기자
  • 승인 2020.04.13 09: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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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부 국가 틈새 수출량 극대화, 일부는 수출 길 막혀
주식인 식품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가장 취약한 곳은 아프리카 국가처럼 많은 주민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식량에 쓰는 나라들이다.(사진 : FAO)
주식인 식품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가장 취약한 곳은 아프리카 국가처럼 많은 주민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식량에 쓰는 나라들이다.(사진 : FAO)

평소에는 있을 수 없었던 물소에 양상추를 먹인다든가 젖소에게 딸기를 먹이는 등 과거에 없던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물소나 젖소를 특히 위해서가 아니다. 소비의 길이, 즉 생산한 농산물의 유통이 막혀 버리자니 아깝다. 그래서 소에게라도 먹이자. 농민들의 눈물이 흘러내리는 장면을 연상할 수 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세계적인 대유행(Pandemic, 팬데믹) 때문이다.

이렇게 젖소나 다른 동물에게 먹일 수 있는 것만도 다행이다. 그 많은 양을 다 먹일 수 없다. 어쩔 수 없이 다량을 폐기할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대형트럭에 가들 실은 생포도를 퇴비 더미에 쏟아 붓고 썩어가는 것을 볼 수밖에 없는 눈물 나는 현실이다.

코로나19 확산을 막아내기 위한 각국 정부의 피나는 노력의 하나가 바로 록다운(lockdown, 도시 봉쇄)이다. 이 때문에 농가들은 수확물을 소비자들에게 전달할 수단이 사라졌다. 세계 여러 나라와 마찬가지로 농산물 대국 인도의 경우 그 심각성은 더하다. 사람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농업과 식량 공급체인(supply chain)에 혼란이 생기고, 보다 넓은 범위에서 식량 부족과 가격 폭등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전 세계 수백 만 명의 노동자들이 봉쇄 정책으로 수확을 위해, 경작을 위해 논과 밭에 나갈 수가 없다. 상품을 이동시키는 트럭 운전사도 부족하다. 여객기도, 수송기도 운항하지 않아 신선한 채소 등 농산물의 수송능력도 매우 제한적이다. 또 중국에서 오는 선박편도 감소하면서 식품 출하에 사용할 컨테이너도 부족하다.

인도뿐만이 아니다. 미국 플로리다에서는 멕시코 이민 노동자들이 부족해 수박이라든가 블루베리 재배 옹가에서는 작물을 수확하지 못한 채 썩힐 우려가 생겼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손이 부족해 농가들이 작황 시기를 놓치고 있다.

식량 생산 유통에 미치는 타격이 이처럼 확대되고 있다. 이번 팬데믹이 세계 각국의 경제를 위축시키고, 가장 필수적인 기업용 소비자용 시장마저 혼란에 빠질 가능성이 제한 없이 열러있다.

4월 중순 현재 쌀이라든가 밀과 같은 주식용 곡물의 공급에 대한 혼란을 아직은 제한적이지만 작황이나 물류 면에서는 점점 더 문제가 커지고 있다.

* ‘록다운으로 이동 없는 노동자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작물을 심는다든가 수확을 하는 일 등에 혼란이 생김으로써 잠재적인 영향을 가장 심각하게 받을 곳은 인구가 많은 빈곤국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세계에서 2번째 인구대국 인도에서는 주민의 과반수가 농업에 종사하고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혼란에 가장 취약한 국가 가운데 하나이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지난 325일 전격적으로 인도 전역에 3주간의 도시봉쇄(lockdown)조치를 내렸다. 인도 내 12천만 명의 이주노동자들의 상당수는 웰세와 식비, 교통비도 없이 고향으로 돌아갈 방법을 찾는데 큰 어려움을 겪으면서 시위까지 일어났다.

특히 인도 북부지역은 거의 전적으로 이주노동자들에 의존하고 있으나, 봉쇄 조치 이후 이주노동자들은 살길 찾아 떠날 수밖에 없다. 이러다 보니 박물 수확은 물론 시장에 있는 제분소로 가져갈 수단 자체가 사라져 버렸다. 애써 재배한 농산물이 수확하지도 못한 채 논과 밭에서 내동댕이쳐진 상황이다.

세계는 글로벌 서플라이 체인(global supply chain)으로 구축돼 있다. 이제는 세계 어느 장소에서 공급상의 문제가 발생하면, 그 영향은 곧바로 세계의 다른 장소에서 느끼게 돼 있다. 예를 들어 수송기 화물칸이 대폭 축소되면서 캐나다에서 인도로 와야 할 양파, 가지 등 각종 신선 농산물이 대폭 줄어들면서 시장가격은 출렁거리기 시작했다.

이 같이 대량의 물량이 가야 할 곳에 가지 못하면서 농산물은 악취를 풍기는 거대한 쓰레기더미로 변해버리는 눈물겨운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신선 식품이야말로 신속하게 이동이 되지 못하면 아무것에도 쓸 수 없는 골치 덩어리가 되면서 그동안 투입된 노력, 시간, 자본은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

* 일손 부족은 유럽에서도 마찬가지

스페인도, 모로코도 도항금지가 된 나라로부터 이인노동가가 부족하다. 스페인에서는 4월 중순이면 블루베리 수확이 절정에 이르면서 5월 중순까지 수확을 마치게 되므로 이 시기에 집중적으로 노동력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탈리아에서도 앞으로 2개월 즉, 4월과 5월에 걸쳐 약 20만 명의 계절노동자가 필요하게 된다. 이탈리아 식품협회 측은 이탈리아 정부는 정부로부터 긴급재난기금을 받는 사람들에게 과실, 채소류 수확을 돕도록 요청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지도 모르겠다는 의견까지 내놓고 있다고 한다.

또 디디에 기욤 프랑스의 농업부 장관은 이번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의 여파로 새로 생긴 실업자들에게 이민 노동자들을 대신해 농장에서 일하도록 독려하기도 했다. 프랑스 최대 농업협회인 FNSEA(Fédération nationale des syndicats d'exploitants agricoles)의 크리스티앙 랑베르 회장은 이 같은 호소에 반응이 없을 경우, 작물은 밭에 그대로 버려진 채 농업분야 전체에 엄청난 타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 커피, 설탕의 세계 최대의 수출국인 브라질에서도 농축산업협회(CNA, Agriculture and Livestock Confederation)가 브라질 농업에 직면한 여러 가지 문제를 지적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작물을 수송하는 트럭 운전사를 고용할 때의 어려움이나, 농업 기계의 부품 부족 등이다.

대두박 수출국으로 세계 1위인 아르헨티나에서는 정부가 입항하는 화물선의 검색을 강화하면서 수출이 지연되고 있다.

* 좁아진 육해공 유통로, 유통기간 지연

예를 들어 트럭 수송문제에 더해 항공 교통의 급감으로 신선 식품의 장거리 수송 능력이 급격이 떨어지고 있다.

미국 플로리다 주 마이애미에 있는 한 과일수입업자는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 파파야 등 다양한 과일들을 브라질에서 운반해와 판매를 하는 업체인데, 현재는 구입처를 수송이 가능한 멕시코와 과테말라로 변경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유럽은 상황이 더 나쁘다. 파파야 수입원으로 멕시코 같은 대체국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미국과 캐나다 수출업체들은 상품 공급에 사용할 내장 컨테이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도시 봉쇄 조치로 수요 저하가 발생, 중국에서 미국 서해안으로 가는 컨테이너 운반선의 운항량이 1/4이 감소했다.

컨테이너 업계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컨테이너 확보가 어려워지고 있다. 미국에 있는 국제낙농업식품협회 측은 컨테이너 5개가 필요하지만 1개만 겨우 확보할 수밖에 없는 처지라고 한다.

항만에서 일을 해야 할 근로자들이 상당수가 재택근무를 하게 됨으로써 항만의 물동량 처리가 더디어 지면서 혼란에 혼란을 가중시켜 중국 등 목적지로 가양할 돼지고기, 쇠고기 등의 출하자체도 매우 정체되는 현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에서는 아프리카 돼지 열병(ASF, Africa Swine Fever) 감염 확산으로 1년 반 만에 세계 돼지의 25%가 시장에서 사라져, 공급 부족 상황은 매우 심각해졌다.

* 과거와 다른 특징의 식량위기

지금 나타나고 있는 공급체인의 혼란은 지난 2007~2008년 및 2010~2012년의 식량 위기와는 크게 다르다. 당시는 곡물 생산국의 가뭄으로 인해 공급 부족에서 가격 상승에 이르렀고, 몇몇 나라에서는 사회 불안·폭동이 일어났다. 이때 가격 상승은 부분적으로는 국가가 쌀과 기타 주식곡물을 비축했기 때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주식곡물 공급은 상대적으로 윤택하고, 글로벌 가격도 최근 몇 년 사이 낮은 수준에 있다. 미국, 브라질, 흑해 주변국들이 곡물재배 면적을 늘리면서 수량을 개선해 왔기 때문이다.

식량안보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이라크와 이집트 등 대량 수입국이 곡물 조달을 늘릴 조짐이 있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수출이 늘고 있다. 예를 들어 쌀 수출량 세계 2위인 태국은 쌀값 상승을 틈타 비축 물량 수출을 늘리고 있다.

반면에 세계 1위의 쌀 수출국인 인도는 인력 부족과 물류상의 문제로 쌀 수출을 중단했다. 수출량 3위인 베트남도 수출을 억제하고 있다.

주식인 식품 공급이 차질을 빚을 경우, 가장 취약한 곳은 아프리카 국가처럼 많은 주민이 소득의 절반 이상을 식량에 쓰는 나라들이다.

세계에서 가장 쌀 소비량이 빠르게 늘어나는 나라는 아프리카 국가들로, 세계 수입량의 35%를 차지한다. 밀도 30%나 된다.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국가만으로도 지역별 쌀 소비량으로는 세계 3위이지만, 그 수요에 비해 곡물 비축량은 모든 지역 가운데 가장 적다. 정부 재정이 어렵고 비축설비도 한정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의 식량위기는 공급측면의 충격이 수반되는 것이었지만,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충분한 공급을, 그것을 필요로 하고 있는 사람들, 즉 갑자기 수입을 잃어버린 다수의 사람들에게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물류 수단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데 문제가 심각하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측은 지금의 식량위기 문제는 과거와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면서 식량 자체의 부족이 아니라, 비축돼 있는 식량조차도 수송수단의 태부족, 수송을 할 수 있게 하는 인손 부족, 그리고 식량을 구매할 자본 부족사태라는 게 FAO측의 분석이다.

[시사경제신문=김우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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