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구매력 사라져…현대기아차 해외서 추락 “비상경영”
쌍용차, 모기업 마힌드라 철수 초읽기…10년만에 ‘존폐’ 기로에
한국GM·르노삼성, 노조가 ‘발목’…전년 임단협으로 갈등 최고조

[시사경제신문=정수남 기자] 시사경제신문은 먹고 사는 일과 직결된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에 빠진 점을 고려해 산업별 진단과 함께 처방을 찾았다.

두번째로 여타 산업에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자동차산업을 고찰했다.​

[글 싣는 순서]
[韓경제, 긴급 진단①] 정유산업
[韓경제, 긴급 진단②] 자동차산업
[韓경제, 긴급 진단③] 반도체산업
[韓경제, 긴급 진단④] 선박·철강[끝]

완성차 업체 한 곳과 연결된 중소협력사는 5000여 곳에 이른다. 여기에 보험과 정유, 정비·세차 등 사후서비스(AS) 산업이 맞물려 자동차산업의 파급 효과는 매우 커졌다.

그런 자동차산업이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고비를 맞았다. 국내외 경제의 장기간 경기침체에 더해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경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국산차 산업이 차량 10대를 생산해 6대를 수출하는 구조인 점을 고려하면, 코로나19로 주요국 경제가 셧다운(정지) 상태여서 자동차산업은 안팎으로 위기를 맞았다.

현대자동차는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세계 시장에서 90만4747대를 판매, 전년 동기(102만1391대)보다 11.4% 판매가 줄었다고 밝혔다.

국산차 산업이 1997년 IMF 이후 최대 고비를 맞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현대차, 쌍용차, 한국GM, 르노삼성, 기아차 엠블럼. [사진=정수남 기자]

같은 기간 현대차의 국내 판매는 13.5% 하락(18만3957대→15만9062대)했으며, 시장 규모가 큰 해외에서는 74만5685대 판매를 기록해 11%(9만1,749대) 하락했다.

현대차는 지난해도 세계 시장에서 442만2644대를 판매했다. 전년 대비 3.6%(16만6555대) 판매가 축소됐으나, 고부가가치 차량 판매가 늘면서 매출 105조7464억원, 영업이익 3조6055억원, 당기순이익 3조1856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9.2%, 48.9%, 93.7% 상승한 실적을 냈다.

이로써 현대차는 2013년부터 2018년까지 6년 연속 실적 하락에 마침표를 찍었지만, 올해가 문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신차 출시 및 마케팅 등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아차도 상황이 비슷하다. 기아차의 경우 1분기 국내 판매가 1.1% 상승했으나, 해외시장 약세(1.3%)로 1분기 세계시장 판매가 0.9% 하락(64만9896대→64만4102대)했다.

현대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올해 신차와 마케팅 등이 통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1월 선보인 제네시스 첫 SUV GV80. (사진=정수남 기자)

현대기아차는 “세계에 유례없이 닥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각 지역별 대응책을 마련하고, 조기 정상화를 위해 힘쓰겠다”며 “부정적인 영향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과 함께 코로나19 사태로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지만, 올해 선보인 신차를 내세워 극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 이기훈 부장은 “고객의 구매력이 떨어진 상황이라 어쩔 수 없다. 최근 주주총회에서 양사 대표가 올해는 어렵다고 천명했다”며 “비상경영 상황에서 고객과 임직원의 건강을 최우선으로 예방활동을 강화하는 등 장기전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2년간 국내 판매에서 업계 3위를 유지한 쌍용차는 10여년 만에 최대 고비를 맞았다. 자칫 올해 회사 존폐가 판가름 날 수도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올해 1분기 쌍용차는 전년 동기(3만3627대)보다 28.2% 판매가 급감한 2만4139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로 인해 쌍용차는 올해 1분기 역시 적자가 불가피하다. 앞서 쌍용차는 중국 상하이자동차와 결별하기 직전인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연속(2016년 제외) 적자를 기록했다.

썽용차는 지난해 영업이익 2819억원 손실로 전년(-642억원)보다 4배 이상, 이 기간 당기순손실 역시 3414억원으로 5.5배 이상 악화되면서 사상 최악의 실적을 기록했다.

쌍용차도 올해가 고비다. 주력 시장인 유럽이 코로나19로 초토화된 데다, 2011년 하반기 모기업으로 자리한 인도 마힌드라그룹이 한국에서 철수한다고 밝혀서다.

국산차 산업은 10대를 생산해 6대를 수출하는 구조라, 코로나19로 세계 주요국이 셧다운에 빠지면서 올해 최대 위기를 맞을 전망이다. 현대차 울산 선적부두.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마힌드라그룹이 최대 주주로서의 지위를 포기하면, 쌍용차는 독자 생존 방안을 찾아야 한다. 이에 따라 2009년 상하이차와 결별하면서 법정관리에 들어가기도 했던 쌍용차의 운명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마힌드라그룹의 추가 지원이 없을 경우 쌍용차의 독자 생존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마힌드라그룹은 쌍용차의 자본 확충을 위해 2300억원을 투입키로 했으나, 코로나19 확산 등 대외 환경 악화로 이 같은 계획을 실현하기가 어렵다고 최근 판단했다는 게 업계 진단이다.

지난해 12월 말 현재 쌍용차가 보유한 현금자산은 1200억원으로, 지난해 급여로 나간 고정비용(4300억원)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차입금은 2540억원이다.

쌍용차의 차량 판매가 급증하지 않을 경우 유동성 위기는 불가피하지만, 코로나19 시대에 판매 확대를 장담할 수 없다.

쌍용차 차기웅 부장은 “이미 지난해부터 비상경영에 들어갔다”며 “사상 최고의 역성장과 코로나19로 유럽시장 셧다운 등 내수와 수출이 모두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잘 해야 하는데 많이 안 좋다”로 토로했다.

쌍용차가 상품성 개선 모델을 투입하는 등 회사 정상화에 팔을 걷었지만, 모기업 마힌드라가 한국 철수를 결정해 올해 존폐가 안개 속이다. 신형 코란도. (사진=쌍용자동차 제공)

올해 1분기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선방한 한국GM과 르노삼성은 노조가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노조가 임금과 단체협상에서 회사 측과 갈등을 보이고 있다.

한국GM 노조는 지난해 하반기 임단협으로 사측과 갈등을 겪다, 노조 새 집행부에 2019 임단협을 맡겼다. 지난해 상반기에 2018 임단협을 타결한 르노삼성노조도 2019 임단협에 사측과 이견을 보이고 있다. 두 회사가 장기화된 경기 침체와 코로나19 사태, 노사 갈등으로 좌초 위기에 있는 셈이다.

한국GM은 지난 1월, 올해 전략모델인 트레일블레이저를 투입하면서 국내 판매가 14.4% 크게 증가(1만6650대→1만9044대)했다. 르노삼성 역시 2월 선보인 쿠페형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M3이 큰 인기를 끌면서 같은 기간 국내에서 1만9988대를 판매해 20.1%(3351대) 판매가 급증했다.

반면 수출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1분기 한국GM은 6만7494대를, 르노삼성은 8322대를 각각 수출해 전년 동기보다 33%(3만2276대), 63%(1만4251대) 수출이 감소했다.

르노삼성 양일영 매니저는 “신차 판매가 계속 좋아야 한다”며 “2016년 온라인 판매 채널을 구축해, 구매 고객의 50%를 차지하는 차량에 관심이 많은 2030세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갑이 상대적으로 얇은 이들 세대를 공략하기 위해 르노삼성은 이달 60개월 저리할부에서 72개월 저리할부 상품을 선보였다. 르노삼성은 올해 XM3 등 모두 6종의 신차를 국내에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GM과 르노삼성은 올해 전략 모델을 조기에 투입하면서 국내에서는 선방했지만, 수출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한국GM의 트레일블레이저가 코엑스에 전시됐다. (사진=정수남 기자)

그러면서도 그는 “내수보다는 수출이 관건”이라며 “수출 해법은 노사 이슈가 해소되고 찾아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GM 관계자는 “트레일블레이저가 한국GM의 수익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며 “내수와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부평공장에서 생산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지난해 마무리됐어야 할 임단협이 해를 넘겨 잠정합의안을 지난달 마련한 게 다소 위안”이라며 “이번 잠정합의안을 조속히 타결해 회사 정상화에 주력하겠다”고 부연했다.

김필수 교수는 이와 관련, “쌍용차는 답이 없다”며 “나머지 4사도 생명 유지를 위해 최소 한도로 내수를 활성화하는 수밖에 없다. 해외 시장은 혼수상태라 방법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산차 산업은 환율, 고비용·저생산, 강성 노조 등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며 “전향적인 사고의 전환 없이는 큰 위기를 겪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아차는 현대차가, 대우자동차는 미국 GM이, 삼성자동차는 프랑스 르노가, 쌍용차는 상하이차가 각각 인수했다.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