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설상가상’올해 사업 불투명…정유4사 비상경영 돌입
단기적 해법없어, 생존이 유일한 목표…“고도화 등 진행늦어”

[시사경제신문=정수남 기자] #. 원숭이 실험.
인간과 함께 영장류에 속하는 원숭이를 3일간 굶기고, 잠을 재우지 않았다. 3일 후 우리에 바나나와 잠자리, 암컷 원숭이를 넣었다. 원숭이는 가장 먼저 바나나를 양껏 먹고, 잠을 잤다. 원숭이는 잠에서 깨어난 후 이성에게 관심을 보였다.
인간이나 동물이나 먹고사는 게 일차적인 본능이다. 시사경제는 먹고 사는 일과 직결된 경제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에 빠진 점을 고려해 산업별 진단과 함께 처방을 찾았다.

첫번째로 국가 기간 사업이자, 효자 산업인 정유산업을 살폈다.

[글 싣는 순서]
[韓경제, 긴급 진단①] 정유산업

[韓경제, 긴급 진단②] 자동차산업
[韓경제, 긴급 진단③] 반도체산업
[韓경제, 긴급 진단④] 선박·철강[끝]

국내 정유4사가 올해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다. 이들 4사는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떨어져 모두 비상 경영에 들어갔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SK에너지, GS칼텍스, S-Oil, 현대오일뱅크 기업 이미지. [사진=정수남 기자]

“국내 정유산업은 독과점입니다.”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의 말이다.

최 전 장관은 2011년 상반기 국내외 유가가 급격하게 오르자, 국내 유가 인하는 정유4사의 몫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에 따라 최 전 장관은 당시 국내 정유 4사에 석유제품을 리터(ℓ)당 100원씩 내릴 것을 반강제로 요구했다.

국내 정유4사가 최근 코로나19의 세계 창궐로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19로 올해 세계 경제가 불투명해지자, 국제유가가 급락했기 때문이다.

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올해 초 두바이유 현물가격은 배럴당 70달러에서 이달 초 25달러로 64.3% 급락했다.

원유를 100% 수입에 의존하는 정유 4사에는 이익이다. 다만, 원유와 함께 석유제품 가격도 크게 하락했다. 같은 기간 싱가포르 석유제품시장에서 배럴당 휘발유와 경유 가격은 각각 69%(71달러→22달러), 59%(81달러→33달러) 내렸다.

원유와 함께 석유제품 가격이 모두 급락해 국내 정유사에 비상이 걸렸다.

◇ 원유·석유제품가격 모두 급락…비상경영에 돌입

이들 국내 4사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원유를 도입해 정제한 이후 석유제품을 비싸게 수출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사업 비중은 80%가 정유사업이다.

다만, 해법이 없다는 게 문제이다.

업계 1위 SK에너지 김영도 부장은 “아직은 해법이 없다”면서도 “경영책은 대외비라 말할 수 없다. 각 사업별로 비상 경영체제에 들어갔다”고 말했다.

SK에너지는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손실(322억원)로 돌아섰다. 지난해 두바유가 연평균 63.5달러로 전년(69.4달러)보다 8.5% 떨어졌으며, 이 기간 싱가포르시장에서 석유제품 가격 역시 10.3%(78달러→70달러), 8.3%(84달러→77달러)로 크게 꺾여서 이다.

이로 인해 SK에너지는 지난해 매출 32조4,423억원, 영업이익 3,751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7.3%(2조5,580억원), 54.7%(4,535억원) 줄었다.

SK에너지는 2011년 매출 59조5,143억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당시 두바이유가 106달러로 비쌌지만, 싱가포르 유가 역시 각각 117달러, 126달러로 역시 고가에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국내 정유 업계는 정제 마진으로 수익을 내고 있다. 올해 유가하락에 단기적인 해법이 없어, 이들 4사는 생존이 올해 유일한 경영 목표인 것으로 파악됐다. SK주유소와 GS칼텍스 주유소가 기름을 들여오는 모습. [사진=정수남 기자]

올 들어 싱가포르의 평균 유가는 각각 54달러, 60달러로 떨어지자, 국내 정유사들은 모두 비상경영에 돌입했다.

업계 2위 GS칼텍스 역시 비상경영에 들어갔다.

이는 올해 국제 유가 급락에 지난해 요약기준 매출 32조4,382억원, 영업이익 8,306억원, 당기순이익 4,338억원으로, 전년보다 8.7%(3조814억원), 각각 29.3%(3,448억원), 36%(2,452억원) 크게 감소한 점을 감안한 행보이다.

GS칼텍스 이주영 부장은 “비상경영에 들어갔다”며 “코로나19 등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 원유가 하락에 따른 예상 시나리오로 만들어 적시에 적용, 비용의 전략적 운용, 안전·환경 부분 강화 등 4개 부문에서 대응책을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S-Oil도 상황은 마찬가지이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전년보다 4.1%(25조4,633억원→24조3,942억원) 감소로 다소 선방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34.3%(6,395억원→4,201억원), 74.7%(2,580억원→6,542억원) 큰 폭으로 떨어졌다.

◇중장기 전략으로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단기 대책 없어

익명을 요구한 S-Oil 관계자는 “비상경영 상황이다. 비용 절감 등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할 것”이라며 “사업의 80% 이상이 정유 부문이라 사업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코로나19라는 불가항력적인 요인으로 유가와 수요가 동시에 축소돼 단기적인 대책이 없다”며 “S-Oil은 중장기적으로 사업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있다. 석유화학사업을 위한 1차 고도화 시설을 준공한데 이어 2024년까지 2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유업계에서 지난해 상대적으로 호실적을 낸 현대오일뱅크는 구체적인 대응책을 구사하면서 비상경영을 펼치고 있다.

우선 현대오일뱅크는 강달호 사장 등 임원 급여의 20%를 반납하고, 경비를 최대 70%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강 사장은 정제 마진이 크게 감소한 지난해부터 매주 비용 절감과 수익개선 방안을 강구하는 비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들 정유 4사는 석유화학 분문을 확충하는 등 다양한 대책을 세우고 있지만, 이 역시 중장기 사업이라 올해 경영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주유소들은 전기차충전소 설치로 수익 다각화를 꾀하고 있다. [사진=정수남 기자]

현대오일뱅크 설정훈 차장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제품 수요가 줄며 원유가격과 제품가격이 동시에 추락해 정제마진이 대폭 감소했다”며 “재고 관련 손실까지 누적되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비상경영에 돌입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이 회사는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보다 1.8%(21조5,036억원→21조1,168억원)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1%(6,610억원→5,220억원), 22%(4,020억원→3,129억원) 하락하는 등 업계에서는 최소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의 어려움은 지난해부터 지속됐다”며 “정유사의 마진은 이미 마이너스로, 석유제품을 팔면 팔수록 손해인데다 이번 코로나19가 겹치면서 정유사들은 생존이 유일한 목표가 됐다”고 지적했다.

국내 정유업계가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석유제품 수요 감소로 원유와 석유제품가격이 동시에 추락해 정제마진이 대폭 줄고, 재고 관련 손실까지 누적돼 실적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게 이 관계자 풀이다.

이 관계자는 “정유사들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고도화 설비를 확충하는 등 석유화학 사업을 강화하면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면서도 “늦은 감이 있다. 이 같은 전략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나왔어야 하며, 특단의 해법이 없는 만큼 비용 절감 등으로 올해를 살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한편, 석유제품 수출은 국내외 육가가 사상 최고이던 2012년 545억 달러로 전체 산업에서 수출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석유제품 수출액은 407억 달러로 5위를 차지했다.

올해 1분기 석유제품 수출은 91억8,700만 달러로 전년 동기(96억2,400만 달러)보다 4.5% 감소에 그쳤다. 이미 계약이 성사된 물량이라 감소폭이 적었다. 이 기간 석유제품은 수출 전체 산업 5위에서 4위로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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