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산분리 특혜 받을 자격 있는지 경영부터 점검해야”

[시사경제신문=민정수 기자] 대한민국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가 생사기로에 놓였다.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기준서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 요건을 제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다. 케이뱅크는 지난 2017년 4월 출범하자마자 1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면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 4월 유상증자에 실패하면서 신용대출이 중지돼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2등 카카오뱅크에 따라잡혔으며 이대로라면 내년 7월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에도 NO2 자리도 내줘야 할 상황이다. 케이뱅크 앞에 놓인 녹록지 않은 현실을 세 차례 짚어본다. -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 기로에 선 케이뱅크, 혁신은 계속되나

- 케이뱅크, ‘은산분리’ 첫 수혜자되나

- 앞지른 카카오뱅크, 뒤따라오는 토스뱅크

지난 2018년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본회의 통과로 산업자본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은행 지분 10%에서 30%까지 소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케이뱅크가 은산분리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는지를 놓고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 케이뱅크 본사. (사진=민정수 기자)

 

“은산분리라는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18년 8월 7일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행사에서 한 발언이다. 현장엔 당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민병두 정무위원장, 박영선·정재호 의원 등 민주당 주요당직자가 참석했다.

문 대통령 이날 여당 지도부를 앞에 두고 "인터넷전문은행 규제혁신이야말로 고여 있는 저수지의 물꼬를 트는 일"이라며 직접 국회의 입법으로 뒷받침해달라는 발언까지 했다. 때마침 민주당과 한국당, 바른미래당 등 여야 3개 교섭단체가 참여하는 민생경제법안 태스크포스(TF)도 이날 은산분리 완화에 의견을 모았다. 이런 분위기 속에 정부와 여야가 의견일치를 모으면서 같은 해 9월 20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의 지분 보유를 30%까지 늘리는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이 통과됐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에 제한을 두는 제도다. 은행법상 산업자본은 의결권이 있는 은행 지분을 4% 넘게 가질 수 없다. ‘삼성은행’ ‘롯데은행’은 불가능하다. 다만 4% 초과분에 대한 의결권 미행사를 전제로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으면 최대 10%까지 보유할 수 있다. 산업자본이 10% 은행 지분을 가지고 있어도 의결권은 4%만 행사가 가능하다는 의미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잠식할 경우 발생한 불공정을 염두한 조치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 모두 최대 주주는 금융자본으로 각각 우리은행과 한국투자금융이 최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은산분리 완화 필요성을 요구하는 측의 견해를 들어보면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은산분리 규제로 주주 구성이 복잡해지고 한 기업이 실질 경영권이 없다 보니 운영이 어렵다는 주장이다. 2018년 8월 기준 케이뱅크 주주 구성을 보면 최대주주인 우리은행이 13.79%, KT(10%), NH투자증권(10%), 한화생명보험(9.41%), GS리테일(9.26%), KG이니시스(6.61), 다날(6.61%) 순이다. 여러 주주가 비슷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어느 한 기업이 주도할 수 없다.

두 번째는 핀테크 사업 육성을 위해 은산분리 완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금융위 등 은산분리 완화에 찬성하는 측은 핀테크 산업을 육성에 따른 고용 유발 효과가 크다는 게 업계 분석이라며 일자리가 늘어나는 만큼 정부에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끝으로 은행산업의 근본적인 구조를 바꿔 전문경영자 중심으로 은행을 운영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은행 최고경영자가 교체되는 일이 반복되는 일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인데 은행 전반의 생태계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인터넷전문은행도 은산분리 완화를 당·정에 요구해왔다. 캐이뱅크 심성한 전 행장은 “은산분리 원칙에 따라 증자를 진행하다 보니 어려움을 겪는다. 원칙을 크게 훼손하지 않는 테두리내에서 공간을 열어줬으면 한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 윤호영 대표도 은산분리 완화가 늦어져 은행의 혁신속도가 느려진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케이뱅크 경영악화, 은산분리 원인 아냐”

은산분리 완화 반대 목소리도 크다. 진보성향의 정당·시민단체들이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케이뱅크가 은산분리 완화에 따른 특혜를 받을 자격이 있느냐는 비판이 크다. 

케이뱅크의 악화된 재무는 은산분리와 별개로 케이뱅크의 경영실패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BIS 비율과 연체율 등이 악화된 것을 단순히 증자 실패 탓으로 돌렸다는 비판이다. 비슷한 시기 출범한 카카오뱅크는 시간이 갈수록 실적이 좋아지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뱅크는 카카오가 설립했지만, 산업자본이 아닌 은행자본인 한국투자금융지주로부터 투자금(58%)을 유치했다.

정의당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참여연대 등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가 2013년 동양그룹 사태를 사례로 들며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은산분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라며 비판했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이 기존 은행이 외면한 중금리(중신용자) 대출 확대라는 기대에 충족했는지 의문”이라며 “은산분리 규제 완화로 특혜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경영실패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은산분리 완화를 반대해 온 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통과 직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인터넷은행은 딱 두 개, 카카오뱅크와 K뱅크가 있다"며 "카카오뱅크는 영업이 잘 된다. 작년 대출규모만 7~8조다. 그런데 K뱅크만 작년 한해만 800억 가까운 손실이 일어났다. 수익 모델의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부분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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