ℓ당 2천원 넘어…2012년 사상 최고가격 추월
국내 휘발유·경유값 각각 10·11주 연속 내려
국제유가 하락폭 70%선 …“유가하락세 지속”

[시사경제신문=정수남 기자] 국제유가가 떨어지면서 국내 유가 역시 10주 이상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세계적 확산으로 올해 경제 전망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5일 한국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유가정보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전국 주유소의 리터(ℓ)당 평균 휘발유 판매가격은 1월 4주 1,571원으로 올해 들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1월 4주차(20일)에는 국내에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후 코로나19 확진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휘발유 가격은 4월 1주차(1,392원)까지 10주 연속 내렸다. 이 기간 휘발유 가격 하락률은 11.4%(179원)로, 3일 현재 국내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62명으로 집계됐다.

ℓ당 경유가격 역시 1월 3주차(1,401원)으로 올해 최고를 보였으나, 4월 1주차(1,198원)까지 11주 연속 떨어지면서 이기간 14.5%(203원) 하락률을 나타냈다.

경유가 산업용으로 많이 쓰여, 경제침체 전이 낙폭을 키웠다는 게 공사 분석이다.

4월 1주차 석유제품 가격은 국내 유가가 사상 최고이던 2012년(각각 1,986원, 1,806원)보다 20.9%, 33.7% 급락한 것이다.

국내 유가의 지속적인 약세는 코로나19로 국제 유가가 큰 폭으로 내려서 이다.

실제 국내 유가에 4주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 두바이유는 올해 70% 급락했다. 두바이유는 1월 6일 배럴당 70달러로 거래됐지만, 이후 등락을 거듭하다 이달 1일 21달러로 장을 마감했다.

(위부터)서울 삼성동에 있는 주유소의 3일 유가 현황과 2012년 7월 서울 강남 한 주유소 유가 현황. [사진=정수남 기자]

세계 경기 흐름을 좌우하는 브렌트유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1월 6일 각각 69달러, 63달러로 거래를 마쳤지만, 지난달 말 23달러, 20달러로 56.5%, 68% 큰 폭을 내렸다.

우리나라 유가에 2주의 시간을 두고 반영되는 싱가포르 현물시장 가격 역시 크게 꺾였다.

올해 1월 2일 싱가포르 시장에서 배럴당 휘발유가격은 71달러, 경유가격은 81달러로 장을 마쳤지만, 4월 들어서는 각각 18달러(1일), 32달러(2일)로 74.6%, 60.5%로 역시 크게 하락했다.

다만, 서울 강남 유가는 여전히 강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서울 강남 유가는 ℓ당 2,000원을 넘어서는 등 2012년 수준을 보이고 있다. 강남이 ‘부동산 불패’로 이름났지만, 유가에서도 같은 현상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2012년 서울 주유소의 평균 판매가격은 ℓ당 휘발유가 2,059원, 경유가 1,891원이었으며, 지난달 평균 가격은 각각 1,556원, 1,382원으로 파악됐다.

성남 중원구 산성대로 알뜰주유소와 셀프주유소 3일 유가 현황. [사진=정수남 기자]

반면, 강남에서 직선거리로 10㎞ 떨어진 경기도 성남시 중원구 산성대로 유가는 전국 평균가격 수준으로 확인됐다.

중원구 M주유소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국내외 유가 하락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주유소 마진도 적어 폐업 주유소도 더욱 늘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 주유소가 사상 최고이던 2012년 4월 전국 주유소는 1만2,907(영업업소)곳에서 지난달에는 1만1501곳으로 8년 사이 11%가 감소했다.

한편, 주유소들이 정유사 공급가를 주초에 판매 가격에 반영해 유가 하락기에는 주초에, 유가 상승기에는 주말에 각각 주유하는 게 유리하다.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