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유동성 무제한 공급…금융시장 안정 도모
소비중심, 美와 경제구조 달라…“돈있어도 안써”

[시사경제신문=정수남 기자] 금융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 경기가 혼수상태에 빠지자 시중에 무제한으로 유동성을 공급한다. 금융 시장 안정으로 내수를 살린다는 계획이지만, 성공 여부는 예단할 수 없다.

한국은행은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으로 시중 은행에 무제한으로 현금을 제공한다고 2일 밝혔다.

한국은행이 금융시장 안정과 이에 따른 내수 부양을 위해 시중은행에 무제한으로 현금을 제공한다. 서울 중구 한국은행. [사진=정수남 기자]

RP는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에 다시 사는 조건으로 채권을 팔고 경과 기간에 따라 소정의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이다.

한은이 RP를 매입하면 시장에 돈이 풀리는 효과가 발생하면서, 풀린 돈으로 내수가 살아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이 2008년 세계 금융위기에 따른 경제 회복을 위해 2010년대 구사한 양적완화(QE)와 비슷한 셈이다.

이를 위해 한은은 이날 시중에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 은행과 증권사를 대상으로 RP 매입 입찰을 진행한다.

다만, 효과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게 금융가 분석이다.

미국의 경우 소비 확대로 경제성장을 추구하는 경제구조를 지녔지만, 우리의 경우 제조업과 이를 바탕으로 한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어서서 이다.

미국 달러가 2차 세계 대전 이후 세계 공용 화폐가 됐고, 미국이 1970년대 후반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석유거래 대금을 달러로만 결제할 것을 협약하면서 미국은 세계에 달러를 원활하게 공급해야 한다.

이로 인해 미국은 최대 수입국이 됐으며, 미국인들은 대규모 소비로 세계 경제를 주도했다. 아울러 시장에 달러가 부족하면 미국은 달러를 찍어내면 된다.

반면, 우리의 경우 미국과는 다른 경제구조에다 국민성에서도 차이가 있다. 호주머니에 돈이 많다고 함부로 쓰지 않는 것이다.

우리 민족은 예부터 근검 절약을 미덕으로 생각했으며,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금융위기를 각각 겪으면서 예측 할수 없는 미래에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국민 의식에 팽배하다고 금융가는 분석했다. 기업도 상황은 비슷하다.

돈이 있어도 쓰지 않고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쟁여둔다는 뜻이다.

한은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이 코로나19 사태로 불안한 상황을 지속하고 있다”며 “경기침체 전망으로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기업의 유동성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는 “한도 제한 없는 유동성 공급으로 불안 심리가 완화돼 국내 금융시장이 안정되고, 정부의 '민생·금융안정 패키지 프로그램' 운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하순 일정 금리 수준에서 시장의 자금 수요 전액을 제한 없이 공급하는 주 단위 정례 RP 매입 제도를 3개월간 도입키로 결정했다.

한은은 매주 화요일 정례적으로 RP 매입 입찰을 하고, 4월 첫 입찰은 이날 갖기로 했다.

저작권자 © 시사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