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필수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김필수자동차연구소장)

이달 25일부터 일명 ‘민식이법’으로 불리는 어린이보호구역 개정안이 시행됐다. 개정법은 어린이보호구역(스쿨존)에서 교통사고 등이 발생했을 경우의 운전자 가중처벌과 구역 내의 보호시설 강화 등을 골자로 한다.

이번 개정안은 어린이 보호기준을 강화하면서 가중처벌 조항이라는 형평성에 맞지 않는 조항이 포함됐다. 개정안의 독소 조항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우선 어린이보호구역 내 보호시설 강화이다. 어린이보호구역 내에 신호등과 무인 과속 단속기를 각각 설치하고, 과속방지턱도 만들어 최대한 어린이를 보호할 수 있는 인프라를 확충하는 것이다.

여기에 운전자 처벌조항 강화도 들어있다. 운전자가 규정을 어겨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사고를 내고, 사고로 어린이가 부상했을 경우는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만일 어린이가 사망했을 경우 운전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을 받게 된다.

이번 개정안이 살인사건에 준하는 과한 처벌을 포함한 악법이 된 셈이다. 가장 큰 문제는 모든 국민이 볼모가 됐다는 것이다. 현재 전국에는 1만6,000군데의 어린이보호구역이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가중처벌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안전운전 의무를 어겼을 경우지만, 법이 상황에 따라 애매모호하게 규정하고 있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어린이보호구역 횡단보도 앞에서 일단 정지를 하지 않았을 경우, 구역 내 운행기준인 시속 30㎞ 이상으로 운행했을 경우, 구역 내에서 스쿨버스를 추월해 사고를 낸 경우, 신호를 어겼을 경우 등, 이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하게 되면 바로 징역형을 받는다는 뜻이다.

국회가 재개정안을 통해 개선해야 하지만, 현재 이 같은 움직임은 전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독소조항으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법이나 규정은 주변에 많다. 악법이라 할 수 있으나, 입법부인 국회는 개선의 의지가 전혀 없다.

이를 감안해 운전자는 조심에 조심을 통한 운전으로 피해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현재 어린이보호구역을 피해가는 길을 알려주는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이 등장했다고 한다.

처벌도 좋지만 의식제고를 위한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어릴 때부터 안전의식을 위한 교육이 미비하고, 세계에서 가장 낙후된 운전면허제도를 통해 도로에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와 입법부가 제대로 된 큰 그림을 보는 시각이 우선이다.

이번 독소조항을 적용받는 첫 운전자가 법시행 이후 발생했다고 한다. 사후 약방문이지만 제대로 된 처방으로 다른 피해자가 추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법 취지는 좋지만, 무리한 독소조항이 있다면 재개정으로 개선돼야 한다.

어린이보호구역에 대한 기준 강화는 당연하지만, 균형도 필요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개정을 요구하는 의견이 20만명이 넘은 이유이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면서 개정을 미루는 것은 직무유기이다. 국민을 담보로 하는 악법을 하루 속히 개선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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