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경제신문=정수남 기자] “국민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죽어가고 있는데, 대통령이….”

올해 초등학교 4학년에 올라가는 딸 아이의 일성이다. 그 옆에 있던 6학년 올라가는 아들도 맞장구를 친다.

지난 주말 딸이 아버지의 휴대폰을 만지작하더니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0일 청와대에서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먹었다는 영상을 보고한 한 말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지난해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미국 아카데미시상식 등에서 수상한 방화 ‘기생충’ 제작진의 노고를 치하하고, 극중 등장하는 짜파구리를 제작진과 함께 먹었다고 한다.

짜파구리는 농심라면 짜파게티와 너구리 면을 함께 삶은 후 물을 따라내고, 짜파게티 스프와 너구리 스프를 비비면 완성된다, 짜파구리는 짜파게티 느끼한 맛을 너구리가 잡아주면서 어린이 간식으로 인기이다.

게다가 지난해 기생충이 1,0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하면서 극중 등장하는 짜파구리가 국민 간식으로 부상했다고 한다. 사회, 경제적 양극화를 적나라하게 그린 기생충에서 극중 부자 동익(이선균 분)의 어린 아들 다송(정현준)이 한우를 넣은 짜파구리를 자신의 엄마 연교(조여정)를 통해 빈민 가정부 충숙(장혜진)에게 만들어 달라고 하는 장면이 나오기 때문이다.

2011년 9월 15일 오후 한국전력공사는 전력부족을 이유로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 순환정전을 단행했다.

주무부처인 지식경제부(현 산업통상자원부) 최중경 장관은 당시 정전의 심각성을 모른 채 이명박 대통령이 주최한 청와대 만찬에 참석했다.

같은 달 하순 열린 국정감사에서 “정전으로 국민은 고통받고 있는데 밥이 넘어 갑디까?”라고 야당 의원들은 최 장관을 성토했다.

최 장관은 같은 해 11월 지식경제부 장관으로서는 가장 짧은 11개월을 일하고 옷을 벗었다. 반면,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임기를 꽉 채웠다.

이명박 대통령과 최 전 장관의 차이? 만찬 주최자와 피주최자 정도지만, 오십보 백보 아닐까?

조선시대 임금들은 가뭄이 들거나 역병이 창궐해 백성이 신음하면 자신의 부덕을 탓하며 식음을 전폐하기도 했다고 한다. 정사에 힘써야 할 VIP가 식음은 끊지 못할 망정 전날 코로나로 국내 첫 사망자가 발생했는데, 그날 꼭 짜파구리를 먹어야 했을까?

물론, 기생충 팀의 청와대 초청은 코로나19가 창궐하기 전에 이미 잡혔다고 한다. 다만, 국가적 재난상황에서 굳이 초청을 강행할 필요가 있었는냐 하는 것이다.

짜파구리는 코로나19를 극복하고 먹어도 그 맛은 변치 않기 때문이다.

14세기 중반 흑사병(페스트)이 유럽을 덮쳤다. 영국과 프랑스가 전쟁(100년 전쟁)을 잠시 중단할 정도로 페스트의 심각성은 대단했다. 실제 당시 유럽 인구 80%가 세상을 등졌다.

코로나19가 21세기 페스트라면 과장일까?

알베르 까뮈는 소설 ‘페스트’로 1957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그는 자신의 작품에서 페스트를 극복하기 위해 한치의 오차도 없는 ‘사회적 연대’를 강조한다.

중국 임제 선사는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이라고 했다. ‘언제 어디서나 주체적일 수 있다면, 그 서 있는 곳이 모두 참되다’는 뜻이다.

VIP의 이번 짜파구리 만찬은 참된 것일까?

이번 짜파구리 만찬이 사회적 연대를 깨트리는 계기가 되지 않길 바랄 뿐이다. 코로나19 백신이 올 연말이나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앞으로도 갈 길이 멀어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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