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 초부터 3세 경영 가동…초반 경영실적 ‘우수’
회사 규모 확대·업황난조…지주사·타이어실적, 곤두박질
올 실적 악화전망…업황 난조에 조 대표이사 불구속재판

[시사경제신문=정수남 기자] #. 대한민국 경제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수출 중심인데다 대기업의 과실을 중소기업이 나눠 갖는 낙수효과(트리클 다운) 시스템이다. 실제 3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 한 대를 제작하는데 5,000여개의 중소기업이 연관돼 있다.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축을 추진하지만, 1960년대 경제발전 단계부터 반세기 넘게 고착된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계를 깨트리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전후 독일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시사경제는 지난해 상반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59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3, 4세 경영체제를 구축한 주요 대기업집단 오너의 지난해 실적과 함께 올해 사업계획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국내 타이어 업계 1위인 한국타이어를 살폈다.

이 회사는 조양래 회장의 장남 현식 씨가 지주회사인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부회장을, 차남 현범 씨가 그룹의 주력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대표이사를 각각 맡아 경영을 전담하고 있다. 이중 조현범 대표는 그룹의 최고운영책임자(COO)인 사장직도 겸하고 있다.

[글 싣는 순서]

[오너 3세 기업분석, 삼성電·현대車 ①] 이재용 부회장 ‘곤두박질’…정의선 수부 ‘상승기류’
[오너 3세 기업분석, SK②] 최태원 회장 ‘한 박자 쉬고’
[오너 3세 기업분석, LG③] 구광모 회장 ‘경영 수업 더 받아야 하나’…실적 2년 연속 하락
[오너 3세 기업분석 한화④] 김동관 부사장·김동원 상무 ‘형제는 용감했다(?)’
[오너 3세 기업분석, 한진⑤] 조원태 회장 ‘그룹 재건 숙제에 오너 리스크까지’
[오너 3세 기업분석, 두산⑥] 박정원 회장 ‘올해 ’분당‘시대 열고, 경영 탄력’
[오너 3세 기업분석, 효성 ⑦] 조현준 부회장 ‘7대 전략 사업 선전에 방긋’
[오너 3세 기업분석, 한국타이어⑧] 조현식 부회장·현범 대표, 경영능력 부족·모럴헤저드까지…가업 ‘흔들’ [끝]

한국타이어그룹 조양래 회장의 (왼쪽부터)장남 현식 부회장과 차남 현범 대표이사가 경영을 맡았지만, 실적은 기대 이하이다. [사진=정수남 기자]

한국타이어그룹이 2010년대 들어 야심차게 3세 경영을 시작했지만, 실적부진에 오너의 도덕적 해이(모럴헤저드)가 겹치면서 가업이 흔들리고 있다.

26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타이어그룹은 2012년 하반기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조현식 씨가 사장에 취임했다.

이어 조 사장이 2018년 부회장으로 승진하면서 본격적인 경영 승계 단계로 진입했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다만, 조 부회장의 경영능력은 다소 미진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장 취임 이듬해 그는 요약기준 매출 1,535억원, 영업이익 1,196억원, 당기순이익 1,602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이후 조 부회장의 경영실적은 다소 부침이 있었지만 2015년 각각 2,236억원, 1,816억원, 1,727억원으로 2년 전보다 45.7%, 51.8%, 7.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 역시 80% 선으로 수익성도 탁월했다. 부채비율도 3%대로 재무구조의 안정성도 주요 기업 가운데 최고를 기록했다.

반면, 기업 규모가 확대되면서부터 조 부회장의 성적이 나빠졌다.

조 부회장은 종속 회사가 발생한 2016년 연결기준 매출 6,900억원, 영업이익 2,616억원, 당기순이익 2,695억원을 각각 달성했다. 2018년 매출은 8,480억원으로 2년 전보다 22.9% 급증했지만, 같은 기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모두 19%(501억원, 511억원) 급감했다.

지난해 실적은 더 나쁘다.

조현식 부회장의 경영실적은 기업 규모가 확대되면서부터 나빠졌다.

조 부회장은 지난해 매출 8,476억원으로 선방했지만, 경영능력의 척도인 영업이익은 1,709억원, 당기순이익 1,633억원으로 전년보다 각각 19.2%(406억원), 25.2%(551억원) 크게 줄었다. 영업이익률도 2016년 37.9%로 낮아졌고, 지난해에는 20.2%로 다시 하락했다.

이 기간 부채비율은 7.3%에서 6.3%로 개선됐다. 지난해 그룹의 종속회사는 8개사로 집계됐으며,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은 같은 기간 1,513억원으로 26.9%(558억원) 크게 감소했다.

한국타이어산업협회 관계자는 “지난해 세계 자동차산업 침체로 타이어업계 역시 직격탄을 맞았다”며 “올해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타이어업계 업황이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업계 한 관계자는 “오너의 경영 능력은 어려울 때 빛을 낸다”며 “조 부회장의 경우 업황이 어려울 때, 기업 규모가 커졌을 때 실적이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2012년 한국타이어 사장에 오르고 지난해 대표이사에 오른 조현범 대표도 마찬가지이다.

 

조 사장이 사장에 오른 이듬해인 2013년 연결기준 매출 7조692억원, 영업이익 1조310억원, 당기순이익 7,350억원 등 우수한 성적을 냈다. 조 사장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1조원 시대를 열면서 경영능력을 입증 받은 것이다.

2010년대 중반 들어 세계 경기가 나빠지면서 조 사장의 실적도 고꾸라졌다.

조 사장은 2015년 매출 6조4,282억원, 영업이익 8,850억원, 당기순이익 6565억원 등으로 2년 전보다 각각  9%(6,410억원), 14.2%(1,460억원),  10.7%(785억원) 증가 등으로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49.5%에서 45.8%로 소폭 개선됐지만, 이 기간 영업이익률은 14.6%에서 13.8%로 줄었다. 아는 국내 주요 기업들보다는 두배 정도 높은 것으로 수익성은 우수했다.

세계 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조 회장의 경영 능력도 한계를 드러냈다.

2018년 매출은 6조7,951억원으로 2년 전보다 2.6%(1,773억원) 늘었으나, 이 기간 영업이익(7,027억원)과 당기순이익(5,304억원)은 36.3%(4,005억원)과 39.7%(3.487억원) 각각 급락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38%에서 30.7% 나아졌으나, 영업이익률은 16.7%에서 10.3%로 축소됐다.

◇ 조현범 대표, 지난해 실적 곤두박질…금품 수수혐의로 구속·기소

이수일 대표이사와 공동 대표이사에 오른 조 사장의 지난해 실적은 더 악화됐다.

한국타이어는 지난해 매출이 6조8,833억원으로 전년보다 1.3%(882억원) 증가에 그치면서 이 기간 영업이익은 22.6%(7,027억원→5,440억원), 당기순이익은 19%(5,304억원 →4,296억원) 각각 급감했다. 같은 기간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도 4,195억원으로 19.7%(1,027억원) 감소했다.

같은 기간 한국타이어의 부채비율은 29.2%로 개선됐으나, 영업이익률은 7.9%로 국내 주요 기업 수준으로 떨어졌다.

올해 한국타이어 상황은 안개 속이다.

조현범 대표가 하청업체로부터 수억원의 돈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지난해 11월 구속됐기 때문이다. 조 대표는 24일 보석으로 풀려났지만,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라 경영에 전념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재계 분석이다.

이와 관련, 타이어산업협회 관계자는 “이수일 대표 체제로 비상 경영을 실시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치 않다”고 설명했다.

이로 인해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투자가치가 미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의 올해 호실적도 불투명하다. 한국타이어의 초고성능 타이어. [사진=정수남 기자]

그룹은 2015년 10월 31일 5,577원으로 장을 마쳤으나, 이후 꾸준히 하락해 2018년 12월 28일에는 549원으로 폭락했다. 올 들어서는 23일 종가 678원 이후 25일 8,830원으로 상승했다.

한국타이어도 2017년 7월 21일 6만7,800원으로 사상 최고점을 찍었지만, 이달 23일 1만5,050원으로 주저앉으면서 오너리스크를 반영했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23일 종가는 1만8,500원으로 뛰었다.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올해 자동차업황이 불투명해 타이어산업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현 정부가 경제사범에 대해서는 일벌백계 방침을 천명한 만큼 조 대표의 실형이 예상된다”면서 이들 회사에 대한 투자 유보를 제시했다.

이와 관련, 한국타이어의 입장을 듣기 위해 회사로 전화를 걸었지만, 이 회사 홍보대사인 연예인 차승원 씨의 목소리만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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