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운송 한진, 영업익 120% 급증…수익성 등 재무 지표 양호
대한항공, 영업익 2천500억원 업계유일 흑자…재무구조 ‘안정적’
올해 화물에 집중 ‘공급 부족’…27일 주총서 사내이사 선임 유력

[시사경제신문=정수남 기자] #. 대한민국 경제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수출 중심인데다 대기업의 과실을 중소기업이 나눠 갖는 낙수효과(트리클 다운) 시스템이다. 실제 3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 한 대를 제작하는데 5,000여개의 중소기업이 연관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축을 추진하지만, 1960년대 경제발전 단계부터 반세기 넘게 고착된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계를 깨트리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전후 독일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시사경제는 지난해 상반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59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3, 4세 경영체제를 구축한 주요 대기업집단 오너의 지난해 실적과 함께 올해 사업계획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지난해 4월 24일 부친 조양호 회장이 타계한 지 8일 만에 같은 해 기준 재계 13위인 한진그룹의 조원태 회장의 실적을 들여다봤다.

[글 싣는 순서]

[오너 3세 기업분석, 삼성電·현대車 ①] 이재용 부회장 ‘곤두박질’…정의선 수부 ‘상승기류’
[오너 3세 기업분석, SK②] 최태원 회장 ‘한 박자 쉬고’
[오너 3세 기업분석, LG③] 구광모 회장 ‘경영 수업 더 받아야 하나’…실적 2년 연속 하락
[오너 3세 기업분석 한화④] 김동관 부사장·김동원 상무 ‘형제는 용감했다(?)’
[오너 3세 기업분석, 한진⑤] 조원태 회장, 그룹재건 숙제에 ‘오너리스크’까지
[오너 3세 기업분석, 두산⑥] 박정원 회장 올해 ‘분당’시대 열고 ‘경영 탄력’
[오너 3세 기업분석, 효성 ⑦] 조현준 회장, 7대 전략 사업 선전에 ‘방긋’
[오너 3세 기업분석, 한국타이어⑧] 조현식 부회장·현범 대표, 경영능력 부족·모럴헤저드까지…가업 ‘흔들’ [끝]

지난해 조원태 회장은 그룹의 주력인 대한항공과 한진의 영업이익 흑자를 내면서 경영 능력이 입증됐다. [사진=정수남 기자]

종합 운송기업인 한진그룹의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은 일단 합격점이다.

2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육상 운송을 전담하는 (주)한진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조623억원으로 전년(1조9,509억원)보다 5.7% 증가했다.

같은 기간 한진의 당기순이익은 전년(456억원) 흑자에서 손실(29억원)으로 돌아섰다.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 역시 31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다만, 이 기간 한진의 영업이익은 9,066억원으로 115.4%(4,858억원) 수직 상승했다. 통상 영업이익이 경영능력의 척도인 만큼 취임 첫해 조 회장의 경영 능력이 입증됐다는 게 재계 분석이다.

지난해 한진의 매출증가율(5.7%) 역시 국내 10대 그룹 평균과 비슷해, 향후 한진의 성장성도 양호하다.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도 44%로 탁월하고, 부채비율도 70.3%라 재무구조 역시 안정적이다.

이로 인해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서 한진의 가치가 오르고 있다.

한진은 2015년 3월 20일 주당 주가가 6만9,800원으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지만, 이후 오너 리스크 등으로 2018년 7월 6일에는 1만9,650원으로 급락했다.

그러다 조 회장이 사령탑에 앉으면서 주가는 4만원 초중반에서 등락했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창궐에도 불구하고 한진의 주가는 20일 3만2,500원으로 장을 마감하는 등 상대적으로 낙폭이 작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이에 대해 한진의 이승배 팀장은 “지난해 인천항 통합 등 사업 구조 개선과 온라인 등 관련 시장 확대로 전체 매출에서 40%를 차지하고 있는 택배 등 특송사업 매출이 꾸준히 늘었다”며 “순이익 감소는 2018년 동대구와 서대구버스터미널 매각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2010년대 세계 해운 업황 난조로 2017년 파산한 한진해운 영향이 남아 있어 올해도 구조조정을 지속할 것”이라며 “재무구조의 건전성이 뚜렷하게 개선 추세에 있다”고 덧붙였다.

그룹의 주력사인 대한항공 역시 지난해 견실한 성장을 일궜다.

대한항공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2조6,834억원으로 전년보다 2.6%(3,396억원) 줄었지만, 2,575억원의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대한항공의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59.8%(3828억원) 급감했지만, 국내 항공사가 모두 지난해 적자를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조 회장의 실적이 나쁘지 않다는 게 재계 진단이다. 실제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우 전년 282억원 흑자에서 지난해 4,437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대한항공의 당기순손실(6,228억원)과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손실(6,291억원) 등은 전년보다 3.3배 정도 확대됐다.

◇ 그룹 주력 대한항공, 영업익 2천600억원 달성…항공업계 유일

지난해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89.7%로 안정적이지만, 영업이익률 2%, 매출증가율 -2.6%로 수익성과 성장성은 미진하다.

대한항공 이종욱 부장은 이에 대해 “지난해 항공유가 크게 오르면서 당기순손실을 보였다”면서도 “대한항공은 국내 항공업체 가운데 유일하게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다른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로 보유 항공기의 80%의 발이 묶여 있다”며 “현재 세계 각국이 항공 화물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지 않아 화물기 중심의 운영으로 돌파구를 찾을 것이다. 화물의 경우 공급이 달리는 실정이라 당분간 화물 운송에 집중하겠다”고 부연했다.

주가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대한항공은 2010년 7월 2일 9만921원으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으나, 이후 하락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악재가 겹치면서 20일 종가는 1만2,800원을 찍었다.

증권가는 항공 산업에 대한 성장성을 전망하고 매수를 제시했다. 여기에 조 회장이 주력인 대한항공을 그룹 재건 첨병으로 내세운 점도 이 같은 제안에 힘을 보태고 있다.

조 회장은 2010년대 중반 대한항공 대표이사 당시 “급변하는 경영환경과 무한경쟁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책임경영과 함께 대한항공이 새로운 도약을 주도할 것”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조 회장이 넘어야 할 산도 만만치 않다. 최근 ‘남매의 난’으로 알려진 오너리스크이다. 최근 조 회장은 누나 조현아 전 부사장과의 경영권 다툼을 펼쳤다. 결과는 27일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판가름 난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오너리스크는 주총 결과를 봐야 알 수 있을 것”이라면서도 “큰 이변이 없는 한 조 회장이 사내이사에 재선임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1990년대 중반 한진그룹은 운송, 건설, 중공업 등에서 24개 계열사를 거느렸다. 한진그룹은 2003년 고 조양호 회장 체제에서 재계 11위 기업이었지만, 고 조 회장이 두 동생과 계열사를 나눠 독립경영을 실시했다.

고 조 회장은 항공과 한진그룹을 가져간 이후 2013년 한진칼을 내세워 지주회사 체제를 갖췄으며, 한진그룹은 2010년대 초 해운 업황 난조로 한진해운이 쓰러지면서 그룹의 세가 축소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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