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자회사를 통한 자본확충 ‘플랜B’도 난항…KT 출신 이문환 행장 구원투수될까

[시사경제신문=민정수 기자] 대한민국 인터넷전문은행 1호인 케이뱅크가 생사기로에 놓였다.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기준서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 요건을 제하는 내용을 담은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개정안’이 부결되면서다. 케이뱅크는 지난 2017년 4월 출범하자마자 1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면서 큰 기대를 모았지만, 지난해 4월 유상증자에 실패하면서 신용대출이 중지돼 개점휴업 상태에 놓였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라는 상징성에도 불구하고 2등 카카오뱅크에 따라잡혔으며 이대로라면 내년 7월 출범 예정인 토스뱅크에도 NO2 자리도 내줘야 할 상황이다. 케이뱅크 앞에 놓인 녹록지 않은 현실을 세 차례 짚어본다. -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 기로에 선 케이뱅크, 혁신은 계속되나

- 케이뱅크, ‘은산분리’ 첫 수혜자되나

- 앞지른 카카오뱅크, 뒤따라오는 토스뱅크

케이뱅크는 현재 11개월째 대출 영업을 하지 못해 '식물 은행'으로 전락해 사실상 인터넷은행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자본금을 늘려 하루빨리 영업을 재개하지 않으면 결국 금융당국이 인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 사진은 서울 광화문 케이뱅크 본사. (사진=민정수 기자)

“언제나 그랬듯이 대마는 죽지 않는다.” “카카오뱅크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고 토스가 따라온다.”

케이뱅크가 ‘대마’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죽게 놔두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그러나 자본확충을 위한 첫 번째 플랜A인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되면서 당장 생존 위기에 몰렸다.

인터넷전문은행법은 인터넷전문은행 대주주 자격 기준서 공정거래법 위반 사실 요건을 제하는 내용이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통해 KT가 케이뱅크 지분을 현재의 10%에서 34%로 늘려 최대주주로 올라설 계획이었다. 그러나 법안 통과가 불발되면서 과거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가 있는 KT는 케이뱅크 지분을 추가 취득할 수 없게 됐다. KT를 통해 59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해 대출 영업을 재기하려던 케이뱅크의 플랜A가 어그러졌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개정안 부결에 사과하고 총선 뒤 임시국회를 열어 특례법을 통과시키겠다고 약속했으나 한시가 급한 케이뱅크로서는 더이상 기다리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총선 이후 5~6월 사이 새로운 국회가 열려 해당 법안 통과를 위한 절차를 밟는다고 해도 최소 몇 개월은 걸린다. 게다가 법안 통과가 확실치 않은 상황에서 케이뱅크가 플랜A만 기다리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게 현실이다.

케이뱅크는 현재 11개월째 대출 영업을 하지 못해 '식물 은행'으로 전락해 사실상 인터넷은행의 기능을 상실한 상태다. 자본금을 늘려 하루빨리 영업을 재개하지 않으면 결국 금융당국이 인가를 취소할 수밖에 없다.

KT 자회사를 통한 자본확충 ‘플랜B’도 난항…KT 출신 이문환 행장 구원투수될까

이문환 케이뱅크 신임 은행장 내정자. (사진=케이뱅크 제공)

케이뱅크는 당장 차선책인 ‘플랜B’를 가동해야 할 상황이다. 여러 방안이 제기되고 있지만 세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KT의 다른 자회사를 통한 우회 유상증자, 결격 사유가 없는 주요 주주의 자본금 확충, KT를 대신할 새로운 대주주주 찾기 등이 그것이다. 케이뱅크가 택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대안 중 하나는 KT 자회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증자를 하는 것이다.

KT 자회사 중 자산이 가장 많은 BC카드가 KT 지분 10%를 떠맡고, 케이뱅크가 발행하는 신주를 자회사가 인수하는 방식이다. 최근 KT 출신 이문환 전 BC카드 사장이 케이뱅크 은행장으로 내정된 것도 그 일환이라는 관측이다.

이 내정자는 KT에서 기업통신사업본부장, 전략기획실장, 기업사업부문장을 지낸 뒤 2018년부터 KT 자회사인 BC카드를 이끌었다. 오는 31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종 선임될 예정이다.

또 다른 방안은 기존 주주들이 증자에 참여하거나 제3의 주주를 끌어들이는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케이뱅크 참여 주주 중에서 지분율이 그나마 높은 우리은행(13.79%)과 NH투자증권(10%)이 증자 후보군으로 거론하고 있다. 사실상 보통주 기준으로 가장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은행 주도의 대규모 증자가 현실적이다. 그러나 우리은행은 지난해 금융지주 체제로 전환후 입수합병(M&A)을 통해 비은행부문을 강화하고 있어 추가 자금 지원이 여의치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KT 출신에 BC카드를 이끌었던 이 행장이 BC카드를 통한 우회 유상증자를 통해 케이뱅크 자본확충에 나설 확률이 현재로서는 가장 높아 보인다”고 밝혔다.

인터넷전문은행 1호 상징성에 ‘메기효과’ 긍정 신호탄…은산분리 발목

케이뱅크는 대한민국의 첫 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자 평화은행 이후 24년 만에 탄생한 제1금융권 은행이다. KT, 우리은행, NH투자증권 등 대주주 자본금 2,500억원을 가지고 지난 2017년 4월3일 본격 영업을 시작했다.

케이뱅크는 출범 100일 만에 40만 명의 고객을 확보하면서 금융권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시중 은행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케이뱅크는 24시간 365일 인터넷과 모바일로 은행 업무를 처리하고 계좌번호를 몰라도 휴대폰번호로 송금이 가능한 ‘퀵 송금’ 서비스도 선보였다. GS25 편의점에서 수수료 없이 현금 인출이 가능하다.

위기의식을 느낀 시중 은행은 당장 각종 모바일 채널과 모바일 전용 상품을 강화하기 시작했다. 케이뱅크로 고객을 뺏길까 다양한 우대금리 상품을 내놓았고 카드나 보험 등 계열사와 연계 프로그램도 강화시켰다. 케이뱅크 등장으로 ‘메기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케이뱅크는 그러나 급증한 고객만큼 증가한 신용대출을 소화하지 못했고 2년도 안 돼 자금난에 시달렸다. 지난해 4월엔 유상증자에 실패해 자금 확충을 못 해 신용대출과 같은 은행의 기본 여신 기능마저 잠정 중단했다. 은행의 가장 큰 수익 사업인 대출이 멈추면서 재무상태가 악화됐다. 이로 인해 올해 3분기 순손실이 742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62억원이 증가했다. 지난 19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19년말 은행 및 은행지주회사 BIS 기준 자본비율 현황 잠정치'에 따르면 지난해말 케이뱅크의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총자본비율은 10.88%로, 전년(16.53%)대비 5.65%p 하락했다. BIS 비율이 10% 아래로 떨어지면 금융당국의 관리 대상이 된다. 증자가 안 되면 결국 문을 닫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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