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회장, 지난해 영업익 53%·순익 51% 급감 ‘반토막’…안전·성장성 양호
정 수석부회장, 영업익 49%·순익 94% 급증…“올해, 고급차전략 지속구사”

[시사경제신문=정수남 기자] #. 대한민국 경제

우리나라 경제구조는 수출 중심인데다 대기업의 과실을 중소기업이 나눠 갖는 낙수효과(트리클 다운) 시스템이다. 실제 3만여개의 부품이 들어가는 자동차 한 대를 제작하는데 5,000여개의 중소기업이 연관돼 있다.
문재인 정부가 중소기업 중심의 경제구축을 추진하지만, 1960년대 경제발전 단계부터 반세기 넘게 고착된 대기업 중심의 경제체계를 깨트리기는 쉽지 않다. 우리나라가 전후 독일과는 정반대의 길을 걸었기 때문이다.

시사경제는 지난해 상반기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한 59개 ‘공시 대상 기업집단’ 가운데 3, 4세 경영체제를 구축한 주요 대기업집단 오너의 지난해 실적과 함께 올해 사업계획 등을 살펴볼 계획이다.

우선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전자의 이재용 부회장과 현대자동차의 정의선 총괄수석부회장을 비교해 고찰했다.

[글 싣는 순서]
[오너 3세 기업분석, 삼성電·현대車 ①] 이재용 부회장 ‘곤두박질’…정의선 수부 ‘상승기류’
[오너 3세 기업분석, SK②] 최태원 회장 ‘한 박자 쉬고’
[오너 3세 기업분석, LG③] 구광모 회장 ‘경영 수업 더 받아야 하나’…실적 2년 연속 하락
[오너 3세 기업분석 한화④] 김동관 부사장·김동원 상무 ‘형제는 용감했다(?)’

[오너 3세 기업분석, 한진⑤] 조원태 회장, 그룹재건 숙제에 ‘오너리스크’까지
[오너 3세 기업분석, 두산⑥] 박정원 회장 올해 ‘분당’시대 열고 ‘경영 탄력’
[오너 3세 기업분석, 효성 ⑦] 조현준 회장, 7대 전략 사업 선전에 ‘방긋’

[오너 3세 기업분석, 한국타이어⑧] 조현식 부회장·현범 대표, 경영능력 부족·모럴헤저드까지…가업 ‘흔들’ [끝]

현대차 (왼쪽부터)정의선 수석부회장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능력이 지난해 갈렸다. [사진=각사]

이재용 부회장은 2014년 상반기 부친 이건희 회장이 지병으로 쓰러지면서,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이듬해 말 자사의 고급브랜드 제네시스를 론칭하면서 각각 경영 전면에 나섰다.

삼성과 현대차가 각각 국내 재계 1, 2위 기업인만큼 당시 국내외 언론에서는 두사람을 비교하는 기사를 대거 내보냈다. 이후 이 부회장은 매년 사상 최고 실적을 다시 썼지만, 정 수석부회장은 매년 실적이 급감했다.

다만, 지난해에는 이들 부회장의 희비가 엇갈렸다. 이는 세계 경기가 침제 되고 국내외 악재가 겹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두 부회장의 진짜 경영 능력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230조4,009억원으로 전년(243조7,714억원)보다 5.5% 감소했다.

반면, 경영능력의 척도인 영업이익의 경우 이 부회장은 같은 기간 27조7,685억원, 당기순이익은 21조7,389억원을 올려 각각 52.8%(31조1,182억원), 51%(22조6,060억원)로 반토막이 났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 역시 51%(43조8,909억원→21조5,051억원) 절반 이상이 줄었다.

지난해 세계 반도체 경기가 바닥을 친데 따른 것이다.

삼성전자는 2009년 영업이익 10조원을, 2013년 20조원을 사상 처음으로 각각 돌파했다.

이 부회장은 2014년 하반기 동생 부진(호텔신라 대표), 서현(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과 그룹 내 역할 분담을 마쳤다. 이 부회장은 조직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면서, 2016년 29조원, 2017년 54조원, 2018년 59조원의 영업이익을 내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매년 다시 썼다.

이 같은 성장세로 삼성전자는 국내 유가 증권시장에서 2015년 8월 28일 2만660원으로 장을 마감했으나, 올해 1월 20일에는 6만2,800원으로 최근 5년 사이 최고가를 기록했다. 국내 신종 코로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13일 삼성전자 종가는 4만9,950원으로 전날보다 1.7%(850원) 빠졌다.

이 부회장은 2016년 29조원, 2017년 54조원, 2018년 59조원의 영업이익을 각각 내면서 사상 최고 기록을 매년 다시 썼다. 삼성전자 기흥반도체 공장. [사진=정수남 기자]

올해 주가는 상승세가 점쳐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주요 기업의 서버 수요가 늘고, 코로나19에 따른 트래픽 급증 등으로 정보통신(IT) 기업들이 서버 투자를 본격화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꾸준히 하락하던 서버 D램 가격이 1월 3% 상승한데 이어 2월에는 6.4% 다시 뛰었다.

이를 감안해 증권가는 삼성전자가 1분기 매출 56조7,362억원, 영업이익 6조6,099억원으로 상향 조정했다.

김영건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서버 D램 수요가 좋아 2분기에도 가격 20% 상승이 기대된다”며 “모바일 D램도 현재 재고를 쌓으려는 수요가 있다”고 ‘매수’를 제시했다.

삼성전자가 뚜렷한 실적 회복 전략이 없다는 점은 문제이다.

◇ D램 가격상승 ‘호재’…회복전략 없어 ‘문제’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 실적 개선 전략을 묻는 본지 질문에 “사업 전략 등은 관련 부서만이 알고 있다”고 일축했다.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이 부회장이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한 기업의 인수합병(M&A)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이 부회장은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신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 MS 관계자 등을 만나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정의선 수석부회장은 지난해 5년 만에 웃었다.

현대차는 2012년 사상 최고 영업이익(8조4,369억원)과 당기순이익(9조563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8년까지 6년 연속 실적이 추락했다. 현대차의 2018년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2012년보다 각각 71.3%(6조149억원), 81.8%(7조4113억원) 급감했다.

이는 정 수석부회장이 2015년 말 경영 전면에 나섰지만, 여전히 인사권과 결제권은 정몽구 회장이 행사한데 따른 것이다.

◇ 정 수부, 5년만에 ‘방긋’…안정성·성장성 ‘우수’

김필수 교수(대림대 자동차학과)는 당시 “정몽구 회장이 여전히 굵직한 사안은 직접 결정하면서, 정 수석부회장의 경영이 탄력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다 2018년 하반기 정 수부회장이 부친과 현대차 공동 대표이사에 오르면서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정 수석부회장이 인사권과 결제권 등을 갖게 되면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했으며, 순혈주의를 포기하고 해외 인재영입 등 경영 전반에 자신만의 색깔을 칠했다.

여기에 그는 제네시스와 전기자동차 등 친환경차량,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부가가치 라인업과 판매를 강화했다.

지난해 현대차의 세계 판매가 442만2644대로 전년보다 3.6%(16만6555대) 줄었으나, 이 기간 매출은 105조7464억원으로 9.2%(8조9338억원), 영업이익은 3조6055억원으로 48.9%(1조1833억원), 당기순이익은 3조1856억원으로 93.7%(1조5406억원) 각각 급증한 이유이다.

같은 기간 현대차의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 역시 97.6%(1조5081억원→2조9800억원) 크게 늘었다.

 

정 수석부회장이 미국과 유럽 등 주력 시장 외에도 아프리카, 중동, 남미 등도 공략을 강화한 점도 여기에 힘을 보탰다.

이로 인해 국내 증권시장에서 13일 현대차는 8만7200원으로 장을 마쳤지만, 지난해 주가는 13만원 중반에서 14만원 초에 형성되면서 2012년 5월 4일 사상 최고가(27만2500원)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이 부회장과 정 수석부회장의 지난해 재무 상황도 엇갈렸다. 기업의 성장성 지표인 매출증가율은 정 수석부회장이 9.2%로 이 부회장을 3.7% 포인트 앞섰지만, 수익성 지표인 영업이익률의 경우 이 부회장이 12%로 정 수석부회장(3.4%)보다 3.5배 높다. 안전성 지표인 부채비율은 삼성전자(25.4%)와 현대차(27.3%) 모두 매우 양호하다.

김영건 미래엣셋대우 연구원은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주식시장이 약세라, 현대차 등 주요 종목의 매수 시기”라고 강조했다.

정 수석부회장은 제네시스의 첫 SUV GV80의 가솔린과 디젤을 최근 출시한데 이어, 내달 신형 세단 G80을 선보이는 등 고급차 전략을 올해도 지속한다. 아울러 동남아시아 시장 선점을 위해 인도네시아 공장 건설에 착수하고, 미국 등 해외 유수의 기업과 협업해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분야 등을 강화한다.

정 수석부회장은 제네시스의 첫 SUV GV80 등을 최근 출시한데 이어, 내달 신형 세단 G80을 선보이는 등 고급차 전략을 지속한다. GV80. [사진=정수남 기자]

현대차 관계자는 “앞으로도 다양한 고객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제네시스만의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토록 노력하겠다”며 “신차를 적재적소에 투입해 꾸준한 판매 증가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코로나19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해외의 경우 북미와 유럽을 비롯한 선진 시장 판매 확대와 중국 시장 회복을 위한 맞춤형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라며 “권역별 책임 경영 체제를 바탕으로 수익성 중심의 사업 운영을 지속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의 같은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 국내 10대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정 수석부회장의 실적만 증가하자 이에 대해 “그것도 실적이냐”며 현대차를 폄하했다.

당시 현대차의 영업이익(1조2377억원)이 삼성전자(6조5,971억원)의 18.8% 수준인 점을 감안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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