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공연 줄줄이 취소 사태..."어려운 시기에 음악이 위로가 되길"

바이올리니스트겸 비올리스트 박소현 (사진=김주현 기자)

[시사경제신문=유주영 기자] 

#공연계에 닥친 코로나 바람 

"저를 아껴 주시는 팬들 덕분에 연주회를 그대로 열 용기를 낼 수 있었어요"

코로나19 사태로 거리마저 한산하고 대중예술, 클래식 공연 할 것 없이 공연들이 줄줄이 취소되고 연기되는 상황에 용감하게 연주회를 감행한 아티스트가 있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인 박소현이 그다. 

박소현의 연주회가 독특한 점은 '해설이 있는 음악회'로 진행한다는 것이다. 클래식 애호가도 생소할 수 있는 음악을 박소현은 직접 말로 설명해 주며 관객과 호흡한다. 

그는 2017년 이래 '알쓸신클'(알아두면 쓸모 있는 신나는 클래식)이라는 주제로 해설이 있는 음악회를 진행해 왔다.
그런 점에서 또한 박소현이 콘서트를 감행한 것은 특기할 만한 일이었다. 팬들을 끔찍이 여기는 그로서는 혹시 팬들에게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 앞설 수 밖에 없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인 박소현이 이화여대 교정에서 활짝 웃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연주회를 진행하기까지..

꽃샘 추위가 매서운 3월의 어느 오후 신촌의 한 카페에서 그를 만났다.

"연주회를 진행해야 해나 연기해야 하나 많은 고민을 했어요" 라고 박소현은 운을 떼었다.

박소현의 음반 'All about Romance' 발매 기념 독주회가 열린 지난달 25일은 코로나 확진자가 갑자기 900여명으로 늘어 클래식 마니아들은 물론 온 국민의 염려의 목소리가 들리던 때였다.

다수의 아티스트가 준비해온 공연을 취소하거나 연기할 수밖에 없었다. 

예술의전당의 경우는 대형 오케스트라의 내한 연주회 같은 기획 공연도 있지만 박소현과 같은 대관 공연도 1년 전에 예약이 다 차 있는 상태다. 

그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취소 혹은 진행을 결정하지만 그 어느 쪽도 힘든 결정임을 알기에 아티스트를 탓할 수 없다"고 부연했다. 

예술의전당, 세종문화회관 등은 대관공연으로 연주홀이 빈 날이 없다. 공연 스케줄에 여유가 있으면 연기도 가능하지만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선 취소만이 가능한 상황이었다. 

예술의 전당, 세종문화회관, 금호아트홀 등 13개 대관 공연장은 연주자 혹은 단체에 공연 취소를 권고하거나 결정권을 주고 이에 대한 지침을 내린다. 

기획 공연은 공연장 측의 재량과 연주자들의 상황에 따라 취소 또는 연기가 가능하지만 개인 아티스트들은 예약을 연기하게 되면 다시 공연 일정을 잡기가 쉽지 않다. 

대관 경쟁률이 세다 보니 연주회를 취소하거나 내년에 대관 신청을 다시 해야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는 "공연계는 물론 모두가 어려운 상황에서 저만 어렵다고 말하기는 조심스럽다"면서도 "공연 취소로 준비했던 연주회에 대한 댓가를 받지 못하는 연주자가 많다"고 전했다. 

얼마 전에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미도리의 내한 공연이 취소됐다. 

그는 자신도 직접 미도리 연주회 리뷰를 기고하기로 돼있는 터라 공연 취소에 대한 관객의 마음이 어떨지 짐작이 간다고 했다.  

또 이런 침체된 분위기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1000명이 넘기 전에 연주회를 한 것이 행운이라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했다. 

대관공연을 취소하는 경우, 연주회 기획을 했던 공연기획사에 지불하는 비용, 홍보비, 반주자 비용, 리플렛 등 인쇄비가 다 날아간다. 이번 코로나 사태의 경우 다행이 예술의전당 측에서 조건 없이 대관료를 돌려준다고 했다. 

박소현은 "그날 오시는 관객 증에 만에 하나 불상사가 생긴다면 어찌하나 하는 생각에 공연장 방역을 철저히 하고, 오시는 분에게 마스크 착용과 체온 측정을 권했다"라고 말했다. 

또 그날 관객 사이의 충분한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좌석을 멀찍이 배치했다. 무대도 객석과 충분한 거리를 뒀다. 박소현은 무대에 올라 "이 즈음이 베네치아 등 유럽에서는 마침 카니발 기간"이라며 "관객 여러분 모두 카니발에 왔다고 생각하시고 기꺼이 마스크를 쓰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으레 공연 후 팬들과의 함께 한 사인회와 기념 촬영도 마스크를 쓴 채로 진행됐다. 이날 박소현의 연주회에 참석한 한 팬은 "콘서트 홀과 IBK챔버홀의 음악회가 모두 취소된 음악당은 그야말로 황량함 그 자체"였다며 "박소현 아티스트가 등장하는 순간부터 울컥하고 감사의 인사를 전할 때 그저 격려의 박수로 화답하는 수 밖에 없었다"고 말한다. 

박소현은 클래식 공연계에 불어 닥친 '코로나 후폭풍'에 대해 얘기한다. 

바이올리니스트이자 비올리스트인 박소현이 이화여대 교정에서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클래식 아티스트들, 지원대책 있나

그는 연주에 대한 사례는 후불로 이뤄진다며 "사설 오케스트라 연주자들은 준비한 연주가 취소되면 페이를 받지 못하게 된다"고 전했다. 독일은 공연기획사나 공연을 주관하는 주체가 연주 리허설까지 하고 공연이 취소되면 일부를 주기도 한다고 했다. 이런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는 얘기다.  

오케스트라 단원의 경우 연주회가 끝나고 1주일 정도 후에 정산이 된다. 대부분의 수입이 후불로 지급되는 탓에 현행 구두계약 말고 표준계약서 양식을 정착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그는 말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시립교향악단, 국립발레단 등 국립예술단체는 코로나19로 공연이 중단되는 기간도 유급 휴가 기간이지만 일반 프리랜스 아티스트들은 그렇지 않다. 마포아트센터에서 공연을 하려던 한 연주자는 일정이 7월로 연기되자 공연 자체를 포기했다고 했다. 

"몇몇 선생님들은 다음 달 카드값을 걱정하시는 분도 있어요"

공연 티켓 예매가 줄줄이 환불되면 연주자들이 티켓 수익을 얻을 수 없다. 

박소현 또한 본인이 지도하는 장애인 합주단의 연습이 무기한 연기 돼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또 음악가들은 도제식 수업을 받기 때문에 레슨 자체가 많이 취소된다는 것이다. 

그가 출강하는 선화예고는 교내 및 교외 모든 수업이 중단됐다. 음악학원 수업도 취소되거나 단축 수업으로 이뤄진다고 했다. 학부모들이 아이들을 학원에 잘 안 보내는 분위기도 한몫 했다. 

그래서 그가 고안한 것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화상수업이다. 이는 해외 연주 시 학생들을 지도하는 방법이었는데 이번 사태를 맞아 학생들이 유튜브나 다른 영상 자료로 연습 연주를 보내면 이를 선생님이 교정해 주는 식이다. 

박소현은 최근 예술인복지재단에서 제공하는 긴급 대출의 기준이 완화됐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공연이 취소된 단체에게 대관료의 일정 부분을 지원하거나 아티스트의 생활비를 대출해주는 것이다. 

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국가문화예술지원시스템(NCA)에서 맡고 있다. 

이런 제도는 지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이후 생겼다. 

박소현은 오는 10월 대전에서 탱고를 주제로 한 연주회를 선 봰다. 바이올린과 반도네온이 어우러진 정통 탱고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그 때까진 이 난리가 진정되겠죠"라며 밝게 웃었다. 

박소현이 지난달 25일 예술의 전당에서 연주하고 있다. (사진=이든예술기획)

박소현은 오스트리아 비엔나 국립음대, 린츠 주립음대, 그라츠 국립음대에서 수학하고 학사, 석사 등 3개 학위를 취득한 바이올리니스트이며, 한편 비올리스트다. 

박소현은 2009년 한국에 돌아와 후학들을 양성하며 연주회를 활발히 열고 있으며 10여회가 넘는독주회 및 앙상블 연주회를 가졌다. 최근에는 바이올린과 비올라 독주 음반 'All about Romance'를 발매했다.

 박소현은 음악에 관한 글쓰기도 열중해 현재 월간리뷰, 롯데콘서트홀 공식블로그에서 클래식 전문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이며, 각종 기업이나 도서관, 학교 등에 클래식 특강 강사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2020년에는 저서 '우리 주변의 클래식'이 출판될 예정이다.

All about Romance는 
영어 로맨스(romance)는 연애감정이다. 12세기 프랑스 투르바두르나 트루베르 같은 음유시인들이 쓴 시나 소설이 어원이다. 귀족부인을 지키는 기사도(騎士道)들이 펼쳐놓은 남녀 간의 달콤한 사랑이야기다. 희랍어나 라틴어가 아닌 일상어인 프랑스어다. 판타지 소설, 낭만, 감미로운 분위기의 비현실적 심리상태가 로망(Roman), 로망스가 되었다.

박소현은 애틋함을 담은 로망스를 시대를 대표하는 캄파뇰리, 베토벤, 리스트, 요아힘, 비에냐프스키, 부루흐, 스벤슨, 시벨리우스, 쇼스타코비치의 단악장 형식의 곡을 서정적으로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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