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본, 올해 서울에서만 24개 적자 우체국 폐국..주민 불편 어떡하나

9일 서울 망원우체국 앞에 우체국 폐국을 반대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시사경제신문=유주영 기자] #망원동

서울 망원동은 인근 홍대입구, 그곳에서 이어지는 합정역 근방에 숨어있다. 최근 ‘망리단길’이 화제가 되고 있지만, 이곳은 서울 번화가에서 비교적 조용한 사람 냄새가 나는 동네다. 망원시장, 월드컵시장을 품고 있는 망원동은 재래시장의 향기도 은은히 난다.

여기 망원동 한 자락에 망원동 주민들의 추억과 이야기가 담긴 장소가 있다.

'망원우체국사거리'라고 하면 다들 아는 그 장소에 31년째 자리해 온 망원우체국이 그곳이다. 

그런데 망원동 주민들에게 급작스런 소식이 들려왔다. 망원우체국이 없어진다는 청천벽력같은 통보가 내린 것. 이에 주민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 사안은 정부가 수익성이 떨어지는 우체국을 없애거나 인근 우체국끼리 통폐합하기로 하면서 발단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수익이 나지 않는 우체국을 폐국한다고 발표했다. 과기정통부 산하 사업부인 우정사업본부는 도서 지역, 낙도 지역 등 수익을 내지 못하는 우체국부터 폐국 혹은 인근 우체국과 통폐합하고 있다. 

우본은 "통신 수단이 점점 모바일로 가면서 우편 사용자가 빠르게 급감하고 있다"며 "더 이상 적자가 나지 않게 하려면 우체국 폐국 및 통폐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우본은 공무원 조직이면서도 스스로 수익을 내야 하는 특별회계로 운영된다. 공공서비스이면서도 민간기업처럼 운영되는 것이다. 

신명춘 과기정통부공무원 노조 서울지역본부 위원장(왼쪽)이 시민들에게 망원우체국 폐국 반대 서명을 받고 있다. (사진=김주현 기자)

 

#우체국 앞에서 

제법 쌀쌀했던 9일 늦은 오후 망원우체국을 찾았다. 

우체국은 제법 눈에 띄는 위치에 자리 잡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거리를 지나는 시민은 제법 많았다. 우체국 정문 왼쪽으로 자리한 탁자가 보이고 벽돌로 눌러놓은 서명대에는 시민들이 서서 서명을 하고 있었다. 

서명대 뒤로 "망원우체국 폐국을 막아주세요"라고 적힌 현수막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우체국 업무 마감시간이 다가올수록 우체국 안은 붐볐다. 우편물과 소포를 보내기 위해 주민들은 줄을 길게 늘어섰다. 직원들도 바빠지기 시작했다. 

우체국이 문 닫는 6시가 되자 우편물 수집 차량이 도착했다. 직원들은 우편물과 소포를 차량으로 옮기는데 여념이 없았다.     

이날 막바지에 우편물을 부치기 취해 줄 선 주민들을 찾았다.  

인근 주민이라고 밝힌 20대 여성은 "(망원우체국이 없어진다는 게) 너무 아쉽죠. (폐국 반대) 서명도 했어요"라며 줄 끄트머리에서 우편물을 보내기 위해 기다리고 있었다.  

우체국 정문 왼편에 자리한 서명대. 과학기술정통부 공무원노동조합 서울지역본부 신명춘 본부장이 서명을 하는 시민들을 맞이했다. 

그는 "도서 지역과 산간벽지에 우체국은 필수다. 현 코로나19 사태에서 마스크를 공급하는 곳도 우체국 아니냐"며 "벌써 5000명 이상의 시민이 서명했다. (우체국 존립을) 자본의 논리로만 결정해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우본은 앞으로 4년간 전체 우체국 중 수익성이 낮은 50%에 해당하는 677개소를 없애기로 했다. 2020년 목표치는 서울에서만 171개소다.    

그 중 첫번째 대상에 오른 것이 망원우체국이다. 망원우체국은 적자를 내는 곳은 아니나 오늘  4월 임대차계약이 종료되면서 우본 측에서 더 이상 계약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본은 망원우체국을 시작으로 올해 서울에서만 24개의 우체국을 폐국한다.  

이날 서명 줄에 합류한 30대 초반의 여성은 "몇주 후에 망원동으로 이사온다"면서 "곧 이 지역 주민이 되기 때문에 안타까운 마음에 (폐국 반대)서명을 했다"고 말했다. 

한 50대 주민은 "망원우체국은 우리 동네의 '읍내'와도 같은 곳"이라며 "(망원우체국이 없어지면) 주민들은 읍내가 사라지는 것은 물론 우체국을 가기 위해 월드컵경기장 쪽이나 합정역사거리로 나가는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남성은 "주민들의 뜻을 거스르고 우체국을 없애서는 안 된다"고 거듭 말했다. 

찬 바람을 뚫고 서명을 기다리는 노조 조합원 뒤로 망원우체국은 어둑어둑한 하늘을 맞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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