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리우스력은 그 정교함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으로 128년에 하루의 오차를 가집니다. 16세기 중반에 이르렀을 때 실제 춘분은 교황청이 정한 춘분일인 3월 21일보다 10일이나 빠른 3월 11일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에 그레고리우스 13세 교황은 천문학자들의 도움을 받아 1582년 2월 24일 교황칙령으로 달력 개정을 공포하는데 이것이 바로 우리가 현재 쓰고 있는 그레고리력입니다.

기독교인들이 이렇게 춘분을 중요하게 여긴 것은 예수가 부활한 날이 춘분 무렵에 뜨는 보름달 이후의 첫 안식일 다음날(일요일)이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부활절을 정하는데 춘분일은 매우 중요했고, 그 춘분일이 실제 춘분과 10일 이상 차이가 난다는 것은 많은 기독교인들에게 불만이었습니다.

그레고리력은 일단 춘분점을 서기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의 결정대로 3월 21일에 고정하기 위해 달력에서 10일을 빼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1582년 10월 4일 목요일 다음날인 금요일이 10월 15일이 되었고, 그 해의 10월 5일부터 14일까지는 역사상 없는 날이 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이탈리아를 비롯하여 스페인, 포르투칼 등 로마 교황청의 세력이 미쳤던 지역 사람들은 역사상 가장 긴 10일 동안의 잠을 잔 샘입니다.

1년을 길이도 365.2425일로 율리우스력(365.25일)보다 정교하게 정하면서 이에 따른 새로운 윤년 방식을 도입했습니다. 율리우스력에서는 4로 나누어지는 해에 모두 윤년을 두었지만 그레고리력에서는 4로 나누어지는 해 중 100으로 나누어지는 해에는 윤년을 두지 않고, 다만 400으로 나누어지는 해에만 윤년을 두게 했습니다. 조금 복잡하지만 이렇게 하면 1년의 오차가 26초(365.2425-365.2422 = 0.0003일 = 26초)로 줄어들어 3300년이 지나야 하루의 오차가 생기게 됩니다.

자, 그럼 그레고리력에 의해 윤년이 어떻게 결정되는 지 한번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내년 2016년은 윤년일까요? 2016은 4로만 나눠지기 때문에 윤년이 되고 2월은 29일까지 있게 됩니다. 자, 그러면 이번에는 2100년을 보겠습니다. 2100은 4로 나눠지고 100으로도 나눠지기 때문에 윤년이 아닙니다.

결국 2100년 2월은 28일까지입니다. 끝으로 지난 2000년을 보겠습니다. 2000은 4로 나눠지고 100과 400으로도 나눠집니다. 따라서 2000년은 윤년이 되어 2월이 29일까지 있었습니다. 좀 복잡한 것 같지만 보통 사람들은 율리우스력과 마찬가지로 ‘4로 나누어지는 해는 무조건 윤년이다’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물론 이 조건의 예외가 되는 2100년까지 살 수 있는 분이 있다면 그 해가 윤년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현재는 모든 나라들이 그레고리력을 쓰고 있지만 개정한 시기는 나라마다 틀립니다. 특히 개신교나 동방교회(정교회) 국가들은 오랫동안 기존의 율리우스력을 고수했습니다. 영국은 170년이나 지난 1752년에 와서야 그레고리력을 채택했는데, 9월 2일 다음날을 9월 14일로 바꾸면서 11일을 뺐습니다. 영국은 1751년까지 한 해의 시작을 March 25일로 했기 때문에 1751년은 December 31일까지로 282일밖에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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