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키로 당 30원, 주택가 폐지 외면받는다

 
폐지를 수집하는 할아버지 ”양천구 목 3동에 위치한 폐수집상에서 한 노인이 “리어커에 박스를 가득 채웠지만 하루 고작 6천원”이라고 푸념하면서 지친 손을 힘겹게 흔들어 보이고 있다. 그늘진 표정의 얼굴이 애처롭기만 하다. 사진=원금희 기자

[시사경제신문=원금희 기자] 최근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우한폐렴)가 발생하면서 제조업을 비롯한 각종 ‘유통ㆍ서비스ㆍ외식’ 산업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사람들 밀집 장소를 기피하게 되면서 구매 심리가 위축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처럼 경기둔화 현상은 보통 사람들의 일상에서만 체감되는 현상은 아니다.

언제부턴가 주택가 주변에 폐지가 쌓이는 보기 드문 일이 발생하고 있다. 예전에는 폐박스나 각종 폐지들을 집 앞에 내놓으면 빠르게 사라지곤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질 좋은 박스나 폐지가 쌓여도 이를 수거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졌다.

박스 제조의 1차 산업 역군이라 할 수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폐지줍기’에 흥미를 잃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우리나라 유통산업 경기가 위축됐다는 신호탄일 수 있다. 유통의 기본은 포장이라 할 수 있다. 그중에서 박스 포장이 가장 우위를 차지한다.

1차 포장산업의 첫 유통단계를 맡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폐지 수거에 흥미를 잃은 것은 다음의 이유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소비자 구매 심리 위축 ▲유통업의 매출 하락 ▲동반산업이라 할 수 있는 포장산업 공장 가동 저조 ▲중국이나 미국의 값싼 박스 수입 증가 등이다.

요즘 폐자재를 수거하는 동네 수집상의 창고는 텅 비었다. 기자는 폐지 수집상을 만났다. “예전에 비해 주택가에 쌓인 박스나 폐지를 수집하지 않는 이유가 무엇인가? 정답은 박스나 폐지 값의 하락이다. 1차 수집인들에게 지불 되는 금액은 1키로당 불과 30원이다.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힘들게 수집해도 실제 손에 쥐는 돈은 하루에 고작 5, 6천원 남짓이다. 이는 평균 한끼 식사값에도 모자란 금액이다. 게다가 부주의로 넘어지기라도 하면 병원비에 약값이 더 들어간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폐지를 수집하려 하겠는가.

폐 수집상과 인터뷰 도중 리어커에 박스를 가득 싣고 이곳으로 들어오는 할아버지와 마주쳤다. 기자가 보기에는 상당량의 종이 박스가 쌓여져 있어 어느 정도 수입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전혀 뜻밖의 결과치가 나왔다. 계산을 마친 할아버지의 손에는 단돈 6천원이 쥐어졌다.

할아버지는 한숨을 쉬며 “이유는 모르겠지만 경기가 예전 같지 않아. 하루종일 쉬지 않고 일해도 하루 만원을 벌기가 어렵다”며 “갈수록 살기가 힘들고 세상이 각박해진다”고 하소연 했다.

박스 제조산업 붕괴는 포장지를 필요로 하는 3차 유통산업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증거다. 최근 이마트, 홈플러스 등 대형마트에서는 해를 거듭할수록 매출 하락세가 증가되고 있다. 따라서 이들 매장은 운영 방법을 놓고 고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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