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 선출 정치판으로 변질, 기득권 세력 개입 의혹
의사결정권 회유, 회원 간 불협화음 유발

主筆 정영수.

[정영수 칼럼 ‘萬事萬筆’] 제21대 4.15 총선을 목전에 둔 정치판은 극한 진영 논리 싸움으로 민심이 ‘좌우’로 갈라져 집회 정국으로 치닫고 있다. 경제성장 또한 지난해 이어 올해도 안갯속 형국이 예상된다.

한국경제연구원은 2019년 4/4분기 ‘경제동향과 전망’ 보고서를 통해 2020년 경제성장 추이를 1,9% 역대 최저치를 전망했다. 국내 하락 요인은 ‘노동시장 유연성 약화에 따른 생산성 하락, 소비심리 위축,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으로 꼽았다. 해외 요인은 ‘지속적인 미·중 무역분쟁, 한·일 통상갈등 장기화, G7 선진국 성장률 하락, 국제 자본시장 불확실성’을 예시했다. 중동문제까지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난맥상들이 산재 된 가운데 서울시를 비롯한 기초단체 지역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암전에 가깝다.
 
올 서울시 예산은 39조5282억 원이다, 이 중 강남구가 1조162억 원, 강서구가 1조100억 원이 편성되면서 강서구는 25개 기초단체 중 2위를 기록했다. 하지만 예산의 65% 이상은 사회복지 비용으로 충당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기초단체 지역경제 활성화는 그곳 경제인의 사업성과에 따른 세수 확보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 강서구상공회는 136년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상공회의소 산하 서울상공회의소 직속 단체로 지역의 주요 경제단체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강서구상공회는 약 4,000개의 회원사를 확보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 상공회 발전을 위해 활동하는 회원사 중 약 139명 정도가 ▲감사 ▲부회장 ▲수석부회장 ▲이사 등의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들은 이사회비를 납부하고 의사결정권을 갖는다.

강서구상공회는 2002년 창립총회를 열고 출범해 지금까지 19년의 역사를 유지하고 있다. 회장 임기는 3년으로 재임 가능하다. 공기청정기를 개발한 청풍무구 최진순 초대회장, 2, 3, 4대 공항석유 송진수 회장, 현 5, 6대 성락영 회장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강서구상공회는 오는 3월 치러질 제7대 회장 선출 건이 정치적으로 쟁점화되면서 지역 정가의 잡음에 시달리고 있다. 4.15 총선을 앞두고 있어 회장 후보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것 또한 당연지사로 각 계 반응은 더욱 민감하다.

1대~ 6대까지 강서구상공회 회장 선출 방식은 수석부회장단에서 후보자를 추대하고 이사회와 총회의 추인을 거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이는 지역 경제인들로 구성된 단체가 정치적 색깔론에 휘말리지 않고 회원들 간 감정 대립을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서울상공회의소도 이 점에 가장 신중을 기한다.

당초 차기 회장 선출 방식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5명의 수석부회장단에서 연장자순으로 회장직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희망자가 있을경우 이사회와 총회의 추인으로 결정하는 것이 관례였다.

따라서 강서구상공회 집행부는(이하 집행부) 관례에 따른 호선 순으로 권정수 씨 등 수석들의 의견을 개진했으나, 개인적인 사유로 모두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집행부는 지난해 초부터 차기 회장 선출 문제로 여러 가지 후속책 마련을 놓고 고심했다. 그 대안으로 수석들 중 부회장단에 늦게 합류한 공항컨벤션 전건오 대표에게 7대 회장직 취임을 권고했다. 

전 대표에 따르면 “선임 수석들 모두 상공회장직을 거절한 상태에서 자신이 추대받는 형식이라면 검토해 보겠다는 의사를 집행부에 전했다”고 한다. 이후 같은 해 7월까지 이와 관련한 상황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듯 했다.
 

강서구상공회 회장 선출건
제18기 CEO아카데미 진행 과정에서 반전 생겨

 

하지만 지난해 7월 반전이 시작됐다. 강서구상공회 제18기 CEO아카데미 과정이 진행되면서 회장 선출 건은 예기치 못한 후폭풍에 휩싸이게 됐다. 뒤늦게 이 과정에 합류한 호용건설 이강원 대표가 단독 추대 방법에 이의를 제기하고 전격 경선을 주장하고 나섰다.

서울상공회의소 규정에 의거 회장 후보로 출마 가능한 자는 ‘강서구 관내 영업소, 공장 또는 사업장을 두고 상공업을 영위하는 자로, 서울상공회의소 당연 및 임의회원으로 총회일 이전 1년 동안(2019년도) 회비납부 의무를 이행한 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하면 ▲전건오 수석부회장 ▲경만선 부회장 ▲맹흥재 부회장 ▲성낙세 부회장 ▲이임곤 부회장 ▲전영훈 부회장 ▲채호숙 이사 ▲김종정 이사 ▲이강원 이사 등 현재 9명이 강서구상공회 회장 후보 자격 요건을 갖추게 된다.
 
회장 경선 의사를 밝힌 호용건설 이강원 대표도 위 요건에 충족돼 법적 결격사유는 없다. 다만 이 대표가 경선 참여 의사를 표시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이강원 대표는 송진수 대표(前 2, 3, 4대 강서구상공회 회장, 現 강서구장학재단 회장)와 함께 강서장학재단 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더욱이 이 대표는 2017년 강서장학회에 1억 원의 장학금을 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이강원 대표가 송진수 전 회장의 후광을 업고서 차기 회장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이 지역에서 일고 있다고 한다.

이강원 대표 자신도 강서구상공회 18기 모임을 통해 “본인은 깃수 회장뿐만 아니라 7대 상공회 회장에 뜻이 있음”을 공공연하게 선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차기 회장 선출 건이 정치적 이슈로 떠오른 또 다른 이유는 전 강서 구의원 및 서울시 의원을 지낸 이창섭 씨의 등장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한다. 2019년 8월 처음 상공회에 가입한 이 씨는 이강원 대표와 더불어 강서구상공회 18기 CEO아카데미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요즘 회원들 사이에선 ‘이강원 대표가 상공회장으로 진출하면 이창섭 씨가 18기 깃수 회장직 수행이 유력시 된다’고 예상한다. 특히 이 씨는 역대 총선 때마다 구청장직에 이름이 거론되곤 했다. 이런 연유로 이 씨가 깃수 회장직을 발판삼아 다음 선거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교두보를 구축하기 위한 움직임 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회장 선출권을 쥔 상당수 이사들은 이러한 상황을 주시하고 있으며 구민들 또한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한다. 전 회장의 조직과 파워, 재력가 이강원 대표의 도전, 전 회장의 뜻을 따르는 모 수석부회장의 회유. 이러한 양상은 강서구 사회단체장들의 역할과 리더십을 무력하게 만든다. 무엇보다 “능력 있는 인재가 봉사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원천 봉쇄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그동안 강서구 일부 사회단체장들은 최소 6년에서 최장 16년간 직책을 유지한 경우가 허다하다. 상호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무리들끼리 나눠 먹기 식 운영이 지속됐다. 하지만 누구도 이틀을 깨트리기가 어렵다. 소위 윗선에 찍혀 좋을께 없기에 적극적인 의사 표시를 감추고 있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는 패기와 도전정신을 갖춘 젊은 인재들이 리더자로서 강서구를 성장 시킬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한다. ‘투명 사회 구현과 젊은 인재 양성’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전면 배치되는 부분이다.

앞서 언급한 이야기를 되짚어 볼 때 이강원 대표의 조직적 경선 준비는 근거 없는 뜬소문이 아닐 것이다. 현 수석부회장단 중 모 수석은 공식석상에서 전 회장의 뜻이라는 말을 여러 차례 암시해 누구도 이 경선에 끼어들 수 없게 회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차기 회장 선출 과정에서 이강원 대표가 유리한 입지를 점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관내에서 외식업을 운영하는 윤예림 강서구상공회 여성회장 또한 적극적인 의사를 피력하는 등 경선에 개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상공회장 의사를 밝혔던 전건오 대표는 이번 경선 의사를 철회하며 “지금까지 상공회를 이끌던 전임 회장들의 업적에 누를 끼치면서 경선이란 모양새로 지역 정가를 시끄럽게 하고 싶지 않다. 또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회원들 간 분열을 초래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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