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SK 법무 변호사, 진흙탕 싸움보다 조정 예측

이혼은 기정사실, 후계 구도 위한 지분 싸움 돌입

노소영 관장으로부터 3억원의 위자료와 1조4000억원에 달하는 SK(주) 주식 재산분할을 요구받은 최태원 회장의 입지가 위협받고 있다. 사진=SK 제공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최태원 SK 회장이 5000억 원대 주식을 내주고 합의하려 할 것이다. 유책사유가 있는 데다 노태우 전 대통령 재임 시기 SK가 급성장 했던 사실에 비추어 싸워봐야 여론만 나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5000억 원 대로 막는 것이 더 홀가분할 것이고 최 회장이 그걸 바라고 있는지도 모른다.”

SK 전 법무담당 변호사인 A씨가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소송의 결말을 이 같이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SK로서는 우려했던 것이 현실로 나타났다. 지난해 2월 최태원 SK회장이 정식 이혼소송을 냈을 때부터 재산분할 가능성이 많이 회자되었는데 110개월 만에 그것이 현실화됐다. 정확히 재산의 절반은 아니지만 그에 근접한 14000억 원의 재산분할은 세기의 이혼소송으로 불릴 만하다.

노소영 나비센터 관장은 4일 최태원 회장을 상대로 위자료 3억 원과 SK() 주식의 42.29%를 요구하는 이혼소송을 냈다. 최 회장의 SK() 주식 지분은 5일 종가 기준으로 32503원 선이다(하루 사이에 주당 3000원씩 내렸다). 이의 42.29%13746억 원 가량으로 경영권 교체는 아니지만 SK() 지분 구조에 큰 변화를 몰고 올 만한 금액이다.

5일 언론에서는 재판부가 노 관장의 요구를 100% 받아들이면 최 회장 지분은 10.7%로 크게 줄고, 노 관장 지분은 7.74%로 크게 늘어 노 관장이 2대 주주로 떠오른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그동안 노 관장은 최 회장의 이혼소송에 대해 가정을 지키겠다며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는데 4일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심경 변화를 드러냈다. SK() 지분 42.29% 요구는 최 회장과 노 관장 사이에서 난 자녀 후계 구도를 염두에 둔 포석이 아니겠느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두 부부가 이제 이혼은 기정사실로 치고 벌써부터 기혼자녀와 혼외자녀 사이의 후계 구도를 두고 싸움을 벌이는 형국이 되었다. 최 회장은 동거인 티앤씨재단 김희영 이사장과의 사이에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법조계에서는 노 관장의 청구가 재판부에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법원은 결혼 이후 부부가 함께 노력해서 형성된 재산만 분할 대상으로 하며 상속받은 재산은 제외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은 테이프나 만들던 선경그룹이 SK그룹으로의 거대 성장을 이끈 대한석유공사(유공) 인수, 이동통신사업 진출 등에 쿠데타 주역이었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후광이 컸던 것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지금으로 따지면 직권남용에 해당될 수 있는 얘기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을 적절성 여부를 떠나 재판부가 인정한다면 노 관장 측에 유리하게 전개될 수도 있다. 하지만 최 회장 측에서는 “SK는 당시 확보한 제2이동통신 사업권을 비판여론에 반납했고 김영삼 정부 시절 한국이동통신을 인수한 것이라 노 전 대통령의 영향력을 부인하고 있다.

노 관장의 청구를 비관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비근한 사례로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와 임우재 전 삼성전기 고문 사이의 이혼소송을 들고 있다. 임 전 고문은 이 대표에게 재산의 절반인 12000억 원을 분할해 줄 것을 청구했지만 법원이 상속재산을 제외하는 바람에 141억 원만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노 관장의 결혼기간은 30년이나 되고 그 기간 SK그룹의 성장은 엄청났다. 기업 성장의 기여도를 따지는 것은 단순하지 않다. 증여받은 재산을 분할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도 판례가 더 많을 뿐이지 절대적인 것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SK 전 법무담당 변호사인 A씨는 이번을 지난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참고가 될 만한 것은 이부진·임우재 건이 아니라 이재용·임세령 건이라며 당시 이재용 부회장에게 5000억 원의 재산분할을 요구했던 임세령 상무가 상당한 금액을 받고 조정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거액의 재산 분할을 둘러싼 세기의 이혼 소송이 어떤 결말에 이르게 될지 양측의 치열한 수 싸움과 소송전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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