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률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총 8일간 ‘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제공)

[시사경제신문=김종효 기자]

“공연 한 번 준비하는데 1년 정도 걸립니다. 할만하다 싶으면 공연이 끝나곤 하죠. 장기 공연에만 보여줄 수 있는 연출이 있거든요. 그래서 한 살이라도 젊을 때 해보고 싶었습니다. 올해는 쉬고 싶었는데 나름 용단을 내렸습니다”

김동률의 고집이 발동했다. 2주간 총 8회에 걸친 공연으로 팬들을 만났다. 그간 압도적인 스케일로 2~3회에 물량을 총동원하는 공연과는 사뭇 다르다. 지난해 12월 콘서트 ‘답장’ 이후 1년만에 열린 공연이었기 때문인지 이번 공연은 예매 시작 2분 만에 8일 공연 2만4천여 전석이 매진되는 기염을 토했다. 

 

김동률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총 8일간 ‘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제공)

♬ “한 번쯤 이렇게 공연해보고 싶었습니다”

김동률은 지난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4일간,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4일간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개최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 2012년 개최된 ‘앵콜 2012 김동률 콘서트 ‘감사’’ 이후 6년여만에 세종문화회관으로 돌아온 김동률의 공연이자, 앞서 언급한대로 김동률의 그간 공연과는 성격이 다른 중기 공연이다.

이같은 공연을 기획하게 된 것에 대해 김동률은 “언제부터인가 한 번쯤 같은 장소에서 좀 길게 공연해 보고 싶다는 소망이 있었다”고 말했다. 보통 주말 3회 공연을 하게 되면, 공연장을 일주일 정도 대관해서 4일 안에 모든 세팅과 리허설을 마치게 되는데, 빛과 음악의 환상적인 조화로 잘 알려진 김동률 공연의 경우 무대나 조명에 특히 공을 많이 들이는지라 사전 셋업 시간이 많이 필요하고, 또 무대 위 연주자도 많아서 항상 시간에 쫓기게 된다는 것이 김동률의 설명이다.

김동률은 “그러다 보니 막상 첫 공연이 시작되면 아무리 노력해도 항상 아쉬움이 남게 된다. ‘아, 이제 좀 안정이 됐다’ 싶으면 어느덧 공연이 끝나버리곤 한다”며 “투어를 하는 경우에도, 매번 공연장이 바뀔 때마다 촉박한 셋업 시간에 스태프들이 고생을 많이 하는 데다, 무대나 연출 콘셉트를 여러 공연장 중 가장 열악한 곳에 맞춰서 구상해야 하는, 그런 아쉬움들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동률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총 8일간 ‘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제공)

♬ 김동률과 뮤직팜의 과감한 선택

본격적인 공연리뷰에 들어가기 전 한 가지 꼭 짚고 넘어가고 싶은 부분이 있다. 바로 이번 공연 외적인 부분에서 돋보인 김동률과 김동률 소속사 뮤직팜의 노력이다. 

이번 ‘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 예매 페이지에선 공연에 대한 설명 대신 어뷰징을 통한 티켓 예매에 대한 경고가 대부분이었다. 부정 티켓에 대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였다.

소속사 뮤직팜은 가장 많은 부정 티켓 거래가 발생하는 일부 구역에 대해선 티켓 사전 배송이 아닌, 본인 확인을 통한 현장 수령 방식으로 진행하기로 했다. 부정 티켓 거래에 대한 팬들의 신고와 제보도 적극적으로 권장했다.

이같은 내용은 이미 지난 9월 뮤직팜이 고지했던 내용으로, 당시 뮤직팜은 "이런 조치가 비록 완벽하게 부정 거래를 차단할 수는 없겠지만, 모쪼록 관객 여러분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귀찮은 과정을 감수하고도 팬들의 이익을 위해 부정 티켓을 방지하고자 하는 뮤직팜과 김동률의 과감한 선택에 아낌없는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 문화는 정당한 과정을 통해 정당한 댓가를 지불한 이들만이 향유할 수 있는 것이다.

 

김동률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총 8일간 ‘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제공)

♬ 불친절한, 그래서 더 특별한 셋리스트

암전된 공연장에서 푸른색 조명과 김동률만을 비추는 핀 조명이 잠깐의 환호 후 모두를 침묵케 했다. 조명을 하늘하늘하게 흩어지게 하는 가림막마저 특별한 느낌을 줬다. 김동률은 그 속에서 조용한 피아노 연주와 함께 ‘그림자’를 오프닝으로 선곡했다. 6년 전, 세종문화회관 공연 당시 오프닝이었던 곡이다. 

이어지는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에선 바이올렛 조명이 공연장을 메우며 마치 새벽의 오로라를 보는 듯한 기분을 연출했다. 특별한 무대 장치가 없어도 조명과 음악만으로 공간을 채울 수 있는 김동률 공연의 특징이다. 이소라에게 건네 많은 사랑을 받은 이 곡을 직접 만든 김동률의 목소리로 들으니 또 다른 느낌이다. 오프닝 선곡으로도 신선하다.

김동률은 “다수 관중에 대한 배려를 내려놓고 아티스트로서의 욕심을 한 번 내보고자 했다. 때문에 불친절한 셋리스트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앞서 김동률은 “(중기 공연은)흔치 않은 기회이기에, 정말 평소에 하고 싶었던 공연으로 만들고 싶었다. 어쩌면 이번 공연에서만 가능할지도 모르는 무대와 연출을 해보고 싶어서 작년부터 구상해왔다”며 “평소에 원했던, 정말 ‘내 맘대로’ 선곡을 마음껏 해봤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히트곡 위주보단 잘 알려지지 않은 노래들이 대거 포진됐다”고 설명했다.

처음 김동률 공연을 온 사람들이나, 그의 숨겨진 곡을 잘 모르는 이들에겐 많이 낯선 공연이다. 하지만 그의 음악을 오래 들어오고 공연을 찾아다닌 팬들에겐 그야말로 '레어'한 공연으로 큰 선물이 된다. 실제로 이날 공연에선 많았던 김동률의 공연 중 최초로 부른 ‘잔향’, ‘농담’ 등의 곡들도 셋리스트에 포함됐다. 반대로 대중에 잘 알려진 ‘기억의 습작’, ‘다시 사랑한다 말할까’, ‘감사’, ‘답장’, ‘동화’ 등은 과감히 뺐다. 

 

김동률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총 8일간 ‘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제공)

♬ 클래식부터 재즈, 오케스트라까지… 김동률의 미친 음악적 역량 

이어지는 선곡도 ‘레어’했다. 감미로우면서도 나른한 재즈 선율 속에 울려퍼지는 김동률의 목소리. ‘Nobody’와 ‘편지’를 부르며 김동률은 관객을 1960년대 한 뉴욕 재즈바로 이끌었다. 미니멀한 연주의 오프닝에서 자연스럽게 재즈 밴드 연주로 분위기를 전환하고 나니 마치 김동률이 ‘나 오케스트라뿐 아니라 조용한 음악부터 재즈 밴드·빅 밴드도 잘해’라고 얘기하는 느낌이다. 

실제 김동률은 이번 공연에서 그의 공연을 대표하는 듯한 대형 오케스트라 외에도 다양한 콘셉트의 곡 연출로 감탄을 자아냈다. 그리고 곡 전환 역시 무리하지 않아 공연 거장의 여유로움을 곳곳에서 느낄 수 있게 했다. 또 김동률은 이어진 ‘오래된 노래’와 ‘고백’을 부른 후에도 그랬듯, 노래를 마친 뒤 곡에 대한 설명과 곡 작업에 얽힌 비하인드를 조곤조곤 들려줘 마치 음감회를 온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이번 공연엔 김동률의 친구이자 많은 작업을 함께 한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게스트로 나섰다. 김정원은 15년 전 함께 공연을 했고 최근 발매한 곡인 ‘여름의 끝자락’에서도 연주를 맡았다. ‘여름의 끝자락’ 다음으로 선곡된 ‘청원’ 2절에서 암막이 걷히며 김동률 공연을 상징하는 듯한 오케스트라가 등장하는 장면은 많은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다. 특히 전체 공연 셋리스트의 절반 가량이 끝나가는 무렵에 오케스트라의 모습을 공개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컸다. 그는 좌중을 압도하는 오케스트라 대신 미니멀한 새로운 시도로 언제 시간이 갔는지도 모르게 벌써 공연의 절반을 이끌어 왔다. 고집한대로 공연을 ‘마음대로’ 기획한 자신감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마치 참아왔던 것을 터뜨린 듯, 작정한 듯 오케스트라가 휘몰아쳤다. ‘배려’와 ‘연극’으로 이어지는 두 곡에서 음악과 조명에 몸이 짓이겨지는 듯한 무게와 카리스마를 느낄 수 있었다. 연주의 감정이 완벽한 조명과 함께 하니 이렇게 무섭다. 김동률의 스케일은 결코 작아지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미니멀, 재즈 밴드, 빅 밴드 모두 잘 어울렸지만, 역시 김동률의 진가가 빛나는 때는 장엄하기까지 한 오케스트라가 -최고의 악기인- 그의 비브라토 담뿍 깃든 보컬과 어우러졌을 때다. 그렇게 관객을 휘몰아치고 공연 전반부가 정리됐다.

 

김동률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총 8일간 ‘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제공)

♬ “무대, 조명, 음악이라는 본질에 집중해주길 바랐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조용해진 공연장에 다시 피아니스트 김정원이 나타나 인터미션 시간을 클래식으로 물들였다. 멘델스존과 쇼팽, 슈만 등의 곡들을 연주하며 단숨에 클래식음악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허물었다. 기침 소리마저 조심스러워지는 연주가 끝난 뒤 김정원은 “오래됐지만 변하지 않은 것들이 소중하다. 이번 공연 제목이 ‘오래된 노래’라는 것엔 많은 의미가 있다”며 “김동률이 변치 않고 이런 음악을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앞서 김동률이 김정원에게 “많이 배우고 힘이 되는 동료”라고 존중을 표한 것에 대한 화답이다.

또 김정원은 “친구 김동률을 20년 동안 보아왔지만 매번 공연을 할때 마다 얼마나 노력하고 정성을 들이는지 알기 때문에 누가 되고 싶지 않아서 긴장을 많이 한다. 김동률은 시간을 많이 들여서 만들어내는 완성도의 가치를 잘 알고 있는 장인같은 아티스트다. 친구지만 존경한다”고 평하기도 했다.

‘아이처럼’으로 공연 후반부의 막을 올린 김동률은 “음악 본연에 충실한 공연을 하고팠다”고 말했다. 그는 “원곡이 좋아 그대로 가는 곡들도 있고 편곡을 할 때도 있다. 편곡을 하고 나면 완성됐다는 느낌에 그 편곡을 계속 유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번에는 기존 편곡한 곡들도 부분 수정과 첨삭을 거쳐 악기 특색을 즐길 수 있도록 손봤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많은 곡들이 재편곡돼 악기별 솔로 파트가 신설되거나 일부 악기의 주법 변경도 이뤄지는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쓴 것이 김동률의 완벽주의를 느낄 수 있게 했다.

이어진 ‘출발’과 ‘Train’에서는 조명과 레이저 스케일이 돋보였다. 김동률은 “무대와 조명, 음악이라는 극장의 본질, 공연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었으면 했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날 공연에선 보통 무대 상황이나 아티스트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용도로 사용되는 사이드 스크린을 아예 사용하지 않았다. 무대 스크린도 최소한의 영상으로 조명을 부각시키는 역할만 했다. 팬들에겐 야광봉을 포함한 일체의 발광도구 반입을 금지해달라고 안내했다. 의도되지 않은 조금의 빛 간섭도 공들여 준비한 공연에 대한 집중도를 방해하는 요소기 때문이다.

 

김동률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총 8일간 ‘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제공)

♬ 낯설지만 신선한, 팬들에게 보내는 ‘레어’ 선물

이번 공연은 두 개의 셋리스트가 준비됐다. 하루는 ‘데자뷰’와 ‘사랑한다는 말’을, 다음날은 ‘낙엽’과 ‘사랑한다 말해도’를 불렀다. 때문에 많은 팬들은 공연을 두 번 이상 관람했을 것이고, 한 번 공연을 본 팬들은 랜덤한 선곡에서 오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23살에 발표한 노래다. 오래 사랑받은 노래인데, 가수는 나이를 먹고 노래는 나이를 먹지 않았다. 20년 전 불렀던건 술 마시고 약간 객기 부리면서 ‘내가 이렇게 고백하면 반드시 사랑을 받아줄거야’라는 느낌이었다면 이젠 나이가 좀 들어서, 고백해봐야 어차피 잘 안 될 걸 알면서도 고백하는 느낌을 줬다. ‘어덜트 버전’이라고나 할까”라며 중후함을 얹은 ‘취중진담’의 새로운 편곡을 공개한 것도 신선했다. 물론 그 전에 그간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던, 이적과 함께 한 카니발 앨범에 실린 ‘농담’을 선곡한 것도 신선했다.

연속된 신선함의 정점은 마지막에 있었다. 김동률은 엔딩 ‘고독한 항해’ 바로 전 곡으로 무려 ‘잔향’을 선택했다. 그간 수많은 팬들이 공연에서 듣길 원했지만, 단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던 곡이었다. 기자 역시 전주가 나오자마자 자연스레 ‘입틀막’ 할 수 밖에 없었다. 김동률은 ‘잔향’에 대해 “신곡과 대곡에 밀렸던 곡”이라며 이번 공연이 ‘레어’한 셋리스트로 이뤄졌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켰다. ‘잔향’에 이어진 ‘고독한 항해’의 마지막, 무대 위 밴드와 오케스트라 등이 음악과 함께 서서히 철수한 후 김동률은 혼자 남아 피아노를 연주했다. 공연 오프닝 때처럼 새벽이 다시 찾아왔다. 

커튼콜로 다시 무대에 선 김동률은 ‘동반자’를 부른 뒤 ‘잔향’ 연주에 맞춰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팬들은 기립박수로 화답했다. 김동률은 공연 전 “2004년 ‘초대’ 공연 이후 가장 설레는 것 같다. 관객에 대한 배려 대신 아티스트의 욕심에 집중한 무대를 여러분들이 더 좋아해 주실 수 있다는 기대도 해 본다.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고 말했었다. 팬들의 기립박수는 그의 기대에 대한 충분한 답이 됐을 것 같다.

 

김동률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총 8일간 ‘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제공)

♬ “음악은 일기같다” 덤덤하게 전한 고마움

김동률은 공연 말미 “음악은 일기같다”고 표현했다. “옛날 작업할 당시의 감정이 되살아나고, 도와준 분들도 생각났다. 그땐 못했던 것을 지금은 할 수 있고, 반대로 그때 이렇게 했는데 지금은 다르게 하는 것을 보고 겪을수록 여러 감정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공연을 준비하면서 그간 열심히 살았고, 많이 사랑받았구나라는 것을 느꼈다. 여러분들도 공연을 보면서 제 곡에 얽힌 생각과 추억을 함께 했길 바란다”고 말해 그의 ‘오래된 노래’에 얽힌 관객들의 기억들을 자극했다.

“음악은 25년을 해도 어렵고, 무대는 늘 해도 떨리고 편하지가 않다. 또 공연을 하고 나면 늘 아쉬움이 남는다”는 김동률은 “그런데 그래서 참 다행이다라는 생각을 한다. 겸손할 수 밖에 없으니까. 그게 원료가 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는 의욕과 자극과 원동력을 얻는다. 여러분의 함성과 표정이 다음 공연에 씨를 뿌리고 물을 줬다고 생각하셨으면 좋겠다. 감사하다. 조금 더 멋지게, 조금 더 늙어서 만나자”고 끝인사를 해 큰 박수를 받았다. 김동률다운, 담백하면서도 덤덤하게 가장 큰 고마움을 전하는 방식이다.

공연 초반에 김동률은 “음악마다 색깔이 있는 것처럼 공연도 그렇게 색깔이 있는 공연이 있다면 어떨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번 ‘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공연을 한 마디로 정리하긴 힘들다. 공연엔 그간 김동률이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도 많았고, 반대로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국내 최고 수준의 실내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완벽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추억 저 너머를 몽글몽글하게 만져주는 노래도 있었고, 처음 공연 온 이들에겐 생소한 노래도 있었다.

보통 김동률 공연을 보고 나면 대형 뮤지컬, 대공연, 대서사시를 함께한 기분이 들곤 했다. 하지만 이번엔 다른 느낌이었다. 굳이 표현하자면 가장 대중적으로 다가선 클래식 공연, 혹은 그토록 기다려 왔던 음감회의 느낌일까. 물론 이런 표현도 충분치 않다.

김동률을 어찌 오케스트라로만 표현할 수 있을까. 김동률을 어찌 중후한 보컬로만 표현할 수 있을까. 김동률을 어찌 넓은 음악적 스펙트럼으로만 표현할 수 있을까. 그래서 공연장을 나오며 기자가 혼자 되뇌였던 말은

“김동률은, ‘역시 김동률’”이다.

 

김동률이 지난 11월 22일부터 25일까지, 11월 28일부터 12월 1일까지 총 8일간 ‘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사진=뮤직팜 제공)

○ Greatest Moment: 
1. 곡 연주가 절정에 다다를수록 조명도 절정에 이르러, 소름을 넘어 감정을 북받치게 만든 ‘배려’
2. 전주부터 팬들 ‘심쿵’하게 만든 최초의, 그리고 최고의 선곡 ‘잔향’


○ ‘2019 김동률 콘서트 ‘오래된 노래’’ 셋리스트
1. 그림자
2. 사랑이 아니라 말하지 말아요
3. Nobody
4. 편지
5. 오래된 노래
6. 고백
7. 여름의 끝자락
8. 청원
9. 배려
10. 연극
인터미션(김정원)
11. 아이처럼
12. 출발
13. Train
14A. 데자뷰
15A. 사랑한다는 말
14B. 낙엽
15B. 사랑한다 말해도
16. 농담
17. 취중진담
18. 잔향
19. 고독한 항해
앵콜20. 동반자
Finale_잔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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