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아내의 외도로 낳은 자식 친생자로 판결
인공수정으로 낳은 자식 역시 친생자로 판결

아내가 외도로 낳은 자식도 남편의 친생자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사진=대법원 제공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아내가 남편의 동의 아래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자녀를 출산한 경우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또 아내가 혼인 중에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라면 설령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으로 봐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김재형)은 23일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를 받아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그 자녀를 남편의 친생자로 추정하는 것이 타당하고, 아내가 혼인 중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라면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하여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여전히 남편의 자녀로 추정된다며 원심판결에 대한 원고의 상고를 기각하였다 밝혔다(2016므2510 전원합의체 판결).

소송을 살펴보면, 원고(남편)는 A(아내)와 혼인신고를 마친 법률상 부부로서 무정자증으로 자녀가 생기지 않자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자녀를 갖기로 하였다. 이에 따라 A는 1993년경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AID)을 통하여 피고 1.을 출산하였고, 원고는 자신과 A의 자녀로 피고 1.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이후 A는 1997년경 혼외 관계를 통해 피고 2.를 출산하였고, 원고는 자신과 A의 자녀로 피고 2.의 출생신고를 마쳤다. 원고와 A는 2013년경 부부갈등으로 협의이혼신청을 하였다가 취하하였으나, 그 후 이혼소송을 하면서 상호간 이혼조정이 성립되었다. 피고들은 위 과정에서 원고와 A가 다투면서 자신들이 친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 비로소 사정을 알게 되었다. 원고는 2013년경 피고들을 상대로 친생자관계 부존재확인을 구하는 이 사건 소를 제기했다.

제1심 소송과정에서 유전자 검사를 실시한 결과, 원고와 피고들 사이에는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으나 법원은 "원고의 아내가 혼인 중에 피고들을 임신한 이상 피고들은 원고의 친생자로 추정된다며 무정자증 진단이 있다고 하여 친생추정의 예외를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결했다.

2심에서도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원고가 동의한 이상 출생한 자녀는 원고의 친생자로 추정되므로, 친생자관계부존재 확인을 구하는 것은 부적법함"과 더불어 "원고와 피고 2.의 유전자형이 서로 달라 친생추정의 예외가 인정되지만, 원고와 피고 2. 사이에 유효한 양친자관계가 성립되었으므로, 결국 친생자관계부존재확인의 소는 확인의 이익이 없어 부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다수의견(9명)으로 아내가 혼인 중 남편의 동의에 따라 제3자의 정자를 제공받아 인공수정으로 자녀를 출산한 경우에도 친생추정 규정이 적용되어 출생한 자녀가 남편의 자녀로 추정되며,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하여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친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출생과 동시에 안정된 법적 지위를 부여하고자 한 친생추정 규정의 취지는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도 유지되어야 하고, 자녀의 복리 관점에서도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여야 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또 남편의 동의는 인공수정 자녀에 대해서 친생추정 규정을 적용하는 주요한 근거가 되므로, 남편이 나중에 자신의 동의를 번복하고 친생부인의 소를 제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보아야 한다는 것이다.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하여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밝혀졌더라도 친생추정이 미치는 이유는 "혼인 중 아내가 임신하여 출산한 자녀가 남편과 혈연관계가 없다는 점이 확인되었다는 사정만으로 친생추정의 예외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은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고 자녀의 법적 지위를 신속히 안정시켜 법적 지 위의 공백을 방지하고자 하는 친생추정 규정 본래의 입법 취지에 반한다"고 대법원은 판단했다.

혈연관계 없이 형성된 가족관계도 헌법과 민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가족관계에 해당하고 이러한 가족관계가 오랜 기간 유지되는 등 사회적으로 성숙해지고 견고해졌다면 그에 대한 신뢰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고 본 것이다.

대법원은 이 판결을 통하여 인공수정 자녀의 신분관계 역시 다른 친생자와 마찬가지로 조속히 확정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임신ㆍ출산의 모습 을 둘러싼 친자관계 및 가족관계의 법적 안정을 확보하고, 오랜 기간 유지된 가족관계에 대한 신뢰보호 필요성, 혼인과 가족생활에 대한 자율 적 결정권 보장, 사생활 보호의 필요성 등을 감안할 때 혈연관계만을 기 준으로 친생추정 규정의 적용범위를 정할 수는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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