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민은 안중에 없고 상부 압력에 굴종
과잉행정으로 분란 초래하고 행정력 낭비

 

 

서초구의 사랑의교회에 대한 도로점용허가처분이 대법원에 의해 최종 무효로 판결됨으로써 서초구의 무리한 행정이 세간에 오르내리고 있다. 사진=시사경제신문 DB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서초구 사랑의교회의 참나리길 지하공간 도로점용허가가 최근 대법원 판결로 무효로 확정되면서 서초구의 무리한 행정이 세간에 화제로 올랐다.

대법원은 서초구청장의 사랑의교회에 대한 참나리길 지하공간 도로점용허가처분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하여 위법하다는 이유로 취소를 명한 원심판결을 확정하였다고 17일 밝혔다.

원심은 ▲예배당, 성가대실, 방송실과 같은 지하구조물 설치를 통한 지 하의 점유는 원상회복이 쉽지 않을 뿐 아니라 유지·관리·안전에 상당한 위험과 책임이 수반되고, ▲이러한 형태의 점용을 허가하여 줄 경우 향후 유사한 내용의 도로점용허가신청을 거부하기 어려워져 도로의 지하 부분이 무분별하게 사용되어 공중안전에 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으며, ▲이 사건 도로 지하 부분이 교회 건물의 일부로 사실상 영구적·전속적으로 사용되게 됨으로써 도로 주변의 상황 변화에 탄력적·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없게 된다는 등의 사정을 들어 서초구의 도로점용허가가 비례·형평의 원칙을 위반하였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특별계획구역 내의 도로점용허가에는 행정계획의 입안·결정과 마찬가지로 폭넓은 계획재량이 인정된다는 피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에 대해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결론지었다. 서초구의 도로점용허가처분은 비례·형평의 원칙을 위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이라고 본 원심의 판단을 수긍한 것이다.

이번 판결로 서초구의 사랑의교회에 대한 도로점용허가처분의 취소가 확정되었다. 대법원은 서초구가 취소판결에 따라 사랑의교회에 대해 도로의 점용을 중지하고 원상회복할 것을 명령하고,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행정대집행이나 이행강제금 부과 조치를 하는 등 위법상태를 제거하여야 한다고 판시했다.

또한 서초구가 수익적 행정행위의 직권취소 제한에 관한 법리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일정한 요건 하에 직권으로 이 사건 건축허가의 일부를 취소하거나 변경하는 등의 조치를 할 의무가 있다고 적시했다.

서초구는 박성중 구청장(현 자유한국당 서초을 국회의원) 재임 시인 지난 2010년 4월 서초동 대법원 건너편에 기네스북에 오를 6000여 석의 지하예배당을 신축 중이던 사랑의교회로부터 건물 일부를 어린이집으로 기부 채납받고 점용료를 받는 조건으로 참나리길 도로 지하 1077.98㎡(326평)를 사용할 수 있는 건축허가와 도로점용허가를 내줬다.

구청 치수과는 하수처리를 위해 꼭 필요한 부지라 반대했고, KT와 서울도시가스도 설비들이 매장돼 있어 어렵다는 의견을 냈지만 서초구는 도로점용허가처분을 밀어붙였다. 이에 반발한 황일근 당시 서초구의원 등은 2011년 12월 서울시에 감사를 청구했고, 서초구가 도로점용허가 처분을 시정하라는 서울시의 요구에도 응하지 않자 서초구민 293명이 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 대법원으로부터 서초구의 처분은 무효라는 최종 승소를 이끌어냈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판결은 주민소송으로 자치단체 행정의 잘못을 교정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8년에 이르는 송사를 통해 구민과 구청이 대치한 것은 결코 좋은 본보기라고 할 수 없다. 구민의 뜻을 따르기보다는 상부의 지시와 압력에 굴종하는 자치단체의 모습은 우리 지방자치의 난맥상을 보여준다. 허가를 내줄 당시 청와대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압력이 있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바다.

이에 더해 조은희 구청장은 지난 6월 1일 사랑의교회 서초예배당 헌당식에서 “이제 서초구의 할 일은 영원히 이 성전이 예수님의 사랑을 열방에 널리널리 퍼지게 하도록 점용허가를 계속 해드리는 겁니다”라는, 교회 편에 서는 부적절한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이 같은 대법원 판결에 대해 서초구는 "대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 아직은 판결문을 접수받지 못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기가 그렇다. 판결문을 보고 법률 전문가의 자문과 검토를 거쳐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소송 주민이나 구민들을 향한 사과 한마디 없었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의회 추승우 의원은 "상부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구청은 법치행정을 구현해야 한다"라며 "서초구가 법적 검토를 거치고 많은 의견을 청취하는데 문제가 있어 재량권을 남용하는 무리수를 두지 않았나 판단된다"고 말했다.

향후 사랑의교회 지하예배당 점용공간이 어떤 식으로 대법원의 판결에 호응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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