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광장∼서울역 2.1㎞ 구간 인파로 가득 메워
일반 시민 가세 눈에 띄어, 정국혼란 예상

조국 장관 등에 반대하는 성난 시위대들이 청와대 앞까지 끊임없이 이어지며 구호를 외쳐대고 있다. 사진=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파면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개천절인 3일 오후 서울 도심에서 열렸다.

자유한국당을 비롯한 보수 정당, 보수 성향 시민단체가 같은 시간 각각 집회를 개최했으나, 광화문 앞에서부터 서울시청을 지나 서울역까지 왕복 10차선 도로를 가득 메운 인파는 '조국 파면'에 한목소리를 냈다.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조국) 청문회가 시작되니 매일 같이 비리가 폭로됐다. 새로운 것들이 매일 나왔다”면서 “그런데도 장관에 임명을 했다. 이것이 말이 되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과거 말 한마디 잘못해서 총리가 낙마한 경우도 있다. 청문회에서 양파껍질처럼 까도까도 매일 10건씩 의혹이 나오고 있다”며 “그런 사람을 임명하는 것이 제정신인가”라고 말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검찰 개혁이 아니라 검찰 장악이다. 여당이 조국을 수사하는 검찰을 고발했다. 그들이 정의의 사도로 외쳤던 윤석열 검찰을 부정하고 있다"며 "대통령은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라고 했는데 정작 살아있는 권력에 진짜 칼을 거두자 검찰 개혁을 얘기하며 윤 총장 끌어내리려고 한다”고 주장했다.

집회 후에는 끊임없는 시위대 인파가 청와대 앞까지 진출해 '조국 퇴진' '문재인 하야' 등을 외쳐댔다. 흡사 박근혜 탄핵 촛불시위 현장을 보는 듯한 모습으로 다소 슬프고 아이러니 했다. 박 정권의 비리와 무능을 문제 삼아 권좌에서 끌어내린 현 정권이 불과 몇 년 만에 시민들로부터 같은 이유로 공격받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를 돌파하자"라는 구호도 나왔지만 시위대는 청와대 정문 부근에서 멈추고 다시 돌아나와 대부분 뿔뿔이 흩어져갔다.
  
문제는 '조국 퇴진'을 넘어 이제 '조국 감옥' '문재인 탄핵' '문재인 하야' '문재인 사형' 같은 살벌한 구호들이 시위대들에게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조국 퇴진을 넘어 정권 퇴진운동이 본격화 된 셈이다. 그동안 냉대 받던 태극기 집회는 조국을 불쏘시개로 하여 대중성을 획득했고 점점 그 세를 불려가는 형국이다.

광화문 일대에 들어선 집회 인파. 사진=백종국 기자

 

한국당은 집회 참석 인원을 300만 명 이상으로, 문재인하야 범국민투쟁본부는 200만 명 이상으로 추산했다. 200만 명은 과장되었다는 생각이지만 한 눈에 일별 할 수 없는 여러 장소에 대규모 인파가 밀집해 있는 모습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광화문 집회 이후 처음이었다. 종로통과 사직로에 주차된 많은 대절버스들을 볼 때 지방에서도 많은 인원이 올라온 것으로 보인다.

토요일마다 집회에 참석한다는 한 어르신은 "오늘 같은 인파는 처음 봤다"고 말했다. 적어도 서울에 사는 50~70대 중년과 노년은 다 나온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지인도 만날 수 있었다. 이날 집회로 광화문을 비롯해 종로 남대문 서울역 등에는 쏟아져 나온 시민들로 이동조차 매우 힘들었다. 귀가를 위해 지하철을 잡으려면 수십 분이 더 소요되었으며 도보로 이동하는 사람도 많았다.  

이날 집회는 지난달 28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주변에서 열린 '검찰개혁 촛불집회'에 자극을 받은 보수 진영이 총결집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하지만 단순히 보수 진영만이 아니라 일반 시민, 젊은층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친구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한 30대 여성은 "신뢰가 안 가는 조국 장관으로 인해 나라가 분열되는 상황에서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에 용기를 내어 나왔다"고 말했다. 20대의 한 커플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나왔다"는 노숙한(?) 답변을 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신문사 임원은 "보수단체만이 아니라 일반시민들도 많이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며 "앞으로 정국혼란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주말인 오는 5일 서초동에서 2차 촛불집회가 대규모로 열릴 것으로 예상돼 '검찰개혁' 대 '조국 파면' 양 진영 간 대결은 더욱 확산되며 정국을 혼란으로 몰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시청 일대 시위 인파. 사진=백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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