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자살실태조사, 심리부검 결과, 서울특별시 자살사망 분석보고서 공개
피고용자는 업무스트레스, 자영업자는 사업부진 주요 자살 원인
자살사망자 수는 노원구, 자살률은 영등포구가 1위
개인 동의 없이도 자살예방기관 개입 허용되어야

보건복지부의 지난해 자살실태조사 등에 따르면 자살에는 정신질환, 대인관계 외에도 경제적 문제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표는 OECD 국가적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대한민국. 자료=보건복지부 제공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자살사망자 1인당 직업 스트레스, 경제적 문제, 신체건강 문제, 정신건강 문제, 가족관련 문제 등 평균 3.9개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자살의 이유는 정신과적 증상, 대인관계 외에 피고용자는 업무스트레스, 자영업자는 사업부진도 적잖은 것으로 드러났다. 건강보험 구간 하락 등 경제적 추락도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의 2018 자살실태조사 등을 통해 자살의 경제·사회·심리적 동인을 살펴본다. 백종국 기자

 


자살위험 신호에 대한 공익광고 등의 영향으로,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자살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살에 대한 생각이 시간을 두고 발생한다’는 인식 등 일반 국민의 자살 관련 지식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자살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있다’는 등 자살에 대한 허용적 태도가 높아졌고, 자살은 예방 가능하다는 인식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자살시도자 보호를 위해 개인 동의 없이도 자살예방기관의 개입이 허용되어야 한다는 의견에 일반 국민 79.1%가 동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적절한 개입 내용은 시도자 정보(연락처 등)를 자살예방기관에 제공(45%), 시도자 본인에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42.9%) 등이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에 의한 2018 자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아울러 중앙심리부검센터와 함께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 5개년(2013∼2017) 서울특별시 자살사망 분석 결과 보고서도 공개하였다.

 

조사로 드러난 자살 이유. 자료=보건복지부

 

응급실 내원 자살 시도자 중 1/3이 자살 재시도자
의료기관 방문 자살 시도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급실 내원 자살 시도자 중 36.5%가 자살 재시도자이며, 자살시도 시 52.6%가 음주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조사대상 자살 시도자 중 47.7%는 자살을 시도할 때 죽고 싶었다고 답했으나, 13.3%는 죽고 싶지 않았다, 39.0%는 죽거나 살거나 상관 없었다고 응답하여 삶에 대한 양가감정을 보여주었다.

심리부검 결과에 따르면, 자살사망자 1인당 직업 스트레스, 경제적 문제, 신체건강 문제, 정신건강 문제, 가족관련 문제 등 평균 3.9개의 생애 스트레스 사건이 자살 과정에서 순차적 혹은 복합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 사망자의 84.5%가 정신건강 관련 어려움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직업관련 스트레스는 68.0%, 경제적 문제와 가족관련 문제는 각각 54.4%가 겪었을 것으로 확인되었다.

올해 보고서에서는 자살사망자의 특성을 분석하여 자주 발생하는 74개 위험요인을 추출하고, 연령별, 성별, 직업군별 자살경로 패턴도 분석하여 제시하였다.

직업군별 분석 예시에 따르면, 피고용인은 부서배치 변화, 업무부담 가중 → 상사 질책, 동료 무시 → 급성 심리적·신체적 스트레스 → 사망(업무과중 경로, 평균 4.94개월)으로 이어졌고, 자영자는 사업부진 → 부채(사업자금) → 정신건강 문제(음주/우울) → 가족관계 문제 → 사망(사업부진 경로, 평균 258.0개월)으로 이어졌다.

자살사망자의 92.3%가 사망 전 경고신호를 보였으나, 이중 77.0%는 주변에서 경고신호라고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식사상태·수면상태·감정상태 변화, 주변을 정리함 등 자살사망자 경고신호는 사망 3개월 이내의 근접 시점에 관찰된 비율이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유족에 대한 조사 결과 유족의 19.0%는 심각한 우울상태로 파악되었으며, 자살사건 발생 시 유족의 71.9%가 자살에 대한 부정적 편견, 주변의 충격, 자책감 등으로 고인의 자살을 주변에 알리지 못한 대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자살사망자 수는 노원구, 강서구, 강남구 순, 자살률은 영등포구, 금천구, 용산구 순으로 나타났다. 자료=보건복지부 제공

마포대교, 한강대교, 광진교 자살사망자 많아
5년간(2013∼2017) 서울시 자살사망을 분석한 결과 발견지 기준 자살사망자 수는 노원구(617명), 강서구(571명), 강남구(566명) 순, 자살률은 영등포구(27.6명), 금천구(27.2명), 용산구(25.6명)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에서 발견된 자살사망자 중 9.2%(915명)는 서울시 외부에서 유입된 경우로 확인되었다.

서울시 발견 자살사망자 중 10.5%(1,044명)가 한강변에서 익사 상태로 발견되었으며, 이 중 서울시 외부거주자가 358명(34.2%)으로 밝혀졌고, 교량별로는 마포대교(26.5%), 한강대교(8.4%), 광진교(7.0%) 순으로 자살사망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자살사망자 전수조사 자료를 건강보험 공단 자료와 연계한 결과 의료급여 수급권자 및 건강보험료 20분위 자료 분석 시 자살률은 의료급여 구간(38.2명)과 보험료 하위구간(24.4명)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또한 사망 전년도에 건강보험료 분위 변화 있었던 경우를 분석한 결과, 의료급여구간에 머물러 있었던 경우의 자살률이 가장 높았고(66.4명), 하위구간에서 의료급여구간으로 하락한 경우(58.3명), 중위구간에서 의료급여구간으로 하락한 경우(34.3명) 순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자살사망자를 질환별로 분석한 결과 신체질환의 경우에는 호흡기 결핵(477.5명), 심장질환(188.3명), 간질환(180.0명), 암(171.5명) 순으로 자살률이 높은 것으로 확인되었다.

정신질환의 경우에는 자살사망자 수는 우울질환(2,932명), 수면장애(2,471명), 불안장애(1,935명) 순으로 많았고, 자살률은 정신활성화 물질 사용장애(1,326.4명), 성격장애(879.8명), 알코올 사용장애(677.8명) 순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등록 장애 이력별 분석 결과 지체장애의 경우가 자살사망자(511명)는 가장 많았으나, 자살률은 호흡기 장애(201.1명)와 정신장애(199.4명)가 높은 것으로 밝혀졌다.

 

우울증 검진자 대상 자살위험 선별 강화해야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자살시도자 등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관련 제도의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소방이 자살시도자에 대한 정보를 정신건강복지센터 등에 동의 없이도 제공하는 방안 등 관련 자살예방법 개정안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이다.

보건복지부는 이와 함께 “심리부검 결과를 통해 밝혀진 자살사망 경로는 향후 추가 분석을 실시하여 지방자치단체별 자살예방 계획 수립을 위한 기초자료로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의료급여 수급권자 등 저소득 취약계층의 자살 위험이 높은 것이 확인되었으며, 방문 서비스를 활용한 자살위험 선별(스크리닝) 또한 지속 추진할 예정이다”고도 말했다. 아울러 “준비 중인 일차의료기관 우울증 검진자 대상 자살위험 선별(스크리닝) 시범사업에 대해 대상 질환 등을 확대하는 방안 역시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

중앙심리부검센터 전홍진 센터장은 “심리부검을 통해 자살사망자가 자살생각의 시작부터 자살에 이르기까지 변화를 추적해 갈 수 있다”면서 "향후 직업별, 지역별, 상황별로 다양한 경우의 심리부검을 해서 맞춤형 자살예방 정책의 수립 및 유족에 대한 도움을 제공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2018 심리부검 면담 결과 보고서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또한 5개년(2013∼2017) 서울특별시 자살사망 분석 결과 보고서에 대해 “우리나라는 주변 사람의 영향을 많이 받는 특성이 있어서, 자살이 발생하는 곳에서 또 자살이 발생한다”면서 “이 보고서를 통해 자살 다발 발생지역을 확인하고 근거 중심의 지역 맞춤형 자살예방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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