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환자와의 의사소통 보완해야

"의료사고에 대한 현실적 대책 필요"

강서구의 한 산부인과 의료사고가 의료특구 강서구의 위상을 깎아내리고 있다. 사진=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최근 강서구의 한 산부인과 병원에서 실수로 환자를 뒤바꾸어 낙태 수술한 사고가 발생하면서 의료특구(미라클메디) 강서의 위상에 먹칠을 가하고 있다.

그동안 의료특구를 지원하고 널리 알리기 위해 애써왔던 강서구 보건소 관계자와 의료계 인사들은 이번 사건으로 그동안 쌓았던 좋은 이미지에 흠이 갈까 부심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7일 강서구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환자 차트가 바뀐 줄도 모르고 태아 영양제를 맞으러 온 베트남 임신부를 낙태 수술하는 사고를 일으켰다. 수술했던 의사와 간호사는 입건되어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

사고를 일으킨 병원은 강서구에서는 꽤 알려져 있는 병원이다. 산후조리원을 포함한 지상 10층의 본관 건물 외에 7층의 더 넓은 신관 건물, 치과 건물을 가지고 있는 규모가 있는 병원으로 시설도 깨끗한 편이다. 사고가 언론에 처음 알려진 23일 문제의 병원을 찾았을 때 이런 중규모 이상의 병원에서 초보적인 사고가 난 것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베트남 임신부가 들렀을 신관 2층의 응접실은 넓고 쾌적했으며 응접실을 둘러싸고 산부인과 진료실이 여러 개 눈에 띄었다. 바로 위층인 3층에는 문제의 수술실이 자리하고 있었다. 사고의 여파인지 퇴근 무렵이어서인지 환자는 눈에 많이 띄지 않았다. 현재 이 병원 홈페이지는 허용된 일일 데이터 전송량이 초과하여 사이트가 차단된 상태다.

병원장을 찾아 사고에 대한 설명을 들으려 했으나 안내받지 못 했다. 병원 직원은 병원으로서는 할 말이 없다. 원장은 기자를 만날 생각이 없다. 왔던 기자들 모두 건물 외관 사진만 찍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미안하다!” “죄송하다!”라는 말 한 마디 없이, 사고를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고 병원은 관계가 없는 것처럼 선을 그으려는 의도가 엿보였다.

관내 의료기관을 지도관리하는 강서구 보건소 관계자는 민원 제기가 없어 이번 사고를 언론을 보고야 알았다면서 보건소 의약과는 의료법이나 시행규칙 등 법적인 부문에 관여하는데 의료기관의 사소한 행위까지 일일이 개입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누리꾼들은 이번 사건이 다문화가정 산모가 의사소통이 어려워 발생한 비극이라며, 불통이 부른 의료사고라는 반응을 드러냈의료특구 사업에 참여하는 의료기관들은 이번 사고를 계기로 외국인 환자의 코디네이터와의 상담만이 아니라 의료진과의 상담에도 어려움이 없도록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번 의료사고는 외국인 환자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의료특구 강서구에서 일어난 일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이 병원은 의료특구 사업에 참여하는 강서구 의료기관 중 하나다.

강서구는 중앙정부로부터 의료특구로 지정된 201511월부터 관내 의료·쇼핑·숙박 인프라를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온 것이 인정받아 우수 특구로 선정되고 여러 차례 국비 지원도 받았다. 특히 민관 협력체계 구축·발굴,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팸투어와 해외설명회 개최, ·번역 지원, 국내외 해외 마케팅, 브랜드미라클메디특구 강화 등에 힘써 왔다.

강서구는 지난해 9월 중국 난징 시에서 강서구 의료기관들과 함께 설명회를 개최했으며, 지난 4월에는 의료관광특구에 필요한 병원 업무 보조인력을 모집해 교육시키기도 했다.

민간에서는 의료관광 컨소시엄 병원, 쇼핑·숙박·여행 업체, 음식점 등으로 구성된 강서 미라클-메디특구협의체를 운영하며 의료관광 활성화를 위한 사업들을 전개해왔다. 병원 개별적으로도 외국인 환자 유치 활동을 펼치는데, 한 대형 산부인과는 이달 초 필리핀 병원협회 관계자를 대상으로 팸투어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번 낙태 사고는 강서구 민관의 이런 노력들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의료관광객 유치에 애쓰는 다른 지자체나 나라에 좋은 비방거리가 될 참이다. 이번 사고에 나 몰라라 하는 병원의 태도는 넌센스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논란이 일고 있는 의료사고에 대한 과실 책임 문제도 부담이다.

이번 사건에 대해 경찰이 적용한 법 조항은 업무상 과실치상혐의다. 의사에게 업무상 과실치사가 적용되지 않으며 태아는 사람으로 보지 않기에 짜낸 궁여지책이다. 지난해 11월에도 한 종합병원 의료진이 아이에게 놓을 주사를 다른 사람에게 놓아 치료 부재로 아이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지만 의료진의 과실이 인정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이처럼 소비자에게 엄격한 의료사고 기준이 외국인 환자 유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의료사고 보험의 운용에 있어 좀 더 유연한 접근 자세가 필요하다고 한 의료인은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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