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본사 뒤편에 내걸린 검은 현수막에 얽힌 사연
“아모레회장 차의 위협 운전으로 언니 충격 받아 사망” 주장
아모레, “도의적 고민 있지만 사실 아냐” 해명

아모레 사옥 뒤 철거 예정 점포. "점포 여주인인 언니가 아모레회장 차의 위협으로 사망했다"고 주장하며 여동생이 아모레 측과 시위와 송사를 벌여나가고 있다. 사진=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김 씨 두 자매가 용산 아모레 사옥 건설 과정에서 당한 피해를 두고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여러 건의 송사를 벌이고 있다. 언니는 아모레와의 대치 과정에서 안타깝게 숨지고 동생 홀로 남아 외로운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시사경제신문은 언니의 사망에 이르는 의혹에서부터 재개발 과정에서의 보상문제, 소송 진행사항에 이르기까지 재개발 과정에서의 문제점들을 연속으로 취재, 소개한다. 편집국

 

지난 20186월 신용산역 인근에 들어선 아모레퍼시픽 신사옥은 그 예술적인 외관으로 단번에 용산의 랜드마크로 떠올랐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인 데이비드 치퍼필드(David Chipperfield)자 중정형 설계를 택한 이 건물은 연면적 188,723의 거대한 규모 외에도 창조, 소통, 조화, 자연친화라는 아모레퍼시픽 경영철학의 심미적 가치를 구현해낸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게다가 인근 도로가 넓어지고 주변 환경도 깔끔해지고 1만 명 가까운 인구가 아모레 사옥에 들어옴으로써 일대 부동산 가격도 크게 올랐다.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용산공원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더해져 아모레 사옥 근처는 평당 12000만 원으로 이전보다 두 배 가량 올랐고 좀 떨어진 곳도 평당 8500만 원 이하에는 구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행복해지진 않았고 아직도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아모레 사옥이 지어지는 6년 동안 인근 상권은 피폐해졌고 그로 인해 상가에 세든 세입자들은 사옥 건설로 인한 가장 큰 피해자로 남았다.

한때 보세 옷 상가로 번창했던 일대 상가는 6년 동안의 아모레 사옥 건설 과정에서 시공사인 현대건설이 한쪽 도로를 막아 공사자재 적치장으로 사용한 데다 소음과 분진 등으로 손님이 줄어들어 죽은 상가로 전락했다.

상인들은 시공사 측에 영업피해보상을 요구했고, 결국 월세에도 미치지 못하는적은 금액으로 합의를 보았다. 피해보상 과정에서 상인회가 분열돼 논란이 일었고 깔끔한 보상이 이뤄지지 못 했다. 일부 상인들은 상가를 떠났고 지금도 많은 상가들의 문이 닫혀 있는 등 아직까지 활성화 되지 못 하고 있다.

 

사옥 건설 과정에서의 아모레 측 횡포를 비난하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들. 사진=백종국 기자

 

재개발의 음영, 피해자는 남아 있다

아모레 사옥 건물 뒤편 이면도로 난간에 몇 달째 내걸려 있는 검은 현수막은 이 같은 난개발의 부산물이다. 난개발이라 한 이유는 대기업이 나서는 재개발이라고 해도 개발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고 개발이익이 고루 공유되지 못 했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2009년 재개발 보상대책에 대한 반발 과정에서 30명이 사상한 용산참사가 벌어진 용산에서 다시 이와 비슷한 일이 벌어진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아모레는 삶의 터전 지킬()려는 선량한 주민의 목숨까지 앗아가 놓고 증거 대라고 한 철면피 아모레!!!’, ‘아모레는 삶의 터전 몰아내고 생명까지 죽이냐!!!’, ‘가족의 생계 이 가게가 전부였다’, ‘가게 지키려다 유명을 달리했네’, ‘힘없는 자 죽음 위에 대기업 활개 치네’, ‘죽은 자의 묘지가 아모레의 명당이네등 현수막에 박힌 다소 섬뜩하고 풍자적인 문구들은 개발 과정의 나쁜 기억들을 상기시키고 있다.

또한 아모레 사옥 옆 미군기지 19번 호스피탈 게이트를 향해 난 도로 위에 홀로 덩그러니 서 있는 조그만 점포도 비슷한 글이 적힌 검은 현수막으로 둘러싸여 음험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 두 곳의 현수막이 같은 사람이 썼다는 것은 누구나 알 수 있을 정도다.

한 달에 한두 번은 그 거리를 지나는 기자는 지난 2월 이런 현수막을 처음 목격하고 누군가가 알박기를 심하게 하고 있는 중이구나하는 생각에 기분이 썩 좋지 않았다. “그 점포의 여주인이 아모레회장 차의 위협으로 죽었다는 얘기를 두 달 후 주변사람으로부터 전해 들었지만 사안이 중대한 만큼 곧 해결되겠지라는 생각에 관심을 놓고 있었다.

몇 주 전 그의 얘기를 더 들어보니 보상 문제가 아직까지도 해결이 안 되어 사망한 점포 여주인의 여동생이 지난 2월부터 지금까지도 매일 아침 아모레 사옥 주변에 현수막을 달고 저녁이면 거둬들인다는 것이었다.

최근 그의 숍에 들렀다가 마침 숍에 와있는 여동생 김○○ 씨를 우연히 만났다. 서울서부지방법원에서 열리는 시위금지 관련 공판에 출발하기 직전이었다. 아모레 측으로부터 시위금지, 명예훼손, 명도 등과 관련해 각각 고소를 당해 3개의 송사를 벌이는 중인 그녀는 소송 관련서류를 준비하고 법원에 출석하느라 무척 바쁜 듯했다.

 

사건 당사자인 김 씨가 사건 직후 찍은 아모레회장 차의 사진. 사진=백종국 기자

 

아모레회장 차 운전기사의 위협운전으로 언니 충격으로 사망

김 씨는 언니 김○△ 씨가 옷가게를 하던 무허가점포 맞은편의 상가에서 30년째 옷가게를 해온 상인으로 아모레 사옥 건설 시 상가 영업피해보상 대상자이기도 하다. 김 씨는 아모레 사옥 건설 시 시공사로부터 1차 피해보상을 받았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2차 피해보상을 받지 못 했다.

권리금과 세를 내고 운영하던 점포를 철거당하게 되어 언니의 생계가 막막해지자 김 씨는 언니와 함께 이태원에 자리한 서경배 회장 자택 앞에서 대책을 호소하는 시위를 벌이다가 언니가 죽음에 이르는 끔찍한 사고를 겪었다.

김 씨는 아모레회장 차의 위협으로 언니가 그 다음날 죽었다. 언니의 죽음에 어머니가 충격으로 거의 실명에 이르는 등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 저도 심리치료를 받았고 2년째 가게 영업을 못 하고 있다. 그런데도 아모레는 내걸은 현수막이 허위사실을 유포한다며 법원에 시위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억울한 마음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지난해 224일 언니가 죽기 전날의 사건에 대해 지난달 730일 법원에 제출했던 준비서면에 다음과 같이 적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사옥만을 짓기 위한 용산제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이라 하여 독점으로 재개발을 하면서 수십 년간(30) 영업을 해오던 저의 언니의 생에 대한 삶의 터전인 생존수단이 박탈당하게 되어 철거에 따른 생계수단의 대책마련을 호소하던 언니와 저는 아모레회장님 집 앞 담 벽에 바짝 붙여 일렬종대로 조용히 서있던 언니와 저에게 아모레회장님 차인 대형 밴 차가 위협과 가해를 하였습니다.

아모레회장님의 대형 밴 차가 언니와 저의 뒤에서 기습적인 속도와 좁은 각도로 순식간에 들어오면서 대형 밴 차와 벽 사이에 순간 갇히게 되었습니다. 앞쪽에 서 있던 언니는 앞쪽의 더 좁은 각도에 갇히게 되어 끼이게 된 언니와 각도가 앞쪽보다 조금 넓었던 뒤쪽에 서 있던 저는 너무 놀라 뒤로 빠져나왔습니다.

앞쪽에 좁게 갇혔던 언니는 혼절할 정도의 쇼크로 인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아모레가 이렇게 죽일 수도 있겠다고 말하고 그렇게 쇼크로 인해 언니는 집에 돌아가서 사망하게 되었습니다.”

김 씨는 언니의 죽음에 대해 아모레 관계자는 당시 왜 경찰의 수사를 요청하지 않았냐? CCTV에 자료가 다 남아있었을 텐데, 하며 증거를 대 보라는 투로 대했다. 아모레는 뭘 원하느냐, 얼마를 원하느냐고 형식적으로 묻기만 했을 뿐 수습과 책임을 다하지 않고 있다. 유족에게 사과하고 위로를 해야 함에도 1년여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고소하지 않았다고 사고의 사실을 은폐하고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말했다.

언니의 죽음이 발생하고 왜 1년 가까이 지나고서야 현수막을 걸게 되었느냐는 물음에 그녀는 고소할 정신이 어디 있었으며 저와 가족이 회복되지 않은 상태의 시간들을 책임회피에 뒤집어씌우는 것에 시위로라도 말할 수밖에 없었다. 언니의 억울한 죽음의 충격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 충격으로 인한 어머니의 응급회복 수습과 가족(시어머니)의 죽음으로 이어지는 1년여 동안의 시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아모레가 이 사실을 알고 있으면서 아모레는 이제 와서 저에게 고소를 하라고 하며 발뺌으로 언니가 지병으로 죽었다고 거짓된 내용으로 날조하여 유포하고 있다면서 언니는 지병 없이 건강했기에 법원에 언니의 건강기록부를 제출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아모레, “협상 안 되어 송사로 진행, 피해자들에게 적절한 보상할 것

이 같은 김 씨의 주장에 대해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김 씨가 언니와 함께 회장님 댁 앞에서 별도 시위를 벌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현수막 소송 건은 현수막이 현실관계에 대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언니의 죽음에 대해서는 도의적으로 고민했었다. 김 씨나 다른 가족이 사건 발생 직후 경찰에 수사 요청을 하고 사체 부검을 했어야 했는데 그러시지 못 한 걸로 알고 있다. 회사는 언니가 살아계실 때 철거되는 점포를 대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형평성이 문제가 되고 회사가 생각하는 수준과 차이가 커서 성사되지는 못 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회사는 김 씨 자매 측과 보상 협상을 원하고 있다. 모든 피해 보상은 금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는데 김 씨 측이 금액을 명확하게 제시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협상이 안 되어 법으로 가게 된 것이다. 법적인 판결이 내려지면 회사는 거기에 충실히 따를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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