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보와 경계 모호하고 장애물 많아 사고 위험 높아 개선 시급

우장산역 자전거 도로.

덕원여자고등학교와 가까운 우장산역 앞 분리형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의 경우 응답자들의 반응을 쉽게 수긍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구간이다. 이곳에는 지하철 환풍구와 가로수, 쓰레기 등 보행에 불편을 초래하는 장애물이 곳곳에 놓여 있다. 당연히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서울형 공공자전거 따릉이의 인기가 날로 치솟고 있다. 이용이 편리한데다, 주행거리와 소모 칼로리 등을 알 수 있어 한 번도 안타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타본 사람은 없다는 자전거다. 10~30대 이용자가 많은 소셜네트워크 인스타그램에는 따릉이를 해쉬태그로 단 게시물이 101K가 넘는다. 따릉이 외에도 따릉이자전거, 따릉이투어, 따릉이데이트 등 따릉이를 인증한 게시물은 차고 넘친다.

이처럼 따릉이의 폭발적 인기로 도로 위에는 아마추어 라이더를 포함한 소위 자전거족(?)이 많이 등장하고 있다. 문제는 자전거족의 폭발적 증가만큼 관련사고 또한 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언론에 따르면 따릉이가 활성화되기 전인 지난 2013~2017년 발생한 자전거 사고는 월평균 2,678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따릉이가 보편화 된 지금 자전거 사고는 더 많을 것이다.

자전거 사고는 대부분 도로상(84.9%)에서 발생한다. 그 원인으로는 운전자 부주의(61%), 충돌(24%), 안전수칙 불이행(13%), 정비불량(0.7%) 기타(0.7%)로 나타났다. 이는 자전거 운전자들에 대한 안전교육 및 안전의식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렇다고 운전자 안전교육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이 있는데, 바로 사고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자전거도로가 그것이다.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통행을 위한 길’이라는 시민들의 의식을 조성하는 일만큼 지자체의 탁상행정 또한 시급히 개선돼야 할 문제로 보인다. 

더불어 자전거도로의 부족 및 효율성 낮은 설계 등도 자전거족의 니즈의 맞게 개선돼야 할 필요가 있다.

자전거도로는 △자전거 전용도로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 △자전거 전용차로 등으로 구분돼 있다. 이 가운데 보행자와 자전거 운전자 간 사고위험이 가장 높은 곳은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다.

자전거 보행자 겸용도로는 ‘분리형’과 ‘비(非)분리형’으로 구분할 수 있다. 분리형은 인도와 자전거 도로 사이에 물리적인 구분이 없고, 단지 붉은색으로만 바닥을 표시한 것이 특징이다. 때문에 보행자 중 상당수가 자전거도로를 일반 도보와 같이 인식하고 있다.

자전거도로에 보행자가 많다보니, 자전거 이용자들은 가다서다를 반복해야 하고 때로는 과감하게 차도에서 페달을 밟기도 한다.

때문에 자전거 이용자들은 자전거도로가 제 목적에 맞게 사용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해 큰 불편불만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감정을 느끼는 것은 자전거 이용자만이 아닐 것이다. 보행자들 또한 도로 위에서 달려오는 자전거를 피하는 등 언제 어디서 벌어질지 모르는 사고에 노출돼 있다.

실제로 덕원여자고등학교 학생들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75% 응답자가 자전거도로에 불편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덕원여자고등학교와 가까운 우장산역 앞 분리형 자전거-보행자 겸용도로의 경우 응답자들의 반응을 쉽게 수긍할 수 있었던 대표적인 구간이다. 이곳에는 지하철 환풍구와 가로수, 쓰레기 등 보행에 불편을 초래하는 장애물이 곳곳에 놓여 있다. 당연히 사고 위험이 높을 수밖에 없다.

지난 9일 현장에서 만난 주민들은 인도 가까이 설치된 장애물들 탓에 본능적으로 자전거도로를 걷게 된다고 말했다. 이날 저녁 9시부터 9시 30분까지 현장을 관찰한 결과 총 보행자 167명 중 112명이 자전거 도로를 지났다.

문제의 자전거 도로는 횡단보도와 단절돼 있어, 자전거 운행에 흐름을 방해하고 있었다. 또한 중간에 높이가 다른 턱까지 있어 사고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이 같은 결함을 손보지 않고 그대로 방치할 경우 보행자는 물론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 간 사고를 유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강서구청 관계자에 따르면 2019년 자전거 도로 조성 사업과 관련한 예산은 총 3억 5천만 원이고, 현재 1억 원 가량이 남아 있다.

지금이라도 강서구청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의 안전을 충분히 고려한 설계를 반영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일반 도로와 자전거 도로 모두 적재물이 놓이지 않도록 수시로 점검해야 할 것이며, 개구리 주차 등으로 보행자들이 불편을 겪지 않게 해야 한다. 이는 즉시 자전거 도로 위로, 차로 위로 장애물을 던져놓는 꼴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북유럽에서는 ‘도로 다이어트’, 즉 도로의 폭을 좁혀 인도와 자전거 도로를 개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도 우리 실정과 정서에 맞는 가장 안전하고 튼튼한 자전거 도로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우장산역 횡단보도 옆 자전거 도로.

덕원여자고등학교/ 우리가 GREEN 서울/
도신영, 박성영, 박채연, 이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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