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충돌방지법 제정, 청렴사회로 이끄는 지름길
도입으로 반쪽 짜리 ‘청탁금지법’ 완전하게 만들어야
이해충돌방지법 도입으로 난맥상의 지방자치 건전하게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이 현재 입법예고 중으로 올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는 자신들이 적용 대상이 될 국회의원들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다. 사진=국회 제공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공직 비리가 터져도 안이한 대응에 비슷한 공직 비리가 이어지고 비슷한 대응이 반복되며 공직에 대한 신뢰는 무너지고 우리 사회는 부패사회로 나아가고 있다. 잇따른 공직자 비리 사건이 터져도 이를 예방하고 규제할 법이 마땅치 않다. 이번 국민권익위원회의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제정안 입법예고를 계기로 이해충돌방지법의 의의와 역할에 대해 알아봤다. 백종국 기자

 

손혜원 의원은 지난 1월 목포시청의 비공개 정보를 취득해 14억 원 상당의 목포 근대역사문화공간 내 부동산을 매입, 부동산 투기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그 후에도 정부 고위직의 의심스러운 투자, 공공기관장의 블랙리스트, 기업의 불투명한 회계처리 등의 사건들은 우리 사회의 부패한 민낯을 보여주었다.

항상 언론의 주목을 받기에 나름 조심하는 국회의원과 정부 고위직에 비해 언론의 감시가 약한 지방으로 내려가면 부패상은 더 심하면 심했지 못하지 않다.

한 지방의원은 동료 시의원이 다 해먹는다고 열을 내며 나도 거점을 만들어 (예산을) 다 빼먹겠다고 친한 기자 앞에서 스스럼없이 말할 정도다. “시의원 왜 하냐?”고 물어보면 이권이 얼마나 많은데 몰라서 묻느냐?” 라고 반문했다.

한 구청 공무원은 ·과장이 무슨 힘이 있냐. 비서실에서 다 하는데라고 암시했다. 비서실이 주도가 되어 사업 예산 뒷돈 챙기기에 바쁘다는 것이다. 더 물어보면 , 취재하려고? 증거 하나라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라며 핀잔을 주었다.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그런 것은 아닐 테지만 이런 부패 구조가 온전한 지방자치 실현을 방해하고 지역의 발전을 더디게 하고 있다. 공직 비리와 뻔한 대응, 그리고 다른 공직 비리와 유사한 대응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 최근에는 사법 불신까지 더해져 공직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한 상황이다. 반면 이로 인해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제도 입법화에 대한 공론의 장이 활짝 열렸다.

공직자가 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이해충돌이 생기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공직자 이해충돌이란 공직자가 공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혈연, 지연, 친분관계, 경제적 이익 등 인적·재산적 이해관계가 개입되어 공정한 직무수한이 저해되거나 저해될 우려가 있는 상황을 말한다.

미국은 이미 1962년 이해충돌방지법을 제정·운영하며 공직자의 부패를 효과적으로 방지하고 있다. 캐나다는 2006, 프랑스는 2013년에 각각 도입되고, 우리나라는 지난 2013부정청탁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금지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었으나 국회의원들의 반대로 이해충돌 금지법안은 제외되고 2016청탁금지법만 도입되었다.

공익과 사익의 충돌을 미리 예방하고, 충돌 시 행동을 규정하는 법이 있다면 공직자의 고민은 덜어지고 투명하고 공정한 공무 집행이 가능해질 것이다. 반면 이해충돌이 적절히 관리되지 않으면 공직이 부정한 사익 추구의 수단으로 악용돼 부패를 초래하고 우리 사회는 한층 어둡고 희망 없는 사회로 전락하게 될 것이다.

 

권익위, 공직자 이해충돌방지법 입법예고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719일 공직사회에 대한 국민 신뢰를 높이기 위해 공직자의 공정한 직무수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사적 이해관계를 사전에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하고 회피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제정안을 40일간 입법예고했다.

이 법률안은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제정 시,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외된 이해충돌 방지규정을 별도로 입법화한 것이다. 법률안의 적용대상은 국회와 법원, 중앙행정기관, 지방자치단체 등의 기관에서 일하는 모든 공무원과 공직유관단체 임직원 등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공직자의 이해충돌 문제를 다룬 법은 없었다. 공직자윤리법 제2조의 2 ‘이해출돌 방지 의무는 선언적 의미의 법규일 뿐 관련내용을 구체적으로 정의하거나 처벌조항을 두고 있지 않다. 직접적 행위 규제는 백지신탁제도가 유일한데 국회의원들의 경우 이마저 50% 이상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이 올해 YTN 취재 결과 드러나기도 했다.

이번 제정안은 공직자가 직무수행 과정에서 직면할 수 있는 이해충돌 상황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고 관리할 수 있도록 8개의 세부적인 행위기준을 담고 있다.

먼저 인·허가, 승인, 조사·검사, 예산·기금, 수사·재판, 채용·승진, 청문, 감사 등의 업무를 수행하는 공직자는 직무수행 과정에서 자신과 직무관련자 사이에 사적 이해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됐을 경우 소속기관장에게 그 사실을 신고하고 해당 업무에서 배제될 수 있도록 회피신청을 해야 한다.

또 공직자와 직무관련자 사이의 부당한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공직자 자신이나 배우자 등이 직무관련자나 과거에 직무관련자였던 자와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등을 거래하려는 경우에도 미리 소속기관장에게 신고해야 한다.

이와 더불어 직무관련자에게 사적으로 자문 등을 제공하고 대가를 받는 경우와 같이 공정한 직무수행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외부활동을 금지했다. 만약 공직자가 직무관련자와의 사적인 이해관계나 금전 등 거래행위를 사전에 신고하지 않거나 금지된 직무 관련 외부활동을 할 경우에는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한 공직자가 공공기관의 물품 등을 사적인 용도로 사용·수익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사용 또는 수익하게 할 경우 2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것은 물론 그러한 위반행위로 얻은 재산상 이익은 전액 환수된다.

이와 함께 공직자가 직무수행 중 알게 된 비밀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이용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용하도록 하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된다.

직무상 비밀을 이용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한 경우 전액 몰수하거나 추징하고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했다. 실제로 이익이 실현되지 않은 경우에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함으로써 공직자의 직무상 비밀 이용에 대한 처벌을 강화했다.

이번 제정안은 고위공직자와 인사, 계약 등 부패취약업무 담당자에 대해 다른 공직자보다 한층 강화된 이해충돌 방지규정을 적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차관급 이상 공무원,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공직유관단체 및 공공기관의 장 등 고위공직자는 임용이나 임기 개시 전 3년 동안 민간부문에서 활동한 내역을 소속기관장에게 제출해야 한다.

소속기관장은 다른 법령에 위배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이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고위공직자가 활동내역을 제출하지 않을 경우 10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공공기관은 공개경쟁 또는 경력경쟁 채용시험을 제외하고는 소속 고위공직자나 채용업무 담당자의 가족을 채용할 수 없다. 자신의 가족이 소속기관에 채용되도록 지시·유도·조정·묵인을 한 고위공직자나 채용업무 담당자에게는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이와 함께 공공기관이 소속 고위공직자나 계약업무 담당자 본인 혹은 그 가족과 수의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금지된다. 이를 지시·유도·조정·묵인을 한 고위공직자나 계약업무 담당자에게도 동일하게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국민권익위는 828일까지 40일간의 입법예고 기간 중 국민과 시민사회의 의견을 수렴한 후 제정안을 보완해 올해 안에 정부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시민단체들, 이해충돌방지법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 촉구

흥사단 투명사회운동본부 양세영 정책위원장은 이해충돌방지법은 선진국형 윤리규정 완결판으로 윤리적·추상적이기보다는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한다면서 이해충돌방지법이 제정되면 공직자 비리가 상당히 예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양 정책위원장은 권익위 제정안이 가족의 범위를 4촌 이내로 하고 학연·지연이 빠져있으며 청탁금지법에는 있는 교사와 언론인이 제외되는 등 적용 대상이 좁다고 평가했다.

한국투명성기구 이상학 상임이사는 청렴 사회 확립과 부패 추방은 우리 사회 오랜 과제이며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으로 맑은 사회를 구현해야 한다면서 이해충돌방지법 제정에 생각보다 빨리 움직이는 등 정부의 추진 움직임이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이 이사는 권익위 안이 제척 중심인 이전 안에 비해 신고 중심으로 적용 가능성과 실효성을 보강했다. 소소한 쟁점 사항들이 남아 있지만 문제는 이를 국회의원들이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싶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라고 말했다.

현실적으로 이해충돌방지법안의 국회통과는 쉽지 않은 현실이다. 이해충돌방지법안은 시급한 민생법안이 아니며 지난 청탁금지법 도입 시에도 나타났듯 상당한 쟁점 사항들이 있는 법안이다. 올 가을 정기국회에 제출되더라도 상임위->법사위->본회의로 넘어가는 과정이 만만치 않고 공청회 기일도 촉박하다.

국회 회기를 감안할 때 국정감사, 예산 심의에 이번에 패스트트랙으로 넘어올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를 심의하기에도 빠듯한 일정이다. 20대 국회에 계류 중인 42개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과 같은 운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는 청렴 사회 확립과 지방자치의 본격화를 앞두고 있어선 안 될 일이다. 시민단체들은 이번 정기국회 회기 내 통과를 촉구하고 있다. 이해충돌방지법안이 정기국회에 제출되면 경실련 흥사단 한국투명성기구 등 시민단체들은 연합하여 국회를 상대로 이의 통과를 강력하게 촉구해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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