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폭락 큰 이유로 대외적 요건과 함께 '공매도' 꼽혀
증시 하락세에 돈 버는 주식시장 구조 고쳐야
나쁜 소식 확대 재생산에 국내 자본 유출도

최근 주식 폭락장을 막기 위해서는 한시적인 공매도 금지가 필요하다고 개인투자자와 시민단체 등은 주장했다. 사진=픽사베이 Pexels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최근 주가 폭락과 관련하여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공매도 제도를 손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최근 주식시장 폭락이 미중무역전쟁, 일본의 백색국가 제외 조치 등에 촉발된 것이긴 하지만 한국 증시의 공매도 제도가 이를 부추긴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G20 국가 중 한국의 증시 하락율이 세계 1,2위인 이유로 560만 개인투자자들은 주식 공매도 제도를 손꼽고 있다.

공매도란 주식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행사하는 매도주문을 말한다. 가지고 있지 않은 주식을 판 후 결제일이 돌아오는 3일 안에 해당 주식을 구해 매입자에게 돌려주면 되기 때문에, 약세장이 예상되는 경우 시세차익을 노리는 투자자가 활용하는 방식이다.

가령 A종목을 갖고 있지 않은 투자자가 이 종목의 주가하락을 예상하고 매도주문을 냈을 경우, A종목의 주가가 현재 1만 원이라면 일단 1만 원에 매도한다. 3일 후 결제일 주가가 8,000원으로 떨어졌다면 투자자는 8,000원에 주식을 사서 결제해 주고 주당 2,000원의 시세차익을 얻게 된다.

공매도는 무차입공매도(naked short selling)와 차입공매도(covered short selling)로 구분되는데, 우리 주식시장은 원칙적으로 모든 공매도를 금지한다. 다만 예외적으로 '차입공매도'에 해당하는 경우로서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한 가격형성을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방법에 의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공매도를 인정하고 있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80조 제1항). 차입공매도에 해당하고 결제불이행 가능성이 없는 경우에 한하여 차입공매도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법 조항을 이용하여 기관투자가와 외국인들이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를 남용함으로써 공매도가 시세차익을 챙기는 주요 수단으로 자리 잡았다. 주가가 하락해야 수익이 나는 이상한 구조가 정착되고 안 좋은 소식만 확대 재생산하며 악재에만 반응하는 주식시장이 됐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기관투자자나 외국인의 팔자주문과 공매도에 주가가 계속 떨어지며 피해를 보고 있다.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글로벌 헤지 펀드의 공매도 놀이터가 된 지 오래이며 외국자본은 한국 주식시장을 개인투자자를 수탈하며 손쉽게 현금을 창출해내는 ATM기기 쯤으로 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같은 주식 하락장에 재미가 들려 5대 공업국인 한국의 주식시장은 브라질 칠레 멕시코 말레이시아 인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중국 타이완보다도 낮게 평가받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다.

따라서 공매도 금지는 하락장마다 피해를 보는 개인투자자들 위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급격한 증시 하락을 막기 위해서는 정부가 한시적 공매도 금지 조치를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청와대 게시판에 "아무리 금융에 무능하다지만, 정부가 금융위기에 준하는 외교적 문제를 야기했다면, 당연히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글을 올렸다. 

한편 허용되는 차입공매도의 경우라 하더라도 금융위원회는 증권시장의 안정성 및 공정한 가격형성을 저해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거래소의 요청에 따라 상장증권의 범위, 매매거래의 유형 및 기한 등을 정하여 차입공매도를 제한할 수 있다(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제180조 제3항, 동법 시행령 제208조 제4항).

청와대 게시판에 오른 글 중 공매도 금지를 청원한 글이 3200건 정도로 가장 많은 편이다. 경제정의실천연합도 6일 '금융당국은 주식시장 안정을 위해 한시적 공매도 금지조치를 이행하라'는 성명을 내고 주식시장 개편과 한시적 공모도 금지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경실련은 최근 주식시장의 큰 폭 하락에 대해 "지속되어온 미중 무역분쟁과 한국산업 및 기업의 성장모멘텀 문제에다가 최근 한일 무역분쟁이라는 대형 악재까지 겹치면서 주식시장의 불안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공매도 세력의 놀이터로 변한 우리 주식시장의 환경도 큰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여진다"면서 개인투자자 보호와 불공정한 주식시장을 바로잡고, 불안한 주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주식시장 개편과 공매도 금지 등을 촉구했다.

경실련은 "우리 주식시장의 큰 문제는 합법인 차입 공매도를 넘어 불법 무차입 공매도까지 가능한 환경이라는 점에 있다. 이는 삼성증권 위조주식 발행 사건과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 등의 사례에서 다 드러났다. 그럼에도 금융당국은 금년 상반기 내에 무차입 공매도를 적발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한다고 해놓고 아직까지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면서 "더군다나 언제까지 될지 모르는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 무역분쟁 등 대외적인 요인으로 인해 주식시장의 침체가 장기화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한시적 공매도 조치는 과거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8개월가량 시행된 적이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이에 대해 적극 검토하여 조속히 시행함이 옳다"고 말했다.

또 "공매도 제도는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자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설계되어, 형평성에 어긋나 있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투자자들은 불법 무차입 공매도 까지 거침없이 이용한다"면서 "공매도 제도의 재설계와 불법 무차입 공매도에 대한 처벌 수준 등 관련 제도를 반드시 실효성 있게 재설계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밖에 "골드만삭스 무차입 공매도에서 드러났듯이, 외국인투자자들은 우리 시스템의 허점을 활용하여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면서 "금융당국은 최근 5개년 만이라도 전수조사하여, 불법이 드러날 경우 엄벌함으로써 재발 방지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식 공매도 제도의 개편은 지난해에도 논란이 됐지만 현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공매도 제도의 긍정적인 부분을 예로 들며 흐지부지됐다.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제도가 상당히 불순한 의도를 갖고 만들어졌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 시절 만들어지고 이후 금융위원장들에 의해 다듬어진 공매도 제도로 인해 "기관투자가는 배부르고 개인투자자는 죽어나가 자본시장에서 자본시장 조달도 어려워지게 되었다"고 개인투자가들은 성토하고 있다.

그들은 "증시의 존재 이유는 증권사 돈 벌고 외국인 돈 벌어 주기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원활한 기업의 자금조달과 증시를 통한 중산층의 육성, 기업의 수익을 증시라는 곳을 통하여 국민에게 배분하는데 목적이 있다"면서 "현 증시제도는 증시의 존재이유를 망각한 제도이고 금융위원회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망각한 그야말로 증권사와 외국인 돈 벌어주는 직무유기증시"라고 비판했다.

청와대 게시판 글을 통해 "국민의 돈을 불법적, 위법적인 방법으로 수탈해가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도 금융위의 관리들은 다 자기 밥그릇에만 관심이 있을 뿐 누구 하나 앞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면서 "절대 금융관료를 믿으면 안 된다. 그들은 자기 밥그릇 외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고 금융위 관리들을 성토했
다.

개인투자가들은 주식시장 제도에 대해 ▲개인투자자가 주식을 부동산처럼 투자하게 주식양도차익과세를 폐지하고, ▲개인투자자를 현혹하는데 악용되는 시장조성제도를 폐지하며, ▲등락폭을 크게 하여 개인투자자가 안정적으로 주식을 보유할 수 없도록 하기 위한 상하한가 30%를 15%로 원위치 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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