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광장 일대 교통대책 뾰족한 수 없어... 일대 주민들 반발
계획 짜놓고 시민 따라오라는 반민주적인 과정 엿보여
시장 정치적 일정에 맞추는 졸속 진행 안 돼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이 지난 22일 광화문광장에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졸속 진행을 반대한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경실련 제공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서울시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앞두고 서울시와 행정안전부, 서울시와 시민단체 간 파열음이 연이어 나오고 있다.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은 지난 25일 기자간담회에서 “(서울시와)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한 논의는 상당히 많이 했지만 합의된 건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와의 견해차가 아직 좁혀지지 않았다는 말이었다. 광화문광장을 지금보다 3.7배 확대하겠다는 서울시 계획에 행안부는 정부서울청사 정문이 폐쇄되고 부속건물 일체를 철거해 청사의 기능을 잃게 된다고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이에 앞선 22일 경제정의실천연합 등 11개 시민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1월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대한 국제현상공모 결과가 발표된 후, 그야말로 서울시는 질주하고 있다면서 “‘졸속.불통.토건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중단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지난해 4월 기존의 광화문광장을 3.7배 확장하고 광화문 앞 역사광장을 새로 조성하며 광화문 세종로를 10차로에서 6차로로 축소하는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 기본계획()’을 발표했다. 서울시가 문화재청과 협약하여 일제강점기 때 훼손됐던 월대를 복원하고 해태상을 제자리로 이동시켜 한양도성과 광화문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시민 일상과 조화된 보행 중심 공간을 만들어가겠다는 방향을 제시한 것이다.

서울시는 같은 해 7새로운 광화문광장공론화 착수를 위한 시민위원회를 출범시키고, 10새로운 광화문광장국제설계를 공모했으며, 올해 1월에는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을 발표하는 등 그동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를 착착 진행해왔다.

하지만 이런 일사천리의 진행은 박원순 시장의 대권 도전을 위한 정치적 시간표에 맞춘 졸속 계획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경실련은 새로운 광장에 대한 폭 넓은 고민과 논의 없이 정해진 일정에 맞춰 숙제하듯이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들이 서울시에 대해 가장 비판하는 점은 사업의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 외에도 소통의 부족 또는 부재이다. “시민을 위한 사업이지만 추진과정에서 시민과의 소통, 참여는 배제되었다는 경실련은 지난해 7월에 완료된 광화문광장 개선 종합기본계획 보고서부터 현재 진행 중인 실시설계 중간보고, 교통대책회의까지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광화문포럼에 이어 광화문광장시민위원회도 사실상 형식적이고 폐쇄적 운영으로 제 기능을 하지 못하였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의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시는 2016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그동안 홍보나 소통에 여력이 없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기본설계가 마무리되는 하반기부터는 소통에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결과는 다 만들어 놓고 시민들에게 따라오는 식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광화문광장 재구조화에 따른 교통체증 심화가 예상되지만 서울시는 이에 대한 뚜렷한 답을 찾지 못했고 7월 들어서야 광화문광장 주변 교통개선 및 실시설계용역을 공고했다는 사실이다. 광화문광장 주변 세종대로와 사직대로의 차로를 기존 10차로에서 6차로로 줄이고 현재 ‘T’자 형태인 직선 구간 도로를 자 형태의 우회로로 바꾸면 강북의 교통체계에 큰 혼잡이 예상된다.

서대문구와 마포구, 은평구 주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사직대로의 교통량이 많지만 이와 ‘T’자로 만나는 자하문로도 서대문구, 은평구, 종로구, 성북구 주민들의 이용이 많아 교통량이 만만치 않다. 여기서 합류하여 율곡로로 나가는 차량들이 지금도 큰 정체를 불러오고 있지만 우회로를 만들면 그 정체는 훨씬 심해질 것은 불 보듯 훤한 일이다.

인근 통의동 거주 한 주민은 지금도 교통이 막히는 데다 집회로 인해 장사가 안 되는데 광장을 넓히고 우회로를 만들면 이곳 주민들은 어떻게 살란 말이냐라고 외쳤다. 자하문로와 사직대로, 율곡로, 세종대로 등을 지나다니는 1020번 버스 운전사는 광화문광장 집회참가자들의 청와대 앞까지의 행진과 대통령 경호 차량으로 인한 도로 통제로 한 두 시간 차량이 정체되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차선을 줄이고 우회로를 만들면 차량 흐름이 더 나빠질 것 같아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광화문광장 일대가 한양도성 녹색교통진흥구역으로 대중교통과 보행 위주의 공간을 위해 6차로로 도로 다이어트를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서울시가 문화적·경관적 가치에 대해서는 민감하면서도 교통정체로 인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는 무심한 편이라며 불만을 쏟아냈다. 세종대로를 종종 이용한다는 한 시민은 교통정체로 인한 매연 속에서 보행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라고 반문했다.

게다가 광화문광장 인근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GTX-A) 역사가 들어서는 것도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 서울시는 현재 광화문광장 남측 세종로 사거리 지하에 들어설 GTX-A 역사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벌이고 있는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기자에게 광화문광장과 시기가 같이 맞아떨어지지는 않으며 1호선과 약간 겹치지만 대심도 55M지하에 구축되므로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서울시내 지하에는 상하수도관, 전력선, 통신선, 가스관과 지하철 같은 도시기능에 필수적인 수많은 지하시설물이 묻혀 있는데 지하시설물의 관리주체가 제각각이어서 제대로 된 현황 파악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서울시가 최근 주요 지하시설물 관리기관과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지하시설물의 안전을 통합적으로 관리하고, 통신가스전기 등 지하시설물을 관리하는 각 기관과 상설협의체를 구성하려는 이유이다. 지하시설물의 노후화과밀화로 인한 문제의 재발을 막고, GTX 같은 대규모 지하개발로 인한 사고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서울시는 설명한 바 있다.

GTX-A 역사 구축과 마찬가지로 안전을 위해서라도 광화문광장 조성도 절대 서둘러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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