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라그로스·송지아로 가열된 아동 성상품화, 남녀대결 구도로 이어져

'아동 성상품화'로 논란이 된 '배스킨 라빈스 핑크스타'의 광고.

[시사경제신문=이재영 기자]

어린이에게 성적요소 연출...'아동 성상품화' 도마에 올라

지난 6월28일 공개된 ‘배스킨 라빈스 핑크스타’ 광고가 소아성애와 선정성 논란으로 홍역을 치뤘다. 2008년생으로 한국 나이로 12살인 어린이 모델 ‘엘라 그로스’는 광고 속에서 성인 여성과 같은 스타일링에 아이스크림을 먹는 입이 클로즈업 됐다. 또한 광고 내에 첫 경험을 연상시키는 ‘이런 여름은 처음이야’와 같은 멘트, 모델이 쓰러지는 동작까지 성적으로 연상시키는 다양한 요소가 발견돼 논란이 불거진 것이다.

결국 배스킨라빈스 측은 광고를 삭제하고 공개사과했다. 배스킨라빈스 측은 “광고영상은 엘라 그로스의 부모님의 참관 하에 일반적인 어린이모델 수준의 메이크업을 했으며, 평소 모델로 활동했떤 아동복 브랜드의 의상을 착용한 상태로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왜 어린이모델 수준의 메이크업이 존재하고, 아동복 브랜드의 의상이 성인 여성복과 다를 바 없는 디자인인가”라며, 만연해 있는 어린이 성적 대상화를 지적했다.

배우 박연수의 딸 ‘송지아’의 화보도 논란이 됐다. 2007년생으로 아직 초등학교 6학년인 송지아 의 화보 속 의상이 마치 란제리를 연상시키고, 허벅지를 겨우 가리는 듯한 포즈가 소아성애 코드라는 것이다. 박연수의 인스타그램에는 화보를 두고 누리꾼들의 갑론을박이 펼쳐지기도 했다.

'아동 성 상품화' 어제 오늘 일 아니다, 쉽게 찾아볼 수 있어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의 7월 5일 방송분에 출연한 김선영 평론가는 배스킨 라빈스 광고에 대해 “기존 광고에서 사용하고 있지만 아동에게는 잘 사용하지 않는 섹스어필의 연출기법을 노골적으로 사용했다”며 비판했다. 위근우 칼럼니스트는 “성인모델들이 섹슈얼하게 짓는 포즈를 여아모델에게도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쉽게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성인 여성처럼 메이크업을 하고 심미성만을 강조해 성인 여성과 같은 차림을 한 여아 모델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여자아이 옷’, ‘여자아이옷쇼핑몰’, ‘여아수영복’ 등의 키워드를 검색하면, 스타일링 한 긴 머리에 화장을 하고 성인복에서 사이즈만 줄여 놓은 듯한 옷을 입은 아동모델들이 눈에 띈다.

지난 2월에는 한 아동속옷 쇼핑몰의 상세컷이 이슈가 돼 청와대 홈페이지에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해당 아동속옷 사이트에는 전신을 촬영하고 몸을 베베 꼬거나 다리를 살짝 벌리는 포즈의 상세컷이 발견됐다. 이는 아동을 성 상품화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힘을 얻었고, 결국 쇼핑몰은 해당 상품을 삭제했다.

해외에서도 소아성애 컨셉트로 논란이 가열된 사례가 있다. 2011년 영국에서는 마크제이콥스의 향수인 ‘오 롤라(OH, LOLA!)’의 광고에서 당시 16세였던 다코타 패닝이 짧은 원피스를 입고 확대된 향수병을 다리 사이에 갖다 대면서 묘한 표정으로 응시하고 있다. 영국 광고심의위원회(ASA)는 해당 화보가 법적으로 미성년자인 다코타 패닝을 성적으로 묘사하고 있는 듯한 인상을 준다는 결론을 내려 금지시켰다.

페미vs반페미 양상으로 번져가

한편 ‘아동 성상품화’에 대한 지적이 지나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엘라 그로스의 인스타그램에는 “(엘라 그로스가)예쁜 여자아이로 보일 뿐이지 어떻게 성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한다고 생각하냐”는 댓글도 적지 않다. 광고 영상이 논란이 된 후 엘라 그로스의 엄마는 “배스킨 라빈스 광고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제발 이걸 ‘엘라를 위한’ 것이라고 말하지 마라”라고 말했다. 박연수도 송지아 화보에 대한 부정적 시선에 대해 “생각이 많으셔서 12살짜리에게 노출, 란제리, 허벅지 등등의 단어를 쓰는구나!”라고 인스타그램에 불쾌한 심경을 밝혔다.

논란은 ‘페미’와 ‘반(反)페미’로 나뉘어 대립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성 상품화를 주장하는 측을 ‘어리거나 예쁜 여성에게 사사건건 시비를 거는 페미(페미니스트)’로 몰아가고 있는 상황이다. 엘라 그로스의 인스타그램에 달린 “I’ve been watching Korean feminists for years, and the NEVER back down(한국 페미니스트들을 몇 년간 지켜봐 왔는데, 그들은 절대로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중략) they still think they’re righteous(그들은 여전히 자기들이 옳다고 생각한다)"라는 댓글이 많은 수의 좋아요를 기록했다.

남성 커뮤니티에서는 “어른처럼 화장시키고 꾸몄다고 페미들이 좌표 찍고 달려든다”, “자기들보다 어리고 이쁘면 그냥 다 싫은 거다”, “예쁜 애를 예쁘게 꾸민건데 뭐가 문제냐” 등의 의견으로 광고를 반대하는 측을 비난하고 있다.

반면 광고의 성상품화를 주장하는 측은 “의도적인 연출, 성적어필 장치가 분명하다”, “영상광고에서 의도하지 않은 요소는 절대 없다”며, “이를 모른다는 것은 그만큼 성인지감수성이 약하다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배스킨 라빈스 CF로 가열된 ‘아동 성상품화’가 남녀 대립구도를 보이고 논란이 되자 방송통심심의위원회는 해당 광고 심의에 돌입했다. 방송심의소위원회가 지난 24일 배스킨 라빈스 핑크스타’ 7건의 방송 광고에 대해 방송사의 ‘의견진술’을 결정했다. 이로 인해 해당 광고를 방송한 MNET, OtvN, 온스타일, XtvN, OCN, 올리브네트워크, tvN 총 7곳에 대해 법정 제재가 이뤄질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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