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경제신문=이재혁 기자] 드라마 제작현장 근로감독 결과가 발표됐다.

고용노동부는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해 수시 근로감독을 하고 그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그동안 우리나라 드라마 제작 시장은 양적·질적으로 성장해 왔으나 성장의 다른 면을 보면 현장 스태프들 노동조건은 열악한 상태가 지속돼 왔다. 특히 불명확한 계약 관계로 인해 이른바 ‘자유계약자(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근로자로서 법적 지위를 인정받지 못하는 문제가 있어 왔다.

이와 같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3월부터 10월까지 3개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해 근로감독을 했다.

지난해 근로감독에서는 그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성을 인정받지 못했던 현장 스태프들에 대해 근로자로서 법적 지위를 처음 인정했다. 또 근로자성 인정에 따라 연장 근로 제한 위반, 최저임금 미지급, 서면 근로 계약 미작성 등의 법 위반 사항에 대해 시정조치를 했다.

지난해 근로감독 이후 드라마 제작 현장을 지속적으로 감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한국방송공사에서 방영 중인 4개 드라마 제작 현장을 대상으로 근로감독을 실시했다.

특히 이번 근로감독에서는 지난해 근로감독에 이어 현장 스태프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다시 한번 확인했고, 지난해 실시한 근로감독 이후 현장 스태프들과 관련된 계약 관계 변화 실태, 장시간 노동 등 노동조건 개선 상황 등을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드라마 제작 현장 구조는 방송사를 정점으로 현장 스태프까지 다단계 하도급 구조로 이뤄진 특징이 있다. 기본적으로는 방송사→외주제작사→스태프와 개별적인 업무 위탁 계약 또는 팀 단위 도급 계약 형태로 이뤄져 있다.

드라마 제작 현장 스태프들이 체결하고 있는 계약은 개별적인 업무 위탁 계약, 팀 단위의 도급 계약, 근로 계약 등 다양한 형태가 있으며 계약 당사자도 복잡하게 이뤄져 있다.

먼저 외주 제작사는 크게 2가지 형태로 현장 스태프들과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첫 번째는 외주 제작사와 현장 스태프가 직접 개별적으로 업무 위탁 계약(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이며, 두 번째는 외주 제작사와 팀장급 스태프가 팀 단위로 도급 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다.

외주 제작사와 팀 단위로 도급 계약을 체결한 팀장급 스태프는 다시 소속 팀원급 스태프와 업무 위탁 계약(프리랜서 계약)을 체결하거나 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근로감독에서는 지난해 근로감독 결과와 비교할 때 현장 스태프들과 관련된 계약 관계가 팀 단위로 체결하는 도급 계약에서 스태프와 직접 개별적으로 계약하는 형태로 변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지난해 근로감독에서는 기술 분야(조명·동시녹음·장비 등)의 경우 외주 제작사와 팀장급 스태프 간에 팀 단위로 도급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번 근로감독에서는 외주 제작사가 스태프와 직접 개별적으로 업무 위탁계약을 체결하는 형태로 계약 관계가 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간 드라마 제작 현장 스태프들은 근로 계약이 아닌 업무 위탁 계약 등을 통해 이른바 ‘자유계약자(프리랜서)’라는 이름으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왔다.

그러나 지난해 근로감독에 이어 이번 근로감독에서도 현장 스태프들이 체결한 계약은 형식적으로는 업무 위탁 계약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근로 계약으로서 성격을 가지는 점을 분명히 했다.

드라마 제작 현장 스태프들이 체결하고 있는 계약의 성격을 살펴보면 외주 제작사와 팀원급 스태프들이 체결하는 계약은 형식적으로는 업무 위탁 계약(프리랜서 계약)이지만 감독 등 팀장급 스태프로부터 상당한 지휘·감독을 받는 등 사용 종속 관계에 있어 근로 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다만 외주 제작사와 감독·프로듀서(PD) 등 팀장급 스태프들이 체결하는 계약은 팀장급 스태프들의 경우 해당 분야의 전문성과 경험을 바탕으로 본인 책임 아래 독자적으로 업무를 수행하고 있어 근로 계약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를 통해 근로감독 대상이 됐던 4개 드라마 제작 현장에 종사하는 스태프 184명 중 137명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했다.

고용노동부는 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노동환경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드라마 제작 현장에 대해 수시 근로감독을 하고 그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사진=PIXABAY)

 

한편 지난 6월 18일 드라마 제작 관련 단체들로 구성된 ‘지상파 방송 드라마 제작 환경 개선 공동협의체’에서는 드라마 제작 스태프와 표준 근로 계약서를 작성하고 노동 시간을 단축하는 내용의 ‘지상파 방송 드라마 제작 환경 가이드라인 기본 합의서’를 체결했다.

이와 같은 현장의 변화 움직임을 감안할 때 앞으로 드라마 제작현장에 개별적인 근로계약 체결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드라마 제작 현장 스태프들의 노동 조건은 지난해 근로감독 결과와 비교할 때 상당 부분 개선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우선 지난해 근로감독에 비해 전반적으로 노동 시간이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주 52시간제 시행과 맞물려 현장에서 자발적으로 노동 시간을 단축하려는 노력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또 계약 형태에 있어서도 지난해에는 대부분 구두 계약을 체결했으나 이번 근로감독에서는 대부분 서면 계약(업무 위탁 계약 또는 근로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근로감독에서 확인된 법 위반 사항으로는 연장 근로 제한 위반, 최저임금 위반, 서면 근로계약 미작성 등이다. 특히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됨에도 여전히 대부분 업무 위탁 계약을 체결하고 있어 서면 근로 계약을 작성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시정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근로감독 결과에 따라 노동 관계법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신속하게 시정하도록 조치할 예정이며, 드라마 제작 업계가 스스로 노동 관계법을 지킬 수 있도록 근로감독 결과를 정리해 안내 자료를 제작, 배포하고 설명회도 개최할 예정이다.

아울러 관계 부처도 드라마 제작 현장 스태프들 노동 조건을 개선하기 위한 대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문화체육관광부(방송영상광고과)는 제작 현장의 근로계약 체결을 확산시키기 위해 올해부터 방송 영상 콘텐츠 제작 지원 사업을 추진하면서 근로자성이 있는 스태프와 표준 근로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고 있으며, 근로 계약에 따른 4대 보험료와 최저임금 인상 부담 등을 고려해 편당 제작 지원비를 지난해보다 20~50% 인상했다.

이에 더해 내년부터는 제작 지원 사업을 선정 평가할 때 연장 근로 제한 위반, 임금체불 등으로 고용노동부 시정 조치를 받은 외주 제작사에 대해서는 감점 부여를 검토하는 등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또한 외주 제작사와 스태프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노무 교육·컨설팅’을 해 현장에서 노동 관계법이 지켜질 수 있도록 해 나갈 계획이다.

방송통신위원회(편성평가정책과)는 방송사와 외주 제작사 간에 투명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방송 프로그램 외주 제작 관련 방송사-외주 제작사 거래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하반기에 시행할 계획이다. 방송사-외주 제작사 거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면 상생의 외주 제작 환경이 조성됨으로써 현장 스태프들의 노동 환경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권기섭 근로감독정책단장은 “그동안 드라마 제작 현장 스태프의 경우는 다단계 하도급 구조와 복잡한 계약 관계로 인해 근로자로서의 법적 지위가 불명확하고 노동환경도 열악한 상황이었다”며 “이번 감독 과정에서 현장의 변화 움직임이 확인된 만큼 앞으로도 정기적으로 근로감독을 해 표준 근로계약서 작성과 노동 시간 단축 등 현장 스태프들의 노동 조건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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