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경제신문=이재혁 기자] 넷마블 게임 ‘마블 퓨처파이트’ 유저들이 온라인 시위에 돌입했다. 이른바 ‘핵’을 잡지 않는다면 과금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16일 ‘마블 퓨처파이트’ 공식 카페 자유게시판을 중심으로 유저들이 항의성 시위에 나섰다. 이들은 게임 시스템을 불법적으로 건드리는 어뷰징, 이른바 ‘핵’을 사용한 정황이 포착되는 연합 및 사용자에 대한 제재가 이뤄지지 않으면, 향후 과금 등 게임플레이를 거부하겠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마블 퓨처파이트’ 유저들이 공식 카페 자유게시판 등을 통해 무과금 시위 및 항의에 돌입했다. (사진=‘마블 퓨처파이트’ 공식 카페)

항의성 시위에 나선 이용자들의 주장은 수개월 전부터 ‘마블 퓨처파이트’ 게임 플레이상, 특히 PVE 콘텐츠인 ‘얼라이언스 배틀’ 외에도 PVP 콘텐츠, 정확히는 연합 대 연합 콘텐츠인 ‘연합 점령전’과 상위 연합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얼라이언스 토너먼트’에도 일부 유저들이 핵을 쓰는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의심을 받고 있는 연합은 주로 외국 유저들이 모인 곳으로, 과거 전통적인 상위권 연합이 아니었으나 비정상적으로 순위가 급등한 연합들이 해당된다.

핵 사용 정황이 의심된다는 주장을 하는 유저들은 플레이 다시보기 및 이들의 대화내용 일부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히 ‘얼라이언스 토너먼트’의 경우, 랜덤성 AI임에도 특정 상황에서 유리한 특정 스킬을 매번 사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과금량이 달라 스펙이 크게 차이가 나는데, 도저히 수치만으로 보면 절대 승리할 수 없는 유저가 승리를 가져가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헤비 유저들의 경우 과금의 목적은 확실하다. 완전한 승리를 위한 캐릭터 육성이다. 그러나 이같은 핵 사용 의심 유저가 있다면 과금도 무용지물이다. 이 때문에 ‘마블 퓨처파이트’ 유저들이 무과금 시위에 돌입하게 됐다. 필요성도 없는 과금을 해 넷마블에 이익을 안겨주긴 싫다는 것이다.

‘마블 퓨처파이트’ 연합 대 연합 콘텐츠인 ‘얼라이언스 토너먼트’ 경기 중 시작 후 몇 초 안에 유리한 상황을 만드는 스킬 사용 경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 유저는 관련 영상을 여러 장 캡처하면서 핵 사용 의심 정황을 주장했다. (사진=‘마블 퓨처파이트’ 공식 카페 WnG 하데스 님 게시물 캡처)

핵 사용 의심 유저보다 더 큰 문제는 게임을 운영하는 넷마블의 대응이다.

‘마블 퓨처파이트’ 유저들은 이전에도 핵 사용 의심 유저들을 신고하거나 공식 카페 등을 통해 이같은 내용을 공론화 해왔다. 그러나 넷마블 측은 “해당 상황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는 답변을 해왔을뿐, 적극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넷마블이 그간 징계한 ‘마블 퓨처파이트’ 유저들은 손에 꼽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대부분 자사의 과금 결제 시스템을 악용하거나 우회한, 이른바 ‘블랙 마켓’ 사용자들이 대부분이며 게임 시스템을 악용한 핵 사용 유저들을 제재한 적은 거의 없다. 되려 패치 후 게임 시스템 오류로 인한 버그를 이용한 경우 제재한 적이 있어 유저들에게 ‘자신들이 잘못한 것은 바로 징계하고, 진짜 핵 이용 유저들은 안잡는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넷마블은 대략 1개월에 한 번 정도 대규모 업데이트를 통해 콘텐츠나 캐릭터, 아이템을 추가하고, 이에 대한 과금을 유도했다. 그러나 업데이트 노트에 게임 시스템 보안 업데이트를 통해 핵 사용을 더 철저히 금지하고 있다는 내용은 포함된 적이 없다. ‘핵 사용자들은 방치하고 과금에만 혈안이 된 넷마블’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넷마블 측도 할 말은 있다. 핵 사용이 ‘의심’되는 정황이지, 핵 사용 자체가 직접적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즉, 신고만으로 계정 정지 등 징계는 불가하다는 것이다. 또 이같은 경우엔 과거의 게임 시스템과 비교 추적을 수행해야 하기에 더 신중하고 면밀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점도 즉각적인 제재 조치를 못 하는 원인 중 하나다.

하지만 유저들은 이에 대해 “대다수 유저들의 의심 정황 신고라면 바로 확인을 해줘야 하는 것이 게임 운영진의 의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궁극적인 목적은 핵 사용 유저에 대한 징계가 아닌, 게임 시스템 보안을 통해 핵 사용 자체를 원천 금지시키는 것이라 말하고 있다.

넷마블 ‘마블 퓨처파이트’는 최근 영화 ‘스파이더맨: 파 프롬 홈’ 개봉을 기념해 콘텐츠와 아이템 등을 추가한 대규모 업데이트를 단행했다. 그러나 보안상 개선은 언급되지 않았다. (사진=‘마블 퓨처파이트’ 게임 공식 카페)

‘마블 퓨처파이트’ 한 상위 연합 유저는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개월 계속된 이슈인데, 이에 대해 방치하고 있다는 것이 분하다”며 “단지 AI 싸움에서 유리한 상황이 발생하는 랜덤성 확률을 조금이라도 높이기 위해 과금을 하고 스펙을 높이는 것인데, 그 상대가 그런 과금을 해도 절대 승리할 수 없는 핵 사용자라면 허무하다”고 토로했다.

다른 유저 역시 “상위 연합들은 ‘얼라이언스 토너먼트’ 등에서 승리하기 위해 과금을 하는데, 승률이 낮아지면 당연히 또 과금을 하곤 한다. 이같은 점 때문에 넷마블이 핵 사용자들을 알면서도 제재하지 않는 것 아니냐 하는 의심도 든다”며 “과금 유도에 대한 비판이 아니다. 과금을 한 만큼의 보람이 있어야 하는데, 승률 등 어느 쪽으로도 보상이 없다면 과금을 할 이유가 없다. 넷마블은 콘텐츠 추가로 유저들에게 과금을 유도할 생각만 하지 말고, 유저들이 정말 원하는 공정한 게임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충고했다.

또다른 유저는 “수년간 즐긴 게임이지만 ‘마블 퓨처파이트’ 운영진이 유저와 제대로 소통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없다. 운영진이 먼저 알려줘야할 정보를 우리가 직접 모비럼에 가서 정보를 가져오거나, 게임 분석 유튜버 등을 통해 직접 찾아봐야 한다. 게임 운영 회사의 역할을 유저들이 하고 있다”며 “과거에는 공식 카페 분위기를 흐렸다거나 온라인 시위를 선동했다며 영구 정지를 한 적도 있다. 유저들의 당연한 요구를 ‘반항’으로 받아들인다면 아무리 거대 게임 회사인 넷마블도 한계가 있다”고 경고했다.

‘마블 퓨처파이트’ 측의 소통부재도 비판 원인 중 하나다. 이번 핵 사용 의심 정황에 대해 넷마블 측은 “신고된 건에 대해 면밀히 조사 중”이라며 민감한 사안인만큼 시간이 걸리니 양해해달라는 입장을 표했다. (사진=넷마블게임즈 제공)

이에 대해 ‘마블 퓨처파이트’ 측은 “비정상 플레이가 의심된다는 신고 및 이같은 비정상 플레이를 하는 정황이 의심된다는 유저에 신고를 이미 접수해 조사 중”이라며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상세한 조사가 필요해 조치가 늦어지는 점을 양해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넷마블은 지난 5월 구글 클라우드 주최 ‘넥스트 리캡’을 통해 인공지능 활용 불법 프로그램 사용자 색출 노하우를 공개했다. 그간 사용해온 룰 기반 모델이 아닌, AI 탐지 기능을 통해 더 넓은 범위의 어뷰징 프로그램을 더 빠르게 잡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넷마블이 오래 운영해온 ‘마블 퓨처파이트’에선 핵 사용 의심 정황을 유저들이 신고함에도 불구하고 어떤 조치나 향후 계획이 발표되지 않는다는 점은 아이러니하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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