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사(SO)와 지상파방송이 재송신 대가를 놓고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또 다시 케이블TV 가입자들이 지상파 방송을 보지 못할 위기에 놓였다.

케이블TV 업계는 1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비상총회를 열고 지상파 방송사와의 협상이 결렬되면 오는 24일부터 지상파방송을 전면 중단할 수밖에 없다는 내용이 담긴 결의문을 채택했다.

이는 지난달 28일 서울고등법원이 CJ헬로비전의 지상파재전송 행위가 위법하므로 방송을 중단하고, 위반 시 하루 1억5000만원을 지상파방송사들에게 지급하라는 명령을 내린 것에 대한 이행조치로 결정됐다.

SO들은 "법원 판결 후 지상파 측에 방송통신위원회가 구성한 협의체 운영기간인 23일까지의 간접강제 이행금을 면제할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매일 간접강제 이행금이 발생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바로 방송중단을 하지 않고 최대한 협의체 논의에 참여한 후 협상 결렬 시 재전송을 중단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SO에 따르면 현재 지상파방송사는 SO들에 가입자 1인당 '280원+α'를 지불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SO들은 무료 재송신은 지난 14년간 지상파방송사와 '암묵적 동의'하에 이뤄진 행위이며, 오히려 지상파 방송의 난시청에 기여했다고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강대관 SO협의회장은 담화문을 통해 "지상파방송사들의 요구를 받아들이면 케이블 가입자당 연간 1만원의 추가비용이 발생하고, 전체 케이블가입자에게 적용되면 연간 1500억원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며 "지상파가 난시청을 방치한 것도 모자라 방송시청을 위해 케이블을 선택한 국민들의 시청권마저 박탈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강 회장은 이어 "케이블업계가 최대한 대화와 제도개선으로 사태를 해결해보려 했지만 법원 판결에 따라 매일 막대한 배상금액이 발생하는 극단적 상황이기 때문에 방송중단을 결정하게 돼 시청자 여러분께 죄송하다"고 덧붙였다.

길종섭 케이블TV협회장은 "가장 공적인 영역에 있는 지상파가 방송중단을 압박하고 오히려 유료방송사업자가 어떻게든 중단 사태를 막아보려 애쓰는 모습이 지금 우리의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시청자 피해방지를 위해서는 더 이상 사업자에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정부가 적극적으로 제도개선과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방송채널사업자(PP)들도 동참해 SO들의 손을 들어줬다.

서병호 PP협의회장은 "당장 지상파가 달라는 시청료는 400억원 수준인데 이는 전체 PP들이 SO로부터 받는 프로그램 사용료의 20%에 달한다"며 "지상파 유료화는 침체된 유료방송시장의 근간을 흔들고 지상파 독과점을 고착시키는 폐단을 낳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SO들의 이 같은 주장에 지상파방송 측은 "법원의 가처분 간접강제 결정에 따라 CJ헬로비젼의 신규가입자에 대한 무단 재송신에 대한 이행강제를 집행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안을 원만히 해결하고자 집행을 유보하고 협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 왔다"며 "그런데 CJ헬로비젼은 개별협상은커녕 전체 SO와 연합해 지상파방송들에게 23일까지의 이행강제금 절반을 포기하라는 황당한 요구만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24일부터는 재송신 중단을 할 수 있다는 말을 서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을 담보로 SO의 제안을 수용할 수 있겠냐"며 "CJ헬로비젼을 포함한 SO들이 한시라도 빨리 협상 테이블에서 합리적인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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