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의견 없이 무분별한 건립, 정기점검 미실시 등 관리 부실
국민권익위, 공공조형물 제도개선 권고 조속한 이행 촉구

[시사경제신문=이재혁 기자]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여전히 공공조형물 건립과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4년 9월 전국 지자체에 권고한 ‘지방자치단체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체계 개선 방안’에 대해 올해 4월부터 6월까지 3개월 동안 243개 지자체를 대상으로 점검한 결과를 공개했다.

점검 결과, 전국 지자체 중 절반 이상인 146개(60.1%) 지자체가 국민권익위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 특히 기초자치단체의 경우 226개 중 82개만 이행을 완료하고 나머지 144개는 이행이 미흡했다.

공공조형물은 공공시설 안에 건립된 회화·조각 등 조형시설물, 벽화·분수대 등 환경시설물, 상징탑·기념비 등 상징조형물을 말하며, 올해  6월 기준으로 전국에 6,287점이 설치돼 있다.

국민권익위는 전국 지자체에서 공공조형물 건립을 둘러싼 갈등과 무분별한 건립에 따른 예산 낭비를 방지하기 위해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건립심의위원회 구성과 주민 의견수렴 절차 규정 등 건립과정 투명성과 공정성 확보장치 마련, ▲주기적 안전점검 등 사후관리 강화 등 내용을 담은 ‘지자체 공공조형물 건립 및 관리체계 개선방안’을 2014년 9월에 권고했다.

이에 대한 지자체 이행현황을 점검한 결과, 243개 지자체 중 97개가 이행을 완료했으며 41개는 일부 이행, 나머지 105개는 미이행 상태였다.

17개 광역자치단체 중에선 서울특별시, 경기도 등 15개 지자체가 이행을 완료하고 세종특별자치시와 전라남도는 일부만 이행했다.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에선 서울특별시 중구, 경기도 수원시 등 82개만 이행을 완료했으며 39개는 일부 이행, 나머지 105개는 현재까지 이행실적이 없었다. 특히 대구광역시와 대전광역시에는 이행을 완료한 자치구가 없었으며, 경상북도의 경우 울릉군을 제외한 22개 기초자치단체 이행실적이 저조했다. 강원도는 춘천시와 원주시를 제외한 16개가 미흡한 상태였다.

상당수 지방자치단체가 여전히 공공조형물 건립과 관리를 제대로 하고 있지 않아 예산을 낭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지자체별 이행현황. (자료=국민권익위원회)

 

세부 과제별로는 건립과정에서 주민참여 절차를 마련하지 않거나 정기적인 조형물 점검·관리가 미흡한 점 등 주요과제 이행이 상대적으로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조형물 난립을 감시하고 건립과정에서 발생 가능한 민원을 예방하기 위해선 건립 전 주민의견을 수렴하고 건립심의위원회에 주민대표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128개 지자체만 조례 등에 주민참여 절차를 규정하고 있었으며 세종특별자치시, 대구광역시 서구 등 10개 지자체는 조례가 있긴 했지만 주민참여 관련 규정이 미흡했다.

조형물 건립 심의 부문에 있어선 137개 지자체가 조례에 전문가·주민대표로 구성된 심의위원회를 구성하고 심의기준과 절차를 규정해 운영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구광역시 내 일부 자치구 등은 당초 권고 취지와 달리 민간 건립 조형물만 심의하고 지자체가 직접 건립하는 조형물은 심사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조형물로부터 주민 안전을 확보하고 훼손되거나 흉물로 방치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정기적인 점검·관리가 필요하다. 그러나 119개 지자체만이 관련 규정이 있었고 세종특별자치시 등 12개 지자체는 주관부서 선정, 대장관리 등 기본적인 관리 규정이 없는 실정이었다. 공공조형물 관련 조례를 제정, 운영중인 137개 지자체 중 서울특별시 마포구, 대구 서구·남구·달서구 등 19개 지자체는 주기적 안전점검 규정이 없으며 세종특별자치시, 부산광역시 진구, 인천광역시 옹진군 등 12개 지자체는 주관부서 선정, 조형물 대장 관리, 연간관리계획 수립 등 공공조형물 관리업무 관련 규정이 미흡했다.

243개 지자체 중 106개는 아직까지 관련 조례를 제정하지 않았고, 52개는 별도 규정 없이 조형물을 건립하고 있었다. 일부 지자체는 새로운 업무라는 이유로 담당부서가 정해지지 않아 조형물 현황조차 파악하고 있지 못하고 있었다.

자치단체별 제도운영 실태에 대해 점검한 결과, 조례가 제정됐으나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는 등 형식적인 제도운영 사례도 있었다. 

137개 조례 제정 지자체 중 경기도, 경상북도, 경기도 구리·동두천 등 44개 지자체는 최근 3년 이내에 심의위원회를 개최하지 않았다. 경기도, 세종특별자치시 등 62개 지자체는 정기점검을 하지 않고 있었고 일부 지자체의 경우는 총괄부서가 있는데도 현황 조사, 관리대장 작성 등 기본적인 사후관리도 미흡한 실정이었다.

또 일부 지자체의 경우 조형물 발주과정에서 뇌물수수 사례가 발생하는 등 업무 전반에 대한 관리·감독이 미흡한 실정이었다.

강원도 강릉시 등 7개 지자체가 발주한 91억 상당 7개 공공조형물 건립 관련 뇌물을 받고 심사위원 구성 정보를 알려준 공무원과 특정업체가 당선되도록 도와준 심사위원 등 9명이 지난 1월 구속 기소된 사례가 있으며, 제주지역 공공용지에 특정단체 이념이나 슬로건이 적힌 조형물이 있는데 이중 일부는 점용허가 등 심의를 받지 않는 등 공공시설 관리 허점이 노출됐다는 지적도 있었다.

국민권익위는 이번 점검결과를 바탕으로 이행하지 않는 지자체에 조속한 제도개선 이행을 다시 촉구하기로 했다. 또 주민참여, 사후관리 등 세부사항 이행이 미흡한 지자체에 대해서도 다른 지자체 이행사례를 안내해 관련 조례를 보완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국민권익위 안준호 권익개선정책국장은 “무분별한 공공조형물 건립으로 발생하는 예산낭비와 주민 불만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지자체별로 공공조형물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방안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앞으로도 지자체별 이행상황을 수시로 점검해 빠른 시일 내 제도개선이 완료되도록 독려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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