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계 은행 자금 21조원에서 18조원으로 3조원 가량 유출

[시사경제신문=김우림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 속에 국내에 있는 일본돈이 엑소더스 사태를 맞고 있다.

한일간 급속히 냉각된 분위기 속에 국내에 풀린 일본계 은행의 자금이 지난해 하반기 이후 갑자기 21조원에서 18조원으로 3조원가량 줄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을 놓고 벌어진 일본의 경제보복으로 반도체업계가 벌써부터 심한 몸살을 겪고 있는 와중에 일본자금 유출이 러시를 이뤄 심상치 않은 조짐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통상 보복 조치가 확대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에서 자금회수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8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한국에 진출한 미쓰비시파이낸셜그룹·미쓰이스미토모·미즈호·야마구찌 등 4개 일본계 은행의 국내 총여신은 18조2995억원으로 6개월만에 2조7822억원 줄었다.

이미 일본계 은행은 대법원 배상판결이 난 지난해 10월 그쯤부터 부터 한국 비중을 줄이고 있다. 제로금리를 바탕으로 해외 대출에 공격적으로 나섰던 일본계 은행들의 해외 예대율이 100%를 웃돌면서 대외 익스포저 축소가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금융권의 분석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위험자산 선호가 한풀 꺾이면서 일본계 은행들은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의 대외 익스포저를 우선 줄였다는 평가다.

그래서 최근 일본계 은행의 자금 회수는 은행 내부적인 자금운용 전략에 따라 결정된 것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하지만 국내 금융시장에서 차지하는 일본계 은행의 입지를 고려할 때 자금철수 움직임을 예의주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계 은행의 국내 지점 총여신액은 전체 외국계 국내 지점 총 여신의 약 27%(지난해 9월 말 기준)로 중국계 은행(34.3%)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특히 주식·채권 시장에도 12조원 넘는 일본계 자금이 들어와 있다. 문제는 일본이 경제보복 조치를 금융권으로 확대하면 한국에서 자금을 빼는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도 일본계 은행으로부터 돈을 빌리거나 채권 발행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는 국내 은행이나 기업의 유동성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일본이 금융 부문에서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어떤 옵션이 가능한지를 점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진=금융위원회

그러나 금융당국은 일본 정부의 금융규제 시나리오에 대해 점검하고 있지만 영향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최근 “일본이 금융 부문에서 보복 조치를 취할 경우 어떤 옵션이 가능한지를 점검했다”면서 “국내 은행이나 기업에 신규 대출 및 만기 연장(롤오버)을 안 해줄 수 있는데 그런다 해도 대처에 큰 어려움이 없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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