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당들도 밤 10시 되면 ‘신데렐라’…주점들 울상

대리운전 업체는 아침 손님 콜로 바빠져

강화된 음주운전 단속기준이 술 문화를 바꾸고 있다. 사진은 밤 10시 이후 한산해진 당산역 번화가 주점들=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회사원 김도향 씨(53·상암동)7월 첫 주 평일 오후 8시경 1차 음주를 마치고 집에 들어가는 중 친구로부터 술 한잔 하자는 전화연락을 받았다. 여느 때 같았으면 2, 3차를 마다 않는 그였지만 다음날 아침부터 운전하여 거래처들을 들러야 하는 스케줄 때문에 제안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김 씨에게 지난달 25일부터 강화된 음주운전 단속에 걸린 주당들이 남 얘기 같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새벽 5시 숙취운전이었지만 음주단속 음주측정기에 혈중알코올 농도가 0.03% 이상 찍혀 억울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업무 상 술자리가 많은 김 씨는 이 기회에 음주를 줄이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을 다졌다.

지난달 25일부터는 음주운전 단속 기준이 혈중알코올농도 0.05%에서 0.03%로 높아졌다. 음주운전으로 3회 적발되면 면허가 취소되던 삼진아웃 제도는 2회 적발 시 면허를 취소하는 것으로 강화됐다. 처벌도 5년 이하의 징역,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높아졌다.

이 같은 강화된 음주운전 단속이 술 풍속도를 바꾸고 있다. 오목교 일대에서 알아주는 수제맥줏집인 A주점에서 직접 맥주를 마셔보았다. 여느 때 같으면 오후 7시부터 11시까지는 테이블 찾기가 쉽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밤 10시가 넘으니 몇 자리만 빼고는 테이블이 비었다.

버스정류장 바로 앞으로 목 좋은 곳에 자리 잡은 B 맥줏집 여주인은 몇 달 전부터 자정에 다가갈수록 손님이 많이 빠졌는데 음주단속이 강화되면서 훨씬 심해졌다고 토로했다.

인근 족발집 여주인은 우리와 같이 자정 전에 끝나는 업소는 큰 영향이 없지만 인근에 새벽가지 영업하는 데는 타격이 큰 것 같다고 전했다. 목동5단지 인근에서 막걸리를 주로 파는 C주점 사장은 요즘은 손님이 일찍 떨어져 밤 10시면 종료하고 집에 들어간다면서 최근 가게 문을 아예 닫은 24시간 주점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다.

발산동 인근에서는 임대딱지를 내붙인 음식점과 주점이 다수 눈에 띄었다. 강화된 음주운전 단속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경기침체와 맞물려 애꿎게 요식업 서민경제를 피폐화시키고 있다.

반면 요식업과는 달리 대리운전업은 호황을 맞고 있다. 전국 대도시를 중심으로 대리운전 콜은 50% 이상 올랐다는 전언이다. 술 먹은 날 대리운전뿐만 아니라 이튿날 아침 대리운전을 미리 예약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 것이다. 회사중역, 영업사원 등 다음날 꼭 차를 써야 하는 사람들인 경우가 많다.

이에 발맞춰 번호안내114’는 기존 대리운전 업체뿐만 아니라 24시간 운영하는 대리운전업체, 여성 대리운전 업체도 안내하는 등 서비스를 보강했다.

이런 가운데에서도 음주운전을 시도하는 무대포들도 없지 않다. 이들에게 최근 각광인 것은 음주운전 단속앱(App)이다. 이런 앱들은 경찰의 단속지점을 알려주지만 경찰 역시 이 사실을 알고 앱에 경찰 단속지점이 뜨면 이동하여 다른 곳에서 단속하는 등 숨바꼭질을 벌인다.

음주운전 단속은 비단 승용차에만 한정되지 않는다. 자전거와 전동 킥보드도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음주운전 단속대상으로 지난해 9월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술에 취한 상태로 자전거를 운전하는 경우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구류 또는 과료에 처해진다. 당장은 경찰의 단속 계획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자전거 애호가들에게는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닐 수 없다. 2017년 조사에서는 자전거 이용자 8명 중 1명은 자전거 음주운전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강변 자전거도로를 자주 애용하는 사이클 동호인 조남호 씨(56·후암동)라이딩 때 갈증해소 차원에서 마시던 맥주 한 캔도 이번 기회에 끊어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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