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길에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있는 개성 가득한 가게들

사람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좁은 골목에 다채로운 감성이 존재한다.

종로3가 6번 출구 간판
사람들이 끊임없이 지나다니는 익선동 한옥거리. 사람들이 메뉴판을 보고 있다. 

종로3가역 6번 출구에서 ‘갈매기살 골목’으로 불리는 좁은 골목길로 들어갔다. 가운데에 식당 하나를 두고 두 갈래로 길이 나눠진다. 여기서 좌측과 우측 어느 곳을 선택해서 걸어가도 좋다. 골목과 골목을 누비다 보면 어느새 주변의 건물은 기와지붕을 얹은 한옥으로 바뀐다. 그마저도 현대의 감성과 옛것의 분위기를 조화롭게 뒤섞은 가게들이다. 북촌한옥마을의 인기를 단번에 뒤엎은 ‘익선동 한옥거리’다. 

익선동 한옥거리의 인기는 꽤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아는 사람은 다 알고,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나만 알고 싶은’ 골목으로 존재했던 이곳이 SNS로 단번에 유명세를 탔다. 사람 한두 명도 걸어가기 힘든 좁디좁은 골목에 한옥 건물 외관과 내부를 고스란히 살린 가게가 생겨나면서 익선동은 새롭게 태어났다.

골목길 쪽으로 나 있는 대문은 지나가는 이들의 발걸음을 붙잡는다. 분식과 펍, 레스토랑, 아시안푸드, 카페뿐만 아니라 디저트숍, 소품숍, 플라워숍 등 다양하다. 그마저도 계속 퍼져나가는 중이다. 한옥을 기반으로 한 각각의 건물 인테리어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명해질 만큼 ‘인스타 갬성’이 넘친다. 한 마디로 이곳에서 찍은 사진 대부분 예쁘고 독특하다는 것을 뜻한다. 

골목을 가득 메운 사람들, 그리고 한옥 기와지붕.
좁은 골목길에 하나씩 자리를 잡고 있는 개성 가득한 가게들.
사람 두 명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익선동 한옥거리.

골목 특유의 아늑함에 한옥과 최근 새로 유행하는 레트로 분위기가 더해져 익선동 한옥거리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최근처럼 날이 따듯한 주말에는 골목은 발 디딜 틈조차 없다. 골목을 걸어갈 때 교통체증이 있듯 줄서서 걸어가야 한다. 게다가 대부분의 식당은 웨이팅이 기본이다. 카페는 당연히 만석, 빈자리를 찾기 어렵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계속 익선동의 골목으로 들어온다. 무턱대고 걸어가다 보면 막다른 길에 다다를 수도 있다. 지도가 무색할 만큼 복잡한 곳이거늘, 그마저도 찾는 이들에게 즐거움을 준다. 익선동의 명성 덕분에 인근에 있는 인사동, 북촌한옥마을 등을 찾는 이들이 줄어드는 점은 아쉽다. 

이렇게 핫한 지역에는 당연히 들어서야 할 프랜차이즈 가게도 없다. 지구단위계획에 따라 건물의 높이와 용도가 제한된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라 프랜차이즈 업체의 입점을 제한하기에 이처럼 가게마다 성격이 제각각이다. 과거의 경양식집에서 팔던 메뉴를 고스란히 재현한 ‘경양식1920’은 접시에 담아낸 음식의 모양새마저 사랑스럽다.

남도의 이색 분식 맛을 경험할 수 있는 ‘남도분식’은 좁은 골목길에 긴 대기 줄을 세울 만큼 인기다. 푹신한 수플레팬케이크를 파는 ‘동백양과점’과 한옥 술집 ‘에일당’, 영화도 보고 커피도 마실 수 있는 ‘엉클비디오타운’, 다채로운 이국 레스토랑 등 하나하나 언급해도 모자라다. 


 

발 디딜 틈 없이 사람이 북적이는 주말의 익선동.
그나마 조금 넓은 거리에서는 플리마켓이 한창이다.
익선동 한옥거리를 빠져나가는 길, 거리에서 그림을 팔고 있다.

익선동 한옥거리는 낮과 밤의 분위기가 전혀 다르다. 밤에는 가게마다 환하게 불을 켜고 거리를 비춘다. 한옥과 골목 거기에 색색의 조명이 더해진다. 골목만 한산하다면 가볍게 산책하기에도 좋다. 꼭 가게를 들어가 커피를 마시고 식사를 하지 않아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기 때문. 다만 주말에는 기나긴 시간을 길 위에서 소비해야 한다. 기왕이면 평일에 방문하는 것이 익선동 한옥거리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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