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경제신문=이재혁 기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그룹 내 비전자 계열을 직접 챙기는 행보로 주목받는다.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24일 삼성물산 건설 부문 사옥에서 경영진 회의를 가졌다. 이날 이재용 부회장 모습은 익명 SNS인 ‘블라인드’를 통해 사진으로 공개됐다.
이 부회장은 이날 경영진과 비공개 간담회를 갖고 사업 현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 후 삼성물산 건물 구내식당에서 함께 밥을 먹는 모습이 ‘블라인드’에 게재됐다.
이를 두고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등 그룹사 전자계열 외 비전자계열사도 직접 챙겨 사실상 삼성 총수 행보를 걷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삼성 측에선 이 부회장이 각 계열사 경영진과 회의를 갖는 것은 일상적 업무라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으나 이번 삼성물산 방문 및 경영진 회의는 현재 삼성 상황을 감안한다면 눈여겨볼만한 행보다.
삼성 각 계열사간 업무 조율은 그간 정현호 사장 하의 사업지원 TF에서 맡아왔다. 그러나 정현호 사장은 최근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및 이를 둘러싼 증거인멸에 깊이 개입한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고 있다.
정 사장은 삼성그룹 내 구조조정본부, 전략기획실, 미래전략실 등 요직을 거치며 이후 미전실 해체 후 유일하게 사업지원 TF로 복귀했다. 미전실에 이어 사업지원 TF까지, 사실상 삼성 컨트롤타워에 연이어 자리해 이 부회장 최측근으로 알려져 있다. 이건희 삼성 회장 최측근이었던 이학수 전 부회장과 비교되기도 했다.
때문에 정 사장에 대한 수사 진행시 이 부회장 역시 수사선상에 오르는 것이 아니냐고 자연스레 언급돼올 정도였다.
이 부회장에 대한 우려와는 별개로 수장과 함께 사업지원 TF는 제 역할을 할 수 없게 됐다. 정 사장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당초 검찰이 정 사장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다는 얘기가 있을 때부터 향후 강도 높은 조사가 이어지는만큼 사업지원 TF가 정상적으로 가동되긴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있었다.
이 부회장이 이런 상황에서 ‘직접 챙기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한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방한시 청와대 면담 등 중요 일정이 잡혀있는만큼 그 전에 그룹 계열사를 사전점검하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 겸 부총리는 오는 26일~27일 방한 후 이 부회장을 비롯해 현대차그룹 정의선 수석부회장, SK그룹 최태원 회장 등과 청와대 오찬 등 일정을 소화한다. 이 자리에서 중동지역 사업 협력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비전자계열사 챙기기에 나서자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자연스레 삼성 총수 행보를 걷는 것 아니냐는 예측을 하고 있다. 현장 점검을 통해 보폭을 더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편, 이보다 앞서 이 부회장은 이달 1일부터 삼성전자 화성사업장과 수원사업장을 차례로 찾아 디바이스 솔루션(DS) 부문 및 IT모바일(IM) 부문 경영전략회의를 가졌다. 삼성전기 수원사업장도 방문해 경영진과 회의를 가졌다.
삼성물산 방문에선 이영호 삼성물산 건설부문 사장과 김명수 삼성물산 EPC경쟁력강화 TF장 등 삼성물산 관련 임원은 물론 최성안 삼성엔지니어링 사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