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중앙회장 “시민단체가 명의 빌려달란 적 있다”
지난해 570억 시민참여예산…“시민 1% 참여, 이름만 시민참여인 모순제도”
[시사경제신문=김강희 기자] 서울시 시민참여예산제가 특정 시민단체 인건비 조달용으로 쓰이는 ‘예산 갉아먹기용 제도‘라는 의혹이 불거졌다.
시민참여예산제는 서울시 예산편성과정에 주민 참여를 위해 만들어진 제도다. 지난 2012년 주민참여제도를 시작으로 2017년 확대‧개편됐다. 서울시는 지난해 총 705개 사업을 구단위계획형, 동단위계획형, 시정참여형, 시정협치형, 지역참여형으로 분야를 나눠 총 570억여원 시민참여예산을 집행했다. 모든 서울시민참여예산 사업 사업제안자와 사업제안서뿐만 아니라 이를 심사하는 시민참여위원회 위원들은 시민 누구나가 될 수 있다. 단, 이들 직업이나 소속에 관한 정보는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라 비공개다.
서울시는 사업제안자와 심사위원에 자격기준을 일체 두지 않고 이름과 연락처만 제공받을뿐 직업이나 소속은 수집하지 않는다. 이 가운데 일부에선 사업제안자도 시민단체 일원이고 사업을 심사하는 심사위원들조차 대부분 시민단체 소속이라는, ‘시민단체’ 참여예산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시민참여예산으로 제안된 사업은 일단 담당 공무원 1차 심사를 거쳐 통과되면 시민참여예산위원회가 다시 충분한 심사 후 서울시 엠보팅 사이트에서 전자투표를 통해 최종사업으로 결정된다. 그 다음 투표가 잘 됐는지, 사업에 이상은 없는지 서울시가 검증하고 서울시예산 협의 시 시민참여예산사업도 포함해 서울시의회에서 최종 결정한다. 그러나 검증 주체에 대해 서울시민참여예산 관계자는 “사업 선정된 이후에 밝힐 수 있다”며 함구했다.
시민참여 홈페이지, 서울시청, 서울시 각 자치구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고지가 된 뒤 매년 특정 투표시기에 투표를 진행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민 10만명 정도가 투표에 참여한다. 투표 인구는 서울시 인구 1% 정도다. 일각에서는 “1% 참여가 무슨 시민참여인가. 이름만 시민참여인 모순제도”라고 비판한다.
심지어 투표자 대부분이 시민운동가들이라는 의혹도 있다. 한국주민자치중앙회 전상직 회장은 “투표는 10만명도 하지 않으며, 투표에 참여하는 사람들조차 주민들이 아닌 시민운동가들”이라며 “시민이 외면됐고, 민주주의가 심하게 왜곡됐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어 전 회장은 “시민들은 먹고 살기 바쁘고, 사업제안 서류를 만들어 제출하는 일들을 할 수가 없다”며 “한다 치더라도 시민단체의 능숙한 솜씨로 사업제안을 해본 사람들에게 일반 시민들이 밀릴 수밖에 없다. 심사위원도 시민단체 성향”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전 회장은 시민단체가 활동비를 시민참여예산으로 조달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전 회장은 “시민참여예산 사업제안도 시민단체들이 자신들 관심사를 따라 직업·생계형으로 한다”며 “명의 빌려주는 사람은 주민자치 위원들이나 주민자치 위원장 등 여러 사람으로 얼마든지 (명의대체가)가능하다. 내 이름을 빌려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전 회장은 “시민운동가들이 평소 추진하던 것을 서울시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제안하고, 사업비를 인건비로 반 쯤 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서울시민참여예산 담당자는 ”시민참여예산이란 이름처럼 일반시민이면 누구나 시민참여예산 사업을 제안할 수 있다“며 ”자격기준도 없다, 제안자들한테 받는 정보는 이름, 이메일주소, 전화번호뿐이다. 직업 정보는 받지 않는다. 이름이랑 연락처만 있으면 사업제안서는 사업제안서 파일을 온라인 업로드를 통해 제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학교 정치학과 김의영 교수는 "시민참여예산 제도를 보완‧개선할 필요 있다”면서도 “문제점 때문에 정책을 포기한다면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라 말했다. 이어 “당위적으로도 필요하고 현실적으로도 긍정적인 면도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