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교체 예정 노후 상수배관 아직도 138㎞ 남아

노후관 구마다 산발적으로 존재해 곳곳서 녹물 예상

녹물이 나온 영등포구 문래동 4가 한 아파트 단지의 어르신이 급수차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인천에 이어 서울에도 수돗물 문제가 불거졌다. 붉은 수돗물은 아니고 노란 수돗물이지만 파장은 그에 못지않을 듯싶다.

서울 문래동 4가 일대 아파트 주민들은 탁수(濁水)로 인해 뒤숭숭한 21일 밤을 보냈다. 서울시가 보내준 급수차에 가서 모든 통들을 동원해 물을 받고 페트병에 든 아리수도 몇 병씩 받아왔다. 아리수를 믿지 못하는 주민은 인근 가게에 가서 생수를 들여왔다.

이에 앞선 20일 한 입주민이 물 색깔이 노랗다며 민원을 제기해 상수도사업소의 수질검사 결과 음용수로 사용하기에는 약간 부적합하다는 공고가 동 출입문 공고란에 나붙었다.

210시경 박원순 서울시장이 다녀간데 이어 14시경 채원일 영등포구청장이 다녀갔지만 상황은 빨리 나아지지 않고 있다. 급수차는 계속 대기 중이고 저수조 청소가 덜 끝났다며 서울시는 큰 트럭을 동원해 페트병 아리수를 아파트 단지에 추가 공급했다.

한 아파트 관리사무소 측은 9시에서 13시까지 단수하고 저수소를 청소했지만 몇몇 주민들로부터 물 상황이 더 나빠졌다는 항의를 받았다. 관리소장은 상수도사업소에서 수질검사 결과 합격했다는 소식을 듣고 물 공급을 재개했으니 물을 좀 더 뽑아버린 다음 사용하라며 주민들을 진정시켰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자료에 따르면 영등포취수장·정수센터와 인근 배수지의 물은 21일 10시 현재 탁도· 산성도·잔류염소 모두 기준치에 만족스럽고 수질상태는 마시기 적합한 것으로 나와 있었다.

하지만 주민인 강지민(가명) 씨는 기자에게 예상과는 다른, 1시간 전 물티슈에 거른 수돗물의 흔적을 보여주었다. 녹가루인지 흙가루인지 시나몬(계피) 색상의 흔적이 뚜렷했다. 어제의 것보다 더 심해져 있었다.

저수조를 청소하고 새로 공급한 물을 물티슈로 거른 모습. = 아파트 주민 제공

 

그녀는 음용수는커녕 세면용으로 쓰기에도 무섭다인터넷 지역 카페에서 이유 없이 두드러기가 나는 등 피부병 때문에 병원에 다녀왔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우리 가족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문제의 원인이 인근 아파트 골목의 상수도 배관이 30년 가까이 노후된 때문인 것으로 파악했다 지난 1984년부터 녹이 잘 발생하는 아연도강관, 회주철관 등을 스테인레스강관, 덕타일주철관 등의 내식성관으로 교체하는 사업을 해온 서울시는 지난해까지 99%에 가까운 13,433를 완료했다. 올해 잡힌 공사 연장은 76이며 사업비는 1062억 원에 이른다.

문래동 4가 일대의 노후관 교체사업은 원래 내년으로 잡혀져 있지만 서울시는 영등포구청과 협의해 도로굴착 통제기간을 해제하고 설계와 발주를 거쳐 7월에 착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일대 주민들은 노후관 교체가 완료될 때까지 불편을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영등포 일대의 녹물 문제는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부터 문래동 5·6가와 양평동 일대 아파트에서 녹물 문제로 민원을 제기했다.

서울시 상수도사업본부 급수부 관계자는 양평동은 문제가 없었고, 문래동 5·6가 쪽은 일부 수질이 정상적이지 않은 아파트가 있었지만 인천처럼 농도가 진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아파트 저수조에 담겨지면 물이 돌며 녹과 섞여나간다며 저수조 청소가 최선의 방책이었음을 설명했다.

이런 물 문제는 비단 영등포구에서만 끝나지 않을 것 같다. 현재 서울에 남아 있는 노후 상수관은 1.3% 수준이지만 그 길이는 138(2022년 완료 예정)나 된다. 어느 한 구에 몰려있는 것이 아니라 굴착이 어려운 부분이나 병행공사가 필요한 곳 등으로 각 구마다 산재하고 있다.

재수(?) 없으면 다음 달쯤 독자의 세면대에서 노랗거나 붉은 녹물이 나오는 것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당분간 서울시에서 제공하는 페트병 아리수에 의존해야 한다. 사진=백종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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