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가구 소득 감소 5분기째 지속

취약계층 위한 포괄적 사회안전망 필요

‘일자리 없이 소득 없다’는 원칙 새겨야

 

 

소득양극화가 4년 만에 처음으로 개선됐지만 취약계층의 소득감소는 계속되고 있다.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이 소득양극화를 막는 유력한 방책이다. 사진=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 김종면 기자]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다. 2006년 2만달러를 처음 돌파한 이후 12년 만인 지난해 우리는 선진국 진입의 문턱인 3만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30·50클럽(소득 3만달러·인구 5000만명 이상 국가)에도 가입했다. 그러나 소득, 일자리, 주거, 교육, 문화, 건강 등 거의 모든 부문에서 양극화는 갈수록 가속화하고 있다. 격차사회, 절벽사회, 이분법사회, 다중격차사회 등 달갑지 않은 말들이 시대의 화두다. 경제민주화를 넘어 포용적 성장국가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국가적 구호로 등장했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혁신으로 함께 성장하고 포용으로 성장의 열매를 나누는 혁신적 포용국가를 만들어가자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양극화 해소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성장의 이면에 작동하는 불평등 메커니즘의 현실과 그 대응 방안을 분야별로 살핀다. 

■1분위 가구 소득 2.5% 줄어
 
불평등을 결정하는 요인은 다차원적이고 복합적이다. 그러나 개인이나 국가의 경제적 불평등을 이해하기 위한 일차적인 기준은 단연 소득이라고 할 수 있다.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9년 1분기(1∼3월) 가계동향조사(소득부분)를 보면 전체 가구(가구원 2인 이상)의 월평균 소득은 482만원으로 1년 전보다 1.3% 증가했다. 하지만 계층별로 살펴보면 편차가 있다. 중간계층인 2∼4분위는 소득이 4∼5% 늘었지만 소득하위 20%인 1분위와 상위 20%인 5분위는 각각 2.5%·2.2%씩 줄었다.

1분위 가구의 소득이 1년 전에 비해 2.5% 감소한 것은 지난해 4분기의 가파른 감소세(–17.7%)에 비하면 크게 둔화한 것이다. 소득하락세가 일단 진정되는 모양새다. 이는 노인 일자리 확대, 기초연금·장애인연금 인상, 기초생활보장 대상자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 정부의 사회안전망 강화 대책에 힘입어 이전소득이 5.6%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5분위 가구의 소득감소는 경기둔화로 기업의 실적이 나빠지면서 상여금 지급이 줄어든 것과 무관치 않다.

소득양극화의 수준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을 따져봐야 한다. 상위 20%의 소득을 하위 20%의 소득으로 나눠 5분위 소득이 1분위 소득의 몇 배인지를 보여주는 것이 5분위 배율이다. 배율이 높을수록 소득양극화가 심하다는 뜻이다.
 
■지난해 1분기 5분위 배율은 5.95배 ‘기록’
 
지난해 1분기 5분위 배율은 5.95배로 상위 20%와 하위 20%의 소득 격차는 통계청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최대 수준으로 벌어졌다. 정부가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추진했음에도 지난해 1분기에는 소득양극화가 더 심해졌다는 얘기다.

올해 1분기 5분위 배율은 5.80배로 1년 전의 5.95배보다 낮아졌다. 소득격차가 줄어든 것은 1분기 기준으로 2015년 이후 4년 만에 처음이다.

그러나 상·하위 20% 가구의 소득격차가 다소 완화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발생한 2008년 당시와 비슷한 수준인 만큼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첫 해인 2017년 지니계수는 0.355로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과 같았다. 소득분배의 불평등 정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지니계수다. 1에 가까울수록 소득양극화가 심해지는 것을 뜻한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1년에는 지니계수가 0.388까지 치솟았다. 

■한국, OECD 회원국 중 여섯 번째로 소득격차 심해

한국의 소득양극화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36개국 중 30위로 최하위권이다. 이는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팔마비율(소득상위 10% 인구의 소득점유율을 하위 40% 인구의 소득점유율로 나눈 값) 기준에 따른 것으로, 우리 소득양극화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소득양극화의 파급력은 미치지 않는 곳이 없다. 다차원적인 불평등이 다중격차사회를 낳고 있다. 지난 7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펴낸 ‘저출산 관련 지표의 현황과 시사점’을 보면 저소득층과 고소득층 간의 출산격차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제출한 2007∼2018년 건강보험료 납부액 분위별(전체 가구 대상 소득구간에 따른 보험료 납부액 10등급) 분만 현황에 따르면 소득계층별 분만 비중이 저소득층에서는 축소되고 고소득층에서는 확대되는 경향을 보였다. 저소득층인 최하위 1분위(하위 10%)에서는 2007년 분만 비중이 7.67%에서 2018년 5.92%로 낮아졌다. 반면 최고 소득층인 10분위(상위 0~10%)는 4.96%에서 5.33%로 늘었다. 소득양극화를 줄여나가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의미있는 저출산 해법이다.  

소득양극화 문제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소득분배 개선에도 불구하고 취약계층의 소득감소는 계속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저소득층 가구의 소득은 좀처럼 늘어날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올해 1분기 기준 1분위 가구의 소득은 5분기 연속 감소했다. 1분위 가구의 근로소득은 1년 전에 비해 14.5%나 줄어 저임금 일자리 문제가 여전히 심각한 상황임을 보여준다. 정부 재정 지출에 의한 이전소득 증가가 근로소득 감소를 메우기에는 역부족인 것이다.

■1분위 가구 근로자 인구 비중 27%에 불과
 
소득하위 20% 가구의 근로소득이 감소한 것은 경기부진과 최저임금 인상 등의 여파로 저소득층이 주로 일하는 임시·일용직 일자리가 줄었기 때문이다. 1분위 가구 중 근로자 가구 비중은 27%에 불과하다. 정부가 사활을 걸고 추진하는 소득주도성장의 핵심인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적 노력이 저소득층 소득증대에 얼마나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이달 초 한국리서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소득주도성장에 대해 국민의 52.6%가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났다. 10명 가운데 7명은 최저임금에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지난 2년간 30% 가까이 인상된 최저임금이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반발 여론을 키운 주된 요인으로 꼽힌다. 최저임금은 지난해 16.4% 오른데 이어 올해 10.9% 인상됐다. 내년 최저임금을 현행 8350원 수준에서 동결하자는 의견이 49.5%로 절반에 육박한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기초연금·아동수당 같은 복지성 지출로 취약계층의 소득을 올려 양극화를 개선하려는 것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정부는 지난해 9월 소득하위 70% 노인층에 지급하는 기초연금을 최대 25만원으로 인상하고 만 6세 미만 아동에게 월 10만원의 아동수당도 지급하기 시작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부터 주거급여 수령을 위한 부양의무자 기준도 폐지했다. 문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재정을 투입해 소득분배에 나섰음에도 효과는 그리 두드러지지 않다는 점이다.  

■공적 이전소득만으론 저소득층 빈곤타파 한계

연금이나 정부 지원금 등 공적 이전소득만으로는 저소득층의 빈곤 현실을 타개할 수 없다. 지난해 4분기 소득하위 20% 가구의 경우 공적 이전소득으로 전년보다 17.1% 늘어난 44만2600원이 들어왔다. 하지만 전체 소득은 17.7% 줄었다. 일자리 없이 소득을 늘리는 데는 근본적인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일해서 버는 근로·사업소득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65세 이상 고령자도 일할 여력이 있으면 일할 수 있어야 진정한 복지국가다.  저소득층을 위한 일자리 창출은 소득양극화를 완화시킬 수 있는 유력한 방책이다. 정부는 포괄적인 사회안전망을 지속적으로 강화해나가는 한편 민간 분야의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도록 보다 과감한 규제혁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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