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하던 고양이 '하악질' 등 학대 정황 다수 발견
대공원 측, "계약 기간 남아있어 당장 중단 어렵다"
동물 보호 단체 "법적 문제 없다고 학대 아닌 것 아냐, 당장 중단해야"

[시사경제신문=정영수 기자] 서울 어린이대공원에서 열리고 있는 '애니멀 프렌즈' 동물 공연을 둘러싼 '동물 학대'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직접 가서 확인한 결과 학대로 보이는 장면이 다수 확인됐다. 하지만, 대공원 측은 공연을 바로 없애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애니멀 프렌즈' 공연이 '동물 학대' 논란에 휩싸였다. (사진=정영수 기자)

동물 공연 업체 애니스토리는 서울 광진구 어린이대공원에서 '애니멀 프렌즈' 공연을 진행 중이다. 주인 잃은 강아지가 버림받은 고양이와 함께 주인을 찾아 나서는 내용으로, 물개와 앵무새, 원숭이, 펭귄, 오소리, 돼지 등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여러 동물들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다 보니 어린 자녀를 둔 가족 관객들의 반응은 좋은 편이다. 단체 관람 수요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물을 싫어하는 고양이를 물 근처 구조물에서 강제로 점프 시킨다는 것이 알려지며 '고양이 학대' 논란이 불거졌다. 서울 어린이대공원을 운영하는 서울시설공단에서 "실제 공연은 물 위가 아닌 바닥 위 구조물에서 이뤄지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끊이질 않고 있다.

흰색 고양이는 점프하는 걸 원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구조물 위에 스스로 올라가지도 않았고, 조련사가 여러번 지시한 뒤에야 겨우 점프를 시도했다. (사진=정영수 기자)
흰색 고양이가 점프를 마치자 검정색 고양이가 원통에서 나와 점프했다. 이 고양이는 점프하던 중 잠깐 멈춰 서더니 '하악질'을 하고 지나갔다. 하악질은 고양이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하는 행동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정영수 기자)

직접 관람해 본 결과, '애니멀 프렌즈' 공연은 충분히 '동물 학대'라고 할만한 수준이었다. 점프 역할을 맡은 흰색 고양이는 구조물 위에 올라가는 것도, 점프하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조련사가 고양이를 번쩍 들어 구조물 위에 앉혔지만, 고양이는 점프하지 않고 멀뚱멀뚱 쳐다보기만 했다. 조련사가 수 차례 지시한 뒤에야 점프를 시작했다.

이어 등장한 검정색 고양이 또한, 하기 싫은 점프를 억지로 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좁은 원통에 갇혀 있다 나와서 점프한 후 세트장까지 올라가야 하는데, 기자 옆을 지나는 순간 잠시 멈춰 '하악질'하는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고양이는 화가 나거나 위협을 느끼는 등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이빨을 드러내고 '하악'하는 소리를 내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이 펭귄은 무대 옆으로 걸어가야 하는데 계속 관객들만 쳐다보고 서있었다. 결국 조련사가 뒤에서 밀듯이 하며 앞으로 가도록 유도해 겨우 무대 옆으로 걸어갔다. (사진=정영수 기자)

 

고양이뿐만이 아니었다. 원치 않는 방향으로 걸어가야 하는 펭귄,

앵무새는 조련사가 여러 번 지시한 후에야 'ABC 노래'를 따라 불렀다. (사진=정영수 기자)
팀을 나눠 농구 시합을 벌이는 물개들. 관객들 입장에선 신기하고 재밌을지 몰라도, 물개 입장에선 왜 해야 하는지도 모른 채 하는 노동일 뿐이다. (사진=정영수 기자)

노래를 따라 불러야 하는 앵무새, 날아오는 고리를 목에 끼워야 하고 농구를 해야 하는 물개 등 '동물 학대'로 여겨질 장면이 수 차례 등장했다. 이 동물들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지, 왜 해야 되는지도 모른 채 그저 조련사가 시키니까 본능에 반한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동물들은 간단한 산책이나 미용으로도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다고 하는데, 공연을 위한 반복 훈련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리 만무하다.

동물권단체 동물해방물결은 지난달 서울시청 앞에서 '애니스토리 퇴출 요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이들은 △동물 학대를 자의적 기준으로 편협하게 해석하지 말 것 △비인도적 동물 쇼를 즉각 중단할 것 △수 년간 강제 노동한 동물들의 여생을 책임질 것 등을 요구하며 서울시 측에 서한을 전달했다.

그러나, '애니멀 프렌즈' 공연은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서울 어린이대공원 측은 애니스토리와 2021년까지 계약한 상태로, 당장 공연을 중단시킬 순 없다는 입장이다.

동물 학대 의혹에 대해서도 동물보호법 상 학대 사례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동물해방물결에 따르면 이 단체는 제목과 콘셉트만 바꿔가며 20년 가까이 이곳에서 동물 공연을 해왔다고 한다. (사진=정영수 기자)

반면, 동물해방물결 측은 현행법 상 문제가 없다고 동물 학대가 아닌 건 아니라고 맞서고 있다.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는 "동물들이 밖으로 자유롭게 나가지도 못한 채 세트장 뒤쪽 좁은 공간에서 공연 연습만 하며 사육 당하고 있다"면서 "동물 학대를 자의적 기준으로 편협하게 해석해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 공동대표는 "해당 업체는 20년 가까이 이름과 콘셉트만 바꿔가며 동물 공연을 이어왔다"며 "공연 중단뿐 아니라 다른 곳에 옮겨 가서 공연하지 못하도록 하고, 동물들의 여생에 대해서도 책임지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해방물결 측은 늦어도 이달 안에는 공연이 중단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항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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