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도서관, 실효성보다 비용절감 우선?
“스마트도서관 13억 사업비 적정성 검토 선결돼야”

[시사경제신문=김강희 기자] 5일 오후 중랑구 용마산역 내 스마트도서관 앞은 매우 한산했다.

용마산역 1번 출구 계단 밑 구석에 설치돼 있는 스마트도서관 기계는 지나가는 시민 눈길을 끌기엔 미흡하다. 출구 쪽을 오가는 시민들 시야에서 벗어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설치 시늉만 냈을 뿐 실효성이 결여돼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사업을 시작한 지 10여 년이 지난 현재도 시민들은 스마트도서관에 대해 대체적으로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시 서대문구 아현역 내 스마트도서관 일 평균 이용건수는 8.4권이다. 이외에도 홍제역 6.2권, 중랑구 중화역 10권 수준이다. 세 곳 지하철역 스마트도서관 일 평균 이용건수는 8.2권. 24시간 운영되는 무인 스마트도서관 기계의 한 시간 평균 이용건수를 따져보면 0.3권에 불과하다. 1시간에 한 명도 이용하지 않는다는 결론이다.

서울시 중랑구 용마산역 1번 출구로 나가는 공간 옆 막다른 골목에 스마트도서관이 유동인구의 시선에서 벗어난 채 설치돼 있다. (사진=김강희 기자)

중랑구 용마산역 내 스마트도서관 기계 맞은편에 있는 빵집 주인에 따르면 도서관 기계는 별로 인기가 없다. 스마트도서관 이용이 잦냐는 질문에 빵집 주인은 “별로다. 사람들이 (스마트도서관에 대해)잘 모르는 것 같아 이용 안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용마산역 스마트도서관 앞을 서성이는 50대 초반 한 여성은 “스마트도서관에 대해 알았는데 사용할 줄도 몰라 그냥 쳐다보기만 한다”고 말했다. 또 “서울 곳곳에 있는 줄은 아는데 어디에 있는지 확실히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어 여성은 “거주지가 이 근처가 아니어서 대여 후 반납이 어려워 이용할 엄두를 못낸다”고 말했다. 스마트도서관이 역세권 주민만을 위한 전유물이라는 일부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스마트도서관이 초선진국형 도서자판기로, 발빠르게 돌아가는 서울시와는 맞지 않는 ‘시대착오적 발상’으로 생긴 것”이라 비판한다.

스마트도서관 인지도를 감소케 하는 원인은 홍보 결여뿐만 아니라 설치 절차적인 이유도 있다.

중랑구는 지난해 국비와 구비로 두 개 지하철역에 스마트도서관 설치를 추진했다. 그러나 각 역장 허가가 떨어지지 않아 올해 4월에서야 최초 원하던 역이 아닌, 망우역과 용마산역에 스마트도서관을 설치했다.

용마산역 스마트도서관이 역 전체 유동인구가 사용하기에 용이한 공간이 아닌, 1번 출구만의 소유가 된 것도 이같은 이유다. 중랑구 문화부 도서관팀 관계자는 ”역장이 동선에 방해되지 않는 곳에 설치를 허가해 용마산역 1번 출구에 설치됐다. 역장 허가가 없으면 설치 불가“라며 ”다른 역도 역장이 허가를 해주지 않아 못했다“고 말했다.
 
스마트도서관이 실효성보다 비용 절감적인 차원에서 설치가 추진됐다는 지적도 있다.

중랑구 관계자는 ”중랑구에 문화적 시설이 많지 않고 도서관 건물비가 많이 들어 출퇴근시간 지하철 승객이라도 이득을 줄 수 있는 스마트도서관을 구축했다“며 ”적은 돈으로 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는 ”아직 강남구 내 지하철역 스마트도서관은 설치된 게 없다. 올해 주민센터에 스마트도서관을 설치할 계획”이라 밝혔다.

서울특별시의회 교통위원회 성중기 시의원

서울특별시의회 교통위원회 성중기 시의원은 “(스마트도서관 사업이)현재 문체부 지원사업과 서울시 자체 사업(시민참여사업)으로 이분화돼 예산수립 및 집행, 사업 관리 및 평가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 이에 대한 점검과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서울시 사업의 경우, 서울시가 면밀한 조사를 통해 사업대상지(우선순위 등)를 선정해 체계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시민참여 예산 성격상 신청 자치구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소기 목적을 충분히 실현하는 것에 한계가 있다”고 의견을 드러냈다.

이어 “서울시는 2019년 7개 자치구 10개소 대상 스마트도서관 사업으로 1개소당 1억3,000만원, 총 13억 원을 배정하고 있다”며 “사업비 적정성에 대한 검토와 관리대책 수립이 선결돼야 할 것”이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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