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도서자판기 ’스마트도서관‘ 사업, 종이책이 스마트폰 이길까

[시사경제신문=김강희 기자] 4일 오전 9시 출근시간대. 한 20대 여성이 책을 반납하기 위해 서대문구 아현역 내 스마트도서관을 찾았다. 스마트도서관 기계 속 화면 내 ’반납‘을 클릭했지만 기계는 묵묵부답이다. 바쁜 아침, 여성은 30초도 안돼 결국 반납을 포기하고 출근길에 나섰다. 

4일 서대문구 아현역에 스마트도서관이 고장난 채 방치돼 있다.(사진=김강희 기자)

지난 2010년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추진한 ’2010년 U(유비쿼터스)-기반 공공서비스 촉진 사업‘ 과제수행 일환으로 문화체육관광부가 ’스마트폰 기반 도서관 모바일서비스 시스템 구축‘ 사업을 시작했다. 

’U-도서관‘ 사업은 현재 시민 독서권장 목적으로 변화돼 ’스마트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서울시 일부 지하철역에서 운영되고 있다. 

지하철역사 내 소형도서관이나 다름없는 스마트도서관은 최대 500개(지자체별 상이)까지 도서를 비축할 수 있는 일종의 도서자판기다. 

스마트도서관 기계 안에 비축돼 있는 도서를 대여하고 싶으면 일단 각 기계를 운영하고 있는 자치구 내 도서관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을 하고, 회원권을 부여받은 뒤 도서자판기를 이용할 수 있다.

문체부는 지난 2010년 6개월간 사업규모 8억원으로 ’스마트도서관‘ 사업을 시작했다. 문체부에 따르면 당시 16개 시도의 신청서를 받아 문체부 심사를 통해 진행, 설치됐다. 

올해 문체부는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자치단체자본을 보조받아 9억8,300만원을 쓰기로 했다. 10억원에 달하는 돈이다.

스마트도서관은 서울시 일부 자치구에서 서울시민참여예산으로 설치·운영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 역임 이후 참여예산제도가 시행됐는데, 서울시민참여예산 사업으로 2019년 스마트도서관(무인도서대출반납기) 설치 제안이 있어 6개 자치구 10개 사업에 서울시가 지원했다.

이에 예산 배정 절차를 두고 충분히 검토된 자료에 의해 스마트도서관 설치 제안이 통과된 게 아닌 것 같다는 지적이 일었다. 이는 시민참여위원들이 도서관 전문가가 아닌 서울시가 마련한 총 6시간의 예산학교를 수료하고 서울시의회 심사를 거쳐 최종 선발된 300명 서울시민예산참여위원들이 ’추첨‘을 통해 ’문화관광‘ 분야로 배정돼 심사를 진행하기 때문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문화관광‘ 분야로 배정된 위원들은 도서관 사업 말고도 여성복지 등 다른 분야까지도 심사한다. 이에 위원들의 전문성이 떨어지고 심사절차가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더해 서울시가 이런 과정을 통해 결정, 설치한 지하철역사 내 스마트도서관은 관리조차 완벽하게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각 자치구 신청을 받아 중간다리 역할을 하는 서울시는 문체부로부터 예산을 지원받는다. 그러나 문체부와 서울시 모두 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드러났다. 

스마트도서관 현황에 대한 질문에 문체부는 ”지난 2012년까지의 U-도서관이 전국 총 9개 지자체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답할 뿐, 스마트도서관 현황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서울시 지식문화과 스마트도서관 담당자 또한 “서울시 전철역 내 스마트도서관이 총 몇 개가 운영되고 있는지에 대한 통계는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해 전체적으로 관리에 소홀해 보이는 모습이다.

향후 계획에 대해 서울시는 “해당 사업은 문체부 주관사업으로, 서울시를 통해 자치구에 공모형식으로 신청을 받아 시행하는 사업”이라며 “서울시에서 별도 추진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시 내 일부 자치구도 우왕좌왕하기는 마찬가지다.

송파구는 올해 처음 스마트도서관 도입을 계획 중이다. 스마트도서관 사업 시작 계기에 대해 송파구 관계자는 ”10년 전 기계개발회사가 제안을 해서 시작하게 됐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자치구 내 스마트도서관 민원은 있었냐는 질문에 ”시민에게 받은 민원은 공개할 수 없다. 시민에게 직접 받는 방법으로 진행되는 게 아니다”고 답했다.

서대문구도 지난해 늦가을께 처음 스마트도서관을 설치했으나 KT 통신사고 문제로 올 초에서야 개관식을 가졌다. 서대문구는 현재 홍제역과 아현역 두 곳에 스마트도서관을 설치·운영 중이다. 서대문구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추가로 설치할 독립문역 스마트도서관은 구민 민원 없이 서울시민예산을 통한 서울시 통보로 진행됐다. 지난해 정식 민원이나 서울시민참여예산을 통해서가 아닌 ’서울시특별조정교부금‘으로 서대문구가 서울시에 요청해 예산을 지원받았다.

구로구 도서관팀 관계자는 “다른 구의 스마트도서관을 본 천왕역 근처 주민 요청이 많아 시민참여예산으로 진행했다”며 구민에게서 직접 받은 민원을 공개했다.

서초구 양재역에 스마트도서관이 설치돼 있다.(사진=김강희 기자)

서초구는 최근 스마트도서관과 구립도서관을 연계하는 ’상호대차서비스‘를 구축했다. 회원이 스마트도서관 어플을 통해 자치구 내 22개 구립도서관 도서를 신청하면 배달받을 수 있다. 각 도서관은 일주일에 하루를 빼고 매일 희망도서들을 각 역내 스마트도서관으로 배달한다. 그러나 서초구는 양재역 스마트도서관 지난해 이용실적을 공개할 수 있냐는 질문에 “못한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스마트도서관 사업에 대해 “전철 내 시민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이나 전자책에 집중한다. 종이책을 안본지는 오래된 일”이라며 “도서관 배달인력과 그에 따른 비용이 낭비돼 보인다“고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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