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면 논설위원

[시사경제신문 김종면 기자] 정년연장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어제 KBS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인구구조 개선 대응 태스크포스의 정년연장 문제에 대한 논의가 끝나는 대로 정부의 입장을 제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홍 부총리도 지적했듯이 현재의 인구구조 변화 추세로 볼 때 정년연장 문제를 공론화할 시점이 된 것은 사실이다.

정년연장이 이처럼 이슈가 된 것은 무엇보다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는 우리 현실과 연관이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내년부터 2029년까지 10년 동안 만65세 이상 노인인구는 연평균 48만명씩 급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연평균 32만5000명씩 감소한다. 당장 내년에만 23만2000명이 줄어 올해(5만5000명)의 4배 이상 확대된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가 노인인구로 진입하며 고용시장에서 이탈하지만, 초저출산 현상으로 생산연령인구로 편입돼야 할 0∼14세 유소년 인구는 연평균 13만5000명씩 줄어들기 때문이다.  

노인인구 비율은 2025년이 되면 전체 인구의 20%를 넘을 전망이다. 일하는 인구 100명이 부양하는 고령인구 수를 의미하는 ‘노년부양비’가 1980년에는 10% 미만이었지만, 최근에는 20%로 올랐다. 2050년에는 73%까지 치솟을 것으로 추정된다. 100명이 벌어 73명을 먹여 살려야 한다는 얘기다. 이런 기형적인 경제구조로는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 같은 노인인구 증가세가 지속되면 기초연금을 비롯한 노인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출은 연평균 14%이상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정부로서는 노인복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년연장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수 없는 형편이다. 2013년 고령자고용법 개정에 따라 ‘60세 정년’이 법제화된 지 6년 만에 다시 정년연장 논의가 일고 있는 것은 그만큼 고령화 현상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생산가능인구를 늘려 경제활력을 되찾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인 것이다.  

정년 연장은 세계적인 추세다. 일본은 2013년 정년을 65세로 상향한 데 이어 다시 70세로 단계적으로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도 65세인 정년을 더 올리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대법원이 지난 2월 육체노동자의 정년을 만60세에서 65세로 올렸고, 최근 서울시 버스노사가 현재 61세인 정년을 63세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년연장의 기대효과는 작지 않다. 법정 정년을 5년 늘린 65세로 연장하면 노년부양비 증가 속도가 9년이 늦춰진다고 한다. 노인인구에 대한 사회적인 부양부담을 그만큼 줄일 수 있는 셈이다. 노인빈곤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라는 부끄러운 현실도 얼마간 개선할 수 있다.
    
하지만 정년연장에 수반되는 문제는 한 둘이 아니다. 정년연장의 당위성을 인정하면서도 우려가 앞서는 것은 그것이 무엇보다 청년 일자리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실업을 가중시킬 수 있다. 지난 4월 청년 실업률은 11.5%로 2000년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정년연장이 세대갈등의 도화선이 될 가능성도 있다. 홍 부총리는 가능한 한 청년층에 영향이 없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정년연장과 더불어 청년층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취업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특별한 인센티브가 없는 한 기업이 ‘출혈’을 감수하며 자발적으로 정년연장에 나서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노동시장의 유연화, 임금피크제 도입 등과 함께 기존의 연공서열형 임금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 작업도 이뤄져야 한다.

정년연장은 세대간 ‘일자리 전쟁’까지 벌어질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이다. 그렇기에 더욱 폭넓은 공론화 작업을 통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정년연장이 공무원 조직이나 공기업 같은 데나 좋은 일 시켜주는 것 아니냐는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정년연장의 허울 속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이들도 물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정년연장은 멀지만 가야할, 아니 갈 수밖에 없는 길이다. 일의 선후완급을 가려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선한 의도의 정책도 시행하는 과정이 순조롭지 못하면 성공하기 힘들다. ‘최저임금의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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