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자 갱생 위한 제도 나라에서 운영
개인파산 등으로 빚 정리하고 새 출발 가능

개인파산/회생 제도만 잘 알아도 비극적 사고로부터 자신과 가족들을 지킬 수 있다. 사진=백종국 기자

 

[시사경제신문=백종국 기자]  최근 의정부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이유가 경제적 어려움 때문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오면서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다.

20일 의정부의 한 아파트에서 일가족 3명이 숨진 채 발견됐다. 중학생인 아들이 아침에 일어나 이 광경을 보고 경찰에 신고해 세상에 알려졌다.

경찰 등에 따르면, 숨진 가장인 아버지 A (50)는 경기도 포천에서 7년 동안 목공예점을 운영했으나 1년 전쯤 폐업하고 그 후 일자리를 얻지 못했다. A 씨의 아내가 가게 점원으로 일하면서 월 150만 원 가량을 벌었는데 매달 200만원이 넘는 이자를 갚아야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는 사건이 발생한 아파트를 담보로 지난해 12월과 올 1월 사이에 제1금융권에서 16000만원, 3금융권에서 4000만원을 대출 받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밖에 친척 친구 등으로부터 개인 채무도 있을 수 있지만 현재까지 나타난 바로는 2억 원의 채무를 지고 있었다.

2억 원이라는 돈은 많다면 많을 수 있지만 사람의 평생을 두고 볼 때는 많은 돈은 아니다. 고작 2억 원이라는 돈에 자신의 목숨과 가족의 목숨을 앗았다면 성급한 실책이다. A 씨는 집을 처분하거나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하는 것도 고려했으나 실행은 하지 않았다. 다른 사정이 있거나 파산 제도에 대해 잘 몰랐을 수도 있다.

법률전문가를 찾아가 상담한 결과, A 씨의 경우 법원으로부터 개인파산선고를 받을 가능성을 높게 보았다(A씨는 수입이 없어 개인회생은 불가능했다. 1인 가구 수입 100만 원 이하, 3인 가구 수입 225만 원 이하면 개인회생을 신청할 수 없다). 파산 신청을 했으면 심사를 거쳐 파산 및 면책 선고로, 파산관재인이 근저당 잡힌 아파트를 팔아 채권자들에게 변제하고 남은 빚을 탕감 받을 수 있었다는 것이다.

면책불허가 사유가 없다면 A 씨는 면책을 받아 일부 제한을 받기는 해도 경제활동을 해나갈 수 있었다. 신원을 밝히길 꺼려하는 한 파산관재인은 법원에서 면책이 선고되는 확률은 50~60%”라고 밝혔다. 면책 제도는 힘든 사람(채무자)를 살리기 위한 것으로서 면책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남편과 부인의 빚은 별개이므로 파산이 선고되든 안 되든 부인이 버는 돈에 대해서는 법원에서도 건드릴 수 없으므로 아내가 버는 돈 150만 원은 온전히 생활비로 충당될 수 있었다. 혹시 세를 살더라도 3700만원(서울)~1700만원까지의 보증금은 면제 대상 재산에 속한다. 채무자 및 피부양자의 생활에 필요한 6개월간의 생계비 900만 원도 어떤 경우든 면제 대상이다. 지자체로부터 긴급생계비를 보조받을 수도 있었다.

A 씨의 경우는 의정부 지방법원에 신청하면 그런 혜택들을 얻을 수 있었다(서울의 경우에는 서초동 법원 단지 안에 서울회생법원이 별관으로 따로 있다). 게다가 A 씨가 언젠가 취직을 하게 되면 네 식구가 풍족하진 못해도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었다.

 

채무를 조정 받을 수 있는 방법들

파산이란 채무자의 채무가 재산을 초과하거나, 채무자가 채무를 장래에 일반적·계속적으로 변제할 수 없는 경우, 채무자의 총 재산을 모든 채권자에게 공평하게 변제할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법절차를 말한다.

그 중 채무자가 법인이 아닌 개인인 파산사건을 개인파산이라 한다. 채무자에게 파산이 선고되면 공무원 부동산중개업자 사립하교 교원 등이 될 수 없으며 회사의 사규나 취업규칙에 의해 당연퇴직될 수도 있다.

대부분의 개인파산사건에서는 파산이 선고됨과 동시에 파산관재인이 선임되어 채권자들의 의견을 참조하여 채무자의 재산을 관리·조사하고 동시에 채무자에서 면책불허가 사유가 있는지 심사한다.

면책은 성실하거나 불운한 채무자에게 파산절차를 통하여 변제되지 아니한 채무에 대한 변제 책임을 파산법인의 재판으로 면제시킴으로서 채무자의 경제적 재출발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다. 면책불허가 사유가 있어 면책이 되지 않으면 채무를 모두 변제해야 하며 파산을 선고받은 채무자로서 법률에 정해진 제약을 받게 된다.

국가(법원)에서 개인파산과 함께 운영하는 개인회생제도는 지급불능 또는 그러한 염려가 있는 급여·영업·연금소득자로서 담보채무의 경우 10억 원, 무담보채무의 경우 5억 원이어야 한다. 원칙적으로 3년 동안 원금 일부를 변제하고 나머지를 면책 받을 수 있다.

파산/면책의 과정은 먼저 개인 파산/면책 신청을 하면 심사를 통해 법원에서 파산선고 여부를 결정한다. 파산선고와 동시에 선임된 파산관재인이 채무자의 재산을 관리·조사한 후 채권자집회를 열어 의견을 청취한다. 파산으로 환가할 재산이 있을 경우 환가 및 배당하고 파산절차를 종결하며 그렇지 않은 경우 바로 폐지한다. 그 후 면책 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신용회복위원회가 운영하고 있는 개인워크아웃은 연체기간이 90일 이상이거나 연체정보가 등록된 자로 초저생계비 이상의 소득이 있거나 그 미만의 소득이 있더라도 채무상환이 가능하다고 인정된 채무자로서 5억 원 이하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는 금융기관 이용자들만을 대상으로 한다.

 

비용 지원받을 수 있고 무료 상담 기회도 많아

개인파산·개인회생 절차 이용자는 2016년 기준 연간 14만 명으로 전체 금융채무 불이행자 중 13.5%에 불과하다. 그만큼 제도에 대해 모른다고 해야 할 것이다. 흔히 파산선고를 받는 데 드는 변호사 선임비용 등을 걱정하여 법률의 문턱을 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현재 서울에서 파산선고와 관련해 드는 비용은 대략 200~300만 원 선이다. 변호인 선임비용 100~150만 원, 법원 예납비 30만 원, 송달료 10~15만 원 등이다. 채권자 수가 많으면 송달료는 더 올라갈 수 있다. 대부분의 파산 전문 법무법인은 비용에 대한 분납을 허용하고 있어 크게 부담되지 않는 수준이다.

조건이 맞으면 무료로 국선 변호사를 선임할 수도 있다. 서울회생법원의 경우 서울지방변호사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여 자금능력이 부족한 사람에게 개인파산회생지원변호사를 연결해주고 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은 기준중위소득 125% 이하인 자에 대해서는 전액 무료로 소송을 지원해주고 있다.

흔히 빚이 자녀에게 상속될까봐 두려워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모가 죽으면 빚이 상속될 수 있어 죽는 순간 오히려 족쇄가 된다고 지적했다. 법을 모르는 자녀들이 부모 사망 후 상속포기나 한정승인을 하지 않으면 빚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민국 법은 또 상속포기가 이어지면 사촌에게까지 망자의 빚이 청구된다.

많은 빚으로 고통 받고 있는 사람은 우선 개인 회생 및 파산 절차에 대해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

서울회생법원은 1층에 뉴 스타트 상담센터를 개설, 평일 오전 10~12시 파산관재인(변호사), 오후 2~4시 신용회복위원회 직원, 오후 4~6시 회생위원이 무료 상담을 진행한다.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 대한법률구조공단, 신용회복위원회, 서울지방변호사회 개인파산회생지원변호사단에서도 상담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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